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Says

사회적 규범 무시하는 ‘빨간 운동화 효과’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근 뇌신경, 인지과학 등 다른 학문 분야의 가세로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과학적인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밝혀낸 커뮤니케이션 관련 최신 이론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합니다.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비()권력자는 부나 권력의 차이만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르다. 최근 대통령, 기업인, 정당인, 사회운동가 등 많은 사람이 에티켓, 규범, 법 등 룰(rule)을 무시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권력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공식일정을 무시한 지각 행동으로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2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악수하는주머니 악수로 매너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그림 1)

 

지난달 9일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한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박근혜 씨로 호칭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에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비난하면서애비나 딸이나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에티켓이나 규범을 무시하는룰브레이킹(rule-breaking)’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학자들은 룰브레이킹이 권력욕의 지표라고 해석한다. 룰을 무시하는 배경은난 권력자라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라고 해석하려는 입장과아직 미성숙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징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룰브레이커 = 권력자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입장 가운데권력자라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라는 입장이 룰브레이커에게 강하다면서비례(非禮)’는 권력자의 징표이자 권력자로 인식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해석한다. 실제 권력과 룰브레이킹은 상관관계가 높다. 권력자는 룰브레이킹 성향이 높고 역으로 룰브레이킹을 할 경우 대중을 포함한 제3자는 룰브레이커(rule-breaker)를 권력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민이 아닌 타국에서 지각 행동을 한 것은 자국민에게 더욱 강력한 지도자로 간주될 수 있다. 외교적 관례를 무시할 정도로 당당한 지도자로 러시아 국민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머니 악수를 한 빌 게이츠 회장은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설사 문제가 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상황에 익숙지 않아서라고 변명하면 된다. 유사하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가 투자자 모임에 자유분방한 후드티를 입고 나온 것도 이 같은 성향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 성향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됐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권력자는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룰브레이킹은 권력 쟁취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에 대해 경칭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룰브레이킹을 통해 자신을 권력자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정치의 경우 어차피 반대파의 반응을 무시해도 응집력이 강한 지지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당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에티켓, 규범, 법과 같은 룰을 어기면서까지 반대파, 그것도 최고지도자를 거세게 공격하면 할수록 지지자의 강한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룰 위반의 대가가 크고(costly), 쉽게 인지할 수 있는데다(visible), 의도적일 때(intentional) 룰브레이커의 권력욕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유난히 룰브레이킹이 성행하는 이유는 룰브레이킹이 권력 쟁취수단이기 때문이다. 2011년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이나, 2009년 강기갑 의원의 소위공중부양사건도 국민 대부분이 기억하는 돌출행위다. ,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위면서, 그 대가가 크고, 누구나 알 정도로 돌출행위일 때 더 많은 권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에서는 룰브레이킹이 반대파를 위한 메시지가 아니라 지지자에 대한 메시지로 그들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그림 2)

 

우리나라처럼 정당 간의 경쟁이 극단적이고 지역성이 강할 경우 경쟁자를 거세게 공격하면 할수록 소속 집단 내부에서 사회적 지위가 제고되는 권력의 역설이 가능하다. 규범을 깨면 깰수록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 20.06%가 전과자로 18대보다 늘어났다는 통계도 룰브레이킹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를 룰브레이커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의 원천은 대중이다. 법이 권력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결정한다. 룰브레이킹으로 여론, 즉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을 갈구하는 사람은 룰브레이킹의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이룰브레이커 = 권력자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룰브레이킹 = 커뮤니케이션 전략

 

과학자들은 사회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행태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 2013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프랜시스카 지노(Francesca Gino) 교수팀은 룰브레이킹과 사회적 지위 간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수차례의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이탈리아의 명품숍에 들어온 쇼핑객의 옷과 시계를 조작해 판매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우아한 정장에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 고객과 운동복을 입고 스와치 시계를 찬 고객을 판매원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조사했다. 사람들은 드레스 코드를 어기고 운동복을 착용한 고객을 지위와 능력이 훨씬 높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강의실에 들어온 대학 교수의 복장과 외모를 보고 대학 교수의 지위와 능력을 평가하는 실험도 했다. 우선 넥타이를 매고 수염을 말쑥하게 깎은 교수와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교수를 비교 평가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이 경우에도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교수가 타인의 눈을 개의치 않는다며 지위와 능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검정 넥타이를 매고 참석하는 것이 드레스코드인 컨트리클럽 파티에 참석자들이 어떤 패션으로 참석하느냐에 따른 반응도 조사했다. 참석자들이 검정 타이와 빨강 타이를 매고 참석하도록 한 뒤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자들은 드레스코드를 무시하고 빨간 타이를 매고 온 사람을 규범을 준수하고 검정 타이를 맨 사람에 비해 지위나 능력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어떤 스타일을 배경으로 활용하는지를 두고 반응을 조사했다. 프레젠테이션 배경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스타일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프레젠테이션 배경으로 활용한 사람으로 구분했다. 평가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배경으로 활용한 사람을 지위와 능력이 훨씬 높은 사람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대중들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더욱 출중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빨간 운동화 효과(red sneaker effect)’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에티켓이나 규범에 복종하는 이들보다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지위나 능력이 훨씬 높다고 평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규범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룰브레이커를 훨씬 권력자라고 인식한 것이다.

 

201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반 클리프(Van Kleef) 교수팀은 권력과 룰브레이킹의 관계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연구했다. 사람들이 많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타인의 커피 캔을 들어 자신의 커피잔에 따라 마실 경우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조사했다. 사람들은 자기 것도 아닌데 타인의 커피를 따라 마시는 사람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회계 규칙을 가르친 뒤 이를 무시하고 회계장부를 정리한 사람과 규칙대로 정리한 사람으로 구분해 이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조사했다. 사람들은 회계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회계장부를 정리한 사람을 사회적 지위나 능력이 훨씬 높은 사람으로 평가했다. 또한, 카페와 같은 공개장소를 무대로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바닥에 담뱃재를 터는 비()매너남과 매너를 잘 지키는 매너남으로 구분해 실험을 했다. 사람들은 비매너남이 매너남에 비해 훨씬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그림 3)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책상에 다리를 올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평가하는 조사를 했다. 이 경우에도 사람들은 사무실 에티켓을 무시하고 다리를 책상에 올리는 사람을 보통 사람보다 훨씬 힘 있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규범을 무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권력이 있음을 드러낸다. 규범을 무시한다는 것은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을 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이고 권력자라는 시그널을 준다는 것이다.

 

권력과 룰브레이킹의 관계를 현실 속에서 검증한 대표적인 연구는 2012년 미국 버클리대 피프(Piff) 교수팀의 실증연구다. 피프 교수팀은 실제 횡단보도와 교차로에서 대형 고급차와 소형차가 얼마나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보행자를 배려하는지를 관찰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교차로에서 소형차는 교차로에 진입한 다른 차량에 양보를 많이 하지만 고급 차는 독불장군식으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 소형차는 보행자가 먼저 횡단하도록 한 뒤 계속해 자기 길을 가려는 대신 고급차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계속 운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자동차의 크기나 가격을 기준으로 구분해 볼 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교통법규 위반 등 범법 행위를 많이 저지른다는 게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많이 하고, 타인으로부터 귀중품을 더 갈취하며, 협상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더욱 강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속임수를 더 많이 쓸 뿐 아니라, 직장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 묵인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현장 및 실험실 실험을 통해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자나 권력자일수록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 권력과 룰브레이킹 간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방증하는 연구 결과다. (그림 4)

 

 

 

룰브레이킹과 스토리텔링

 

정치는생물(生物)’이다. 룰브레이킹은 어느 정도 위반하느냐 하는 정도도 중요하지만 반복을 통한 각인도 목적을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룰브레이커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파워에 의존하게 된다. 룰브레이커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돌발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기에각본 없는 드라마가 된다.

 

법이나 규범 같은 룰을 무시함으로써 탄압을 받을 경우 룰브레이커는 약자로 각인돼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항상 거대 악이 되기 쉽다. 더욱이 정부, 여당이나 권력자가 부정부패나 실수를 할 경우, 룰브레이커는 한순간에 거대 악에 맞서는 영웅적 존재가 되고 대중은 이에 공감한다. 정부라는 절대권력의 탄압에 맞서는 왜소한 룰브레이커는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공식이 투쟁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에서 강력하게 통용됐다. 이 때문에 정치인을 포함한 룰브레이커는 법을 포함한 룰을 파괴해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스토리텔링의 치명적 유혹에 빠진다.

 

룰브레이커가 겪게 되는 갈등(struggle)은 뉴스에 굶주린 미디어의 좋은 소재가 된다. 실제로 일부 미디어는 룰브레이커를 거대 악에 맞서는 용감한 존재로 묘사한다. 대중이나 미디어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룰브레이커를 자기편으로 간주하거나 반대파로 간주하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룰브레이커를 탄압할 경우 룰브레이커를 영웅시하는 영웅신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룰브레이커에 쏟아지는 사회적 주목에 따라 반대파는무뢰한이라고 비난하고 지지파는영웅으로 우대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룰브레이커에 미디어나 대중이 주목하는 이유는 유별성(uniqueness)에 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친구라는 광고 문구처럼 룰브레이커도 유별성을 보여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유죄를 결정하는 것은 금권이다. 룰브레이커를 영웅이냐 무뢰한이냐로 가르는 것은 룰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사회적 주목의 기피다. 룰브레이커는 대중의 주목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미디어가 유연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룰브레이커는찻잔 속 태풍으로 자연 소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가 주목한다면 자극적인 룰브레이커가 속출할 것이다.

 

룰브레이킹은 단순히 무례한 행위가 아니라 권력을 겨냥한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조직이나 국가 내부에 룰브레이커가 횡행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방예의지국이란 우리나라에서 룰브레이킹을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Bellezza et al. (in press). The red sneakers effect: inferring status and competence from signals of nonconformit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Piff et al,. (2012). Higher social class predicts increased unethical behavior. PNAS, 109-11, 4086-4091.

Van Kleef et al. (2011). Breaking the rule to rise to power: how norm violators gain power in the eyes of others. Social Psychology and Personality Science, 2-5, 500-507.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SCI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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