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경제 주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자체로 나쁜 측면만 있는 일은 없습니다. 빛과 그림자처럼 모든 세상사에는 나쁜 측면과 좋은 측면이 공존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뼈는 중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일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더욱 튼튼해집니다. 우주 공간에서 오래 생활하면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고 편안하게 유영도 할 수 있지만 뼈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편안함을 주지만 뼈를 약화시킵니다. 제약과 고통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긍정적 측면도 갖고 있습니다. 불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불황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꼽을 것입니다. 혁신을 하려면 반드시 도전이 필요합니다. 불확실성에 맞서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어떤 혁신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혁신 아이디어의 창안자 격인 조지프 슘페터는 관리자와 기업가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합니다. 기존 생산요소의 조합을 통해 모험정신을 갖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기업가이고 조직을 단순히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관리자라는 설명입니다. 지금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기업가를 양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관리할 일이 많아지면 기업가정신은 위축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대개 기업가정신은 창업 경영자가 가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슘페터의 통찰처럼 기성 기업의 존재 이유도 기업가정신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대 경영학의 거장인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의 조언이 큰 도움을 줍니다. 그는 우선 회사 밖으로 나가서 직접 보고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내부에서 서류 처리 작업만 하고 있으면 부실한 혁신 아이디어로 오히려 조직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드러커 교수는 간단하고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복잡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면 초점이 흐려져 실패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이런 통찰은 정책 분야의 연구에서도 관찰됩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하나의 목표만 추구해야 한다는 게 정책 분야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실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 정책은 해외 투자유치, 지역균형발전 등 여러 목표를 동시에 추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었고 정치적 논란 등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해 결국 어떤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드러커 교수는 작게 출발하라고 조언합니다. 대체로 기업들은 최고 인력을 활용해 몇 개월씩 기획하고 준비한 뒤 그랜드 오프닝을 거쳐 혁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현재 상황에서 이런 접근은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 소규모로 신속하게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학습할 수 있으려면 작게 출발하는 게 방법입니다.
그는 독창적인 것만 고집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수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내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사업 활동의 핵심에서 너무 벗어나 있는 분야로 가거나 너무 많은 혁신을 시도하는 것도 경계했습니다. 기존 사업과 무관하게 장래 유망할 것이란 믿음만으로 신사업을 선정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유망하다고 생각했던 태양광 사업에 집중 투자했던 일부 기업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업가정신이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슘페터와 드러커의 통찰은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의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됐습니다. 기업가정신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종업원 몰입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았으며 실적도 좋았습니다.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을 불황 타파의 원동력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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