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美 서부 주말 드레스 코드가 요가복인 이유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55년에 설립된 하스경영대학원(Haas School of Business)은 실리콘밸리와 인접해 있어 테크놀로지 업계 및 스타트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 비율이 두드러지는 학교다. ‘혁신을 통한 선도(Leading through Innovation)’라는 기치 아래 공동체와 혁신을 중시하는 학풍을 갖고 있다. 올해가 발표한 글로벌 MBA 랭킹 3위에 올랐다. 매년 240여 명의 MBA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Q: 샌프란시스코 여성들의 주말 드레스 코드는?

 

A: 룰루레몬(Lululemon) 요가복과 나이키 운동화.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조깅과 운동이 생활화된 미국 서부에서는 실제로 동네 근처를 트레이닝복이나 요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이 매우 많다. 그중에서도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는 자체 개발한 특수 원단을 사용해 내구성과 착용감이 뛰어난 요가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필자와 다른 MBA 학생들 역시 이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는다.

 

캐나다 출신의 창업자인 데니스 윌슨(Dennis Wilson)은 원래 스노보드 및 서핑 용품을 파는 사업을 했다. 우연히 요가 수업에 갔다가 사람들이 땀 배출이 잘 안 되고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걸 보고 여성용 요가 바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룰루레몬의 첫 매장은 낮에는 사무실 겸 판매장으로, 저녁에는 요가 스튜디오로 사용됐다. (그림1)윌슨은 본인이 디자인한 편하고 땀 배출이 잘되는 요가옷을 사람들에게 입히고 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 디자인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다. 또 새 매장을 열 때는 그 지역의 유명 요가 강사들을 찾아가 1년간 무료로 룰루레몬 제품을 공급하고 그들을 룰루레몬의홍보대사(Ambassador)’로 임명했다. 이런 지역 요가 커뮤니티와의 연대는 룰루레몬의 빠른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올해로 설립된 지 15년째인 룰루레몬은 작년 한 해에만 매장 수가 170여 개에서 210개로 늘고 매출도 20% 이상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2)

 

룰루레몬의 성공 요인으로는 크게 제품의 경쟁력, 소비자 교육에 중점을 둔 직영 판매 방식과 지역 커뮤니티에 깊게 파고드는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1) 제품 경쟁력

 

룰루레몬의 대표 상품인 요가 바지에는 5년간 운동복으로 입고 세탁해도 견딜 수 있고 수축방지 처리가 된 통기성 소재가 사용됐다. 이 회사는 특수 기능성 원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셰리 워터슨(Sheree Waterson) 부사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최고의 원단을 만들기 위해 업계 최고의 화학자 및 원단 제조 업체들과 일합니다. NASA의 과학자들과도 일하지요. 원단 비용이 제품 원가의 80%를 차지합니다.”1

 

2) 소비자 교육

 

Educator’라고 불리는 매장의 판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의 기능적 특징과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룰루레몬의 제품들은 경쟁사 대비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요가 바지는 90달러대, 티셔츠는 50달러대) 다른 브랜드 제품 대비 어떠한 특수한 소재와 기술이 사용됐고 그에 따른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수긍을 하지 않으면 고객이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다. 매장 직원들은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들을 교육시킨다. 이를 믿고 산 고객들이 제품에 만족하면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연결된다. 필자가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개별 제품에 대한 직원들의 제품 지식이 상당한 수준이라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필자가 겨울용 운동복 상의를 찾는다고 하자 직원은 새로 들어온 두툼한 재킷을 소개해줬는데 보온을 위한 이중 안감에서부터 땀 배출을 위한 겨드랑이 부위의 망사 소재와 지퍼에 달린 고무줄까지 제품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매장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고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룰루레몬은 매장직원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 신입 직원들은 짧게는 40시간, 길게는 한 달에 걸쳐 조직 문화와 제품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3) 매장 매니저 주도의 마케팅

 

요가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스포츠웨어 브랜드답게 매장 주도로 요가 강습을 열거나 조깅 모임을 조직하는 등 지역 사회와 밀착된 마케팅을 펼친다. 각 지역별 특색에 따라 매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회사는 매니저들에게 기업가(entrepreneur) 마인드를 강조하며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재량껏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보통 대형 스포츠의류, 패션 업체들이 브랜드 관리를 위해 본사 차원에서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제품 디스플레이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관행과 비교하면 파격적일 만큼 유연한 운영이다.

 

이런 방식에 문제는 없을까? 실제로 지나칠 만큼 자유분방한 로컬 마케팅으로 인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몇몇 매장에서 쇼윈도에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문구를 설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CEO인 크리스틴 데이(Christine Day)는 이렇게 말한다.2  “매장 매니저들에게 많은 재량을 부여하다 보면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기도 하죠. 몇몇 매장 디스플레이들은 저조차도 깜짝 놀라게 했었어요. 때때로 우리가 뽑아서 교육한 매니저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운영 방식을 유지하려면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매니저들이 책임감을 갖고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단순히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실수를 했다면 이를 수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내부 교육입니다.”

 

 

 

조직의 문화를 관리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하스경영대학원의 제니퍼 채트맨(Jennifer Chatman) 교수는 다음의 4가지를 꼽고 있다.3

 

첫째, 가장 먼저 리더가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2009년 아마존에 인수된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자포스(Zappos)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한다는 핵심 목표를 토대로 미국 전역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을 보장한다. 온라인몰의 특성상 콜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콜센터를 외주 업체로 두는 것과는 달리 자포스의 콜센터는 100% 정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도자포스 고객 충성팀(Zappos Customer Loyalty Team)’이다. CEO 토니 셰이(Tony Hsieh)는 콜센터가 가장 바쁜 시기에는 사내 모든 직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콜센터 업무를 보조하도록 했다. 심지어 CEO도 예외가 아니다.

 

두 번째는 조직 문화에 걸맞은 사람을 골라서 채용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문화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회사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려야 한다. 특히 채용 및 면접 담당자들은 회사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선택할 것이고 반대로 지원자들은 채용/면접 담당자들을 보고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인재 교육과 양성이다. 회사와(fit)’이 맞는 인력들을 채용했다면 이들이 회사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설령 이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서 운신의 폭을 좁히기보다는 스스로의 실수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상과 동기부여가 조직의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이런 문화의 형성에 기여하는 구성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주고 공개적으로 인정을 해 줘야 한다. 만약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문화와 내부적으로 인정받고 보상받는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조직원들은 자연스레 보상이 따르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를 약화시키게 된다.

 

맺으며

 

필자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유수 기업들을 방문하거나 이런 회사에 다니는 동문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잡는다. 특히 매주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유수 대기업에서부터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까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동문들이 와서 해주는 특강은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의 문화는 어떤지,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기업들의 대부분은 직원들에 대한 복지를 중시하고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회사들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자사의 문화가 조직 구성원들 개개인의 발전과 커리어 목표 추구를 중시함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일하는 동시에 본인들의 발전과 목표 추구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하게 된다. 실리콘밸리 특유의 임직원 친화적인 조직 문화, 실패에 대한 용인 등이 어우러진 결과인 것 같다. 룰루레몬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매장 매니저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지 않았다면 창의적이고 지역 특화된 마케팅 전개가 어려웠을 것이고 오늘날처럼 단단한 소비자 지지기반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룰루레몬 사례를 강의한 밍 령(Ming Leung) 교수는 혁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불복종을 받아들이며, 의견 충돌이 장려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들과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창의적 혁신을 위해서는 빠른 실행력 이상의 경쟁력이 필요해 보인다. 톱다운 방식의 일사분란한 운영 방식은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는 적절하지만 다양한 탐색과 실패를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기업들이 실패를 용인하고 탐색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세계 시장에서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마켓 이노베이터(market Innovator)’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엄고운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kate_eom@mba.berkeley.edu

필자는 서강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상품기획 및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UC버클리 Haas 경영대학원 MBA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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