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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TREND Report

디지털에 오감체험을 입혀라

유인오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간은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각종 서비스와 기기들도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했고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는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잡음이 발생하고 수명에도 한계가 있는 레코드 판 대신 음질이 선명하고 전송하기 편리한 디지털 형태의 음원을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이 같은 일방적인 추세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느리고 더딘 아날로그에서 숨겨졌던 장점을 발견하고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효율적인 디지털의 장점을 모두 버리고 아날로그만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의 특성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아날로그의 장점을 활용해서 디지털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아날로그의 강화가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장점을 부각시켜서 디지털로만 이뤄진 다른 기기와 서비스보다는 우위를 꾀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디지털은 구체적인 형태가 없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무한하게 복제할 수 있으며 원형을 손상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 형태를 변형하기 쉬운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아날로그는 모든 면에서 디지털과는 반대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는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셀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아날로그 제품은 낡아 버린다. 또 디지털과는 달리 외형을 쉽게 바꿀 수 없다. 이렇게 상반된 특성을 가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시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만나서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내고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특성을 받아들여서 손으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결합

 

브리징북(engagelab.org/projects/bridging book)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결합한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전자책과 종이책이 한 세트로 묶여 있는데 종이책에는 자석을 내장해서 종이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자책이 연동돼서 화상에서는 내용이 바뀔 수 있도록 만들었다. 종이책만을 이용할 때는 전자책이 가지고 있는 멀티미디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브리

징북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함께 구성돼 있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책을 읽을 때 책장을 넘기는 손맛도 느낄 수 있다.

 

실물을 소장하는 기쁨

 

인간은 제품을 보고 만질 수 있을 때 소유 욕구가 더 강해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 파일의 경우 CD보다 쉽게 구매하지만 소비자가 해당 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삭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디지털 음원 파일은 실물로는 만질 수 없기 때문에 CD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소비자는 이런 제품을 쉽게 받아들이고 쉽게 없애는 것으로 보인다. 소장가치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의 형태로만 존재할 때보다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을 때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트위터로 움직이는 정원

 

2013년 영국의 첼시꽃박람회에서는트위터의 메시지에 따라 패널이 움직이는 정원(digital capabilities.com)’이 전시됐다. 다각형 모양의 정원 패널은 컴퓨터와 연결돼 있어서 트위터에 어떤 메시지가 도착하면 패널이 열렸다가 닫힌다. 실제 트위터에서 ‘#RHSChelsea’라는 태그를 붙여서 @digcapabilities에 메시지를 보내면 실시간으로 패널이 움직인다. 정원의 바깥에는 친숙한 식물을 심고 패널 안에는 이국적인 식물을 심었다. 패널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안팎의 식물들을 대비해서 볼 수 있다. 트위터의 메시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움직이지만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실체가 없다. 반면 트위터의 메시지에 따라 움직이는 정원은 트위터의 메시지에 따라서 패널을 움직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소유하고 싶은 구체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희소성

디지털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원본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이 아날로그의 형태로 바뀌면 사실상 무한 복제할 수 없는 유한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아날로그의 유한성은 무한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한한 제품이기 때문에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디지털이 유한한 아날로그의 특성을 받아들이면 희소가치가 생길 수 있다.

 

사용자가 상상한 가상의 세계

 

마인크래프트(minecraft.net)는 사이버 공간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든 가상의 건물은 프린트크래프트(printcraft.org)의 서버를 이용하면 3D프린터를 통해서 구체적인 실물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온라인 게임에서 구현하고 3D프린터를 통해서 실물로 출력하면 상상의 세계가 실물로 나타난다. 디지털의 특성에 따라 무한 복제될 수 있는 건물도 3D프린터로 출력되면 아날로그의 특성을 지닌 현실의 유한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희소성이 디지털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유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또 아날로그 제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색 등으로 제품의 외양이 바뀌는 등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세월의 흔적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월의 흔적은 다소 낡게 보일 수도 있지만 세월의 가치 때문에 오히려 신제품보다 가치를 더 인정받기도 한다. 고급 자전거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영국의 브룩스(brooksengland.com)는 의도적으로 길을 들인 가죽을 안장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 가죽은 재질이 뻣뻣하기 때문에 새 가죽으로 만든 안장의 자전거를 장시간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 반면 일정 기간 사용된 가죽으로 만든 안장에 타면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덜 아프다. 그래서 브룩스는 뻣뻣한 새 가죽을 길들이는 과정을 추가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안장을 별도로 내놓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과정은새 안장헌 안장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길든 가죽의 안장에 타는 사람들은 엉덩이가 덜 아프기 때문에 브룩스가 추구하는길들임의 가치를 인정한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아날로그 감성

 

사람들은 가상 현실에서 보이는 모습이 매우 화려하고 현실과 혼동할 정도로 흡사해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실의 제품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디지털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때 실제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접촉의 가능성을 부여하면 사람들이 제품을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음악은 디지털 파일 형태의 음원을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듣는다. 이럴 때는 음악의 재생과 정지, 음량 조절 등의 기능은 마우스 클릭이나 스크린 터치 등으로 해결한다. 만일 전축처럼 원형의 볼륨을 손가락으로 돌려서 소리를 키우거나 줄이고 음원을 재생시킬 수 있다면 아날로그의 감성이 디지털 제품에도 반영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디지털 제품에서 매력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손의 움직임으로 조작하는 무선 스피커

 

디자이너 주기환(kihwanjoo.com) 씨가 만든라플은 손가락 동작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찾고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무선 스피커다. 라플은 윗부분이 뚫려 있어서 손가락을 집어 넣고 움직이면 무작위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뻥 뚫린 윗면을 손바닥으로 막으면 음악이 정지되고 스피커 몸통을 손가락으로 튕기면 음악이 재생된다. 스피커 안팎을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잡으면 음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기존 스피커와 달리 간단한 손가락 동작을 해서 음악을 고르고 음량을 조절하는 방식은 음악 감상에 새로운 즐거움을 더해준다.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인터랙션

 

디지털 제품들은 많은 정보가 모니터 안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제품의 기능을 손으로 조작하거나 만져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기술의 발전은 음성이나 뇌파를 이용해서 디지털 기기를 작동시키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들은 사람들이 가급적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인간이 방향과 공간감각을 인지할 때는 디지

털 기기의 화면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실물이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은 내비게이터가 모니터에서 지도의 형태로 지시하는 방향보다는 화살표 형태의 표지판이 알려주는 방향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직접 방향을 가르쳐주는 거리 표지판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로 깔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 과거처럼 길거리에 설치된 표지판으로 길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일반적인 아날로그 표지판은 방향만을 가리킨다. 반면 디지털 내비게이션은 원하는 목적지의 방향을 알려주고 버스와 승용차 등 교통수단에 따른 소요시간까지 알려준다. 편리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지도는 거리의 모습을 지도의 형태로 단순화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헷갈릴 때도 있다. 걸으면서 길을 찾을 때는 길거리 표지판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포인트(breakfastny.com/points)는 디지털 내비게이션을 아날로그 표지판으로 만들었다. 포인트는 기존 길거리 표지판처럼 거리에 설치돼서 보행자들에게 길의 방향을 알려준다. 또 인터넷과 연동해서 커피숍과 레스토랑, 상점 등 다양한 지역의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창의력을 높이는 아날로그

 

요즘 신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접하면서 성장했다. 이런 사람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오히려 새로운 자극으로 느껴진다. 연필로 글씨를 쓰거나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지에 현상하는 것은 신기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기기를 조작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면 보람과 행복을 더 느낄 수도 있다.

 

아이들의 그림을 인형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포푸프(pofuff.com)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스캔해서 파일 형태로 보내면 전문가가 봉제 인형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지녔다. 아이들이 그린 인형은 머리가 몸보다 2배 이상 크거나 인형이 머리와 다리로만 구성될 때도 있다. 형태가 다양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인형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대체로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교육을 받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그림을 인형으로 만드는 서비스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창의력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특히 3D프린터를 이용한 만들기 문화는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D도면은 3D프린터를 통해서 구체적인 사물이 구현되기 전까지는 디지털의 형태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이 도면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고 크라우드소싱으로 수정되며 3D프린터를 통해서 마침내 하나의 실존하는 물건으로 나온다. 이런 방법은 디지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아날로그의 장점을 차용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유인오 메타트렌드연구소 대표이사 willbe@themetatrend.com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hee@themetatrend.com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themetatrend.com)는 상품 중심의 최신 마이크로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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