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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창조경영

공동운명체의 혈통 지켜준 ‘코셔’음식

육동인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한 소수민족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모진 핍박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은 천재적인 두뇌와 시대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바탕으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최고위층의 지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올라선 유대인들의 지혜를 통해 초경쟁 시대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100여 년 전인 1912,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던 중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 배에 얽힌 스토리다. 지난 1997년 이 비극적 사건을 주제로 한타이타닉이란 영화는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타이타닉호를 탔던 승객 2200명 중 구조된 사람은 700여 명뿐이었고 이보다 두 배가 더 많은 1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망자 중에 유독 유대인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 칼럼들에서 언급됐던 구겐하임미술관의 설립을 주도한 페리 구겐하임의 아버지 벤저민 구겐하임이나 미국 백화점의 대명사격인 메이시스의 소유주인 이시도어 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 등 많은 유대인들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유대인들이 타이타닉호에 탔던 이유

 

유대인들이 타이타닉호에 많이 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대인들이 호화 여행을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독특하고도 분명한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당시 타이타닉호는 승객들을 모을 때우리 배에는 유대인들만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유대인 주방장을 고용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했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12일간의 긴 선상 여행기간 동안 자신들의 고유 음식 없이 생활하긴 힘들다는 점을 공략했던 것이다.

 

타이타닉 사례에서 보듯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대인 학생 비중이 높은 하버드나 예일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에서 유대인 전용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유대인들이 무엇을 먹는지 알아서 무엇하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유대인 음식문화를 어렴풋하게라도 알고 있으면 글로벌 에티켓을 갖추는 것은 물론 때론 사업상으로도 큰 도움을 얻기도 한다.

 

정통 유대인들은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코셔(kosher)라고 한다. ‘적절한, 옳은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인 카슈르트(kashrut)에서 나온 말로 통상적으로 유대인의 음식을 코셔라고 부른다. 아랍권의 음식인 할랄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할랄이나 코셔 모두 매우 중요한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셔가 음식의 형태가 아니라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는 법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중국 음식도 유대인 법에 따라 만들면 코셔가 되고 베이글 같은 전형적인 유대인 식품도 유대인 법을 따르지 않고 만들면 코셔가 아닌 게 된다. 유대인들이 중시하는 코셔의 기준과 의미를 따지는 책만도 수백 권이 나와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예만 들어보겠다.

 

우선 채소나 과일 등 식물성 음식은 무조건 코셔다. 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육류의 경우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것만 먹는다. , , 염소 등은 여기에 포함된다.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코셔가 아니다. 유대인들은 그래서 가급적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류의 경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코셔다. 따라서 연어, 도미, 조기 등은 먹을 수 있지만 비늘이 없는 상어, 고래, 미꾸라지나 비늘, 지느러미 둘 다 없는 오징어, 낙지, 문어 등은 먹지 않는다.

 

코미디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로 여겨질 수 있는 소고기와 우유를 함께 먹지 않는다.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에서다. 고기를 먹고 나서 적어도 세 시간이나 여섯 시간 뒤에 우유를 마신다. 뱃속에서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햄버거 가게에서 치즈와 고기를 함께 넣은 치즈버거를 먹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먹는 고기에는 절대로 피가 섞이지 말아야 하는 등 재료를 다룰 때 적용하는 아주 까다로운 규정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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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동인

    - (현)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사장 재직 한국컨설팅산업협회 부회장
    - (전)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논설위원
    - (전)국회사무처 공보관 홍보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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