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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Management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이유는

이방실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창업 10년 만에 흑자를 낸 이 기업은 올해 1 30달러선이던 주가가 지난달 말 190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대박을 냈다. 이달 초 주력 전기차인 프리미엄 세단모델 S’의 화재로 테슬라에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여파로 주가가 한때 17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사고 발생 후 2주 만에 180달러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테슬라에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정부 보조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서비스 시설도 캘리포니아 등 서부를 제외하면 턱없이 부족한데다, 과연 안전하게 탈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테슬라를 꼽고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를2의 스티브 잡스라 칭송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IT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도 아닌 대표적인 굴뚝 제조업인 자동차 분야의 벤처기업이 불과 10년 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돋보이는 점은 우선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고가인 전기차 가격을 어떻게든 낮춰 한 대라도 더 팔 궁리를 했다. 테슬라는 달랐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단시일 안에 획기적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값을 한두 푼 내리느라 애쓰느니 비싼 가격을 유지하되 전기차만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최대한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초기 가속도가 삐른 전기차의 특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스포츠카로드스터를 그들의 첫 작품으로 내놓았다는 사실이 그 증명이다.

 

테슬라는 2008년 초 대당 1억 원이 넘는 로드스터를 선보이며럭셔리 마케팅을 펼쳤다. 머스크는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할리우드 연예인들을 찾아다녔을 정도다. 테슬라를 구입하면앞서가는 친환경 전도사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머스크의 말에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 톱스타들이 지갑을 열었다. 애초부터 고가 시장인 고급 스포츠카 시장을 겨냥했기에높은 가격은 제약 조건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발상을 전환한 덕에 제약 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테슬라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뽑은올해의 차로 선정된 모델 S가 대표적이다. 센터페시아에 17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있어 라디오, 오디오, 공조장치 등을 통합적으로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접속 가능하다. 심지어 옵션 주문을 통해 트렁크 위치에 2인석 시트를 추가하면 최고 7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달 초 발생했던 모델 S 화재 차량의 피해자인 운전자 로버트 칼슨이나는 여전히 테슬라의 열성 팬으로 향후에도 테슬라를 타고 싶다며 변치 않는 충성심을 보이는 게 수긍이 갈 정도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던 모순을 해결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배터리를 많이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 경우 차량 무게가 무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테슬라는 배터리 양을 과감하게 늘리는 대신 차체를 강판에서 알루미늄으로 대체, 경량화를 꾀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 이상해(理想解, 주행 가능 거리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 양을 늘린 후, 그에 따른 역기능(무게 증가)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작용(알루미늄 차체 교환)을 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모순 해결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테슬라만의 독특한 배터리팩 설계 방식의 공이 크다. 대개 각형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배터리 셀을 사용해 배터리팩을 만들던 경쟁사와 달리 테슬라는 원통형 리튬이온전지에 주목했다. 원통형 리튬이온은 불안정해 폭발 위험이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다른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용량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셀을 연결하기도 어렵고 안전성도 취약한 원통형 리튬이온 대신 안전성이 높은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했다. 테슬라는 이와 정반대의 접근을 취했다. , 남들이 외면하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안정화시키는 기술 확보에 주력한 것. 그 결과 테슬라는 경쟁사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팩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주행 가능 거리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단점을 보완하려 하기보다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차별화된 가치 제공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역발상적 접근을 통한 모순의 해결, 이 모두가 오늘날 테슬라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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