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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와해적 혁신, 전기차 현대?기아차는 적응할 수 있을까

강진구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기차)는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노사분규와 파업으로 진통을 겪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과 노사 간의 갈등은 현기차의 생산성에 적지 않은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갈등 이외에도 최근 현기차는 그랜저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 산타페의 트렁크 누수, 아반떼와 K3의 엔진룸 누수 등 크고 작은 품질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기차의 일련의 문제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현기차의 잇따른 품질 문제와 고질적 노사갈등이 현기차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이 같은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해 필자도 십분 동의하는 바이나 경영전략을 전공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이들 외에 또 다른, 그리고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할지도 모르는 위협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위협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단 현기차뿐만이 아닌 국내외의 많은 완성차 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

 

 

1.전기차 기술의 위협

 

최근 친환경 자동차 기술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수소연료전지,그리고 가장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 등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수소연료전지기술을 제외한 다른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서 일본과 구미 업체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1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 비해서 비해 10년 이상 뒤져 있다고 보고 있으며 클린디젤 기술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독일 업체들에 비해 역시 상당한 기술적 격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를 다수의 신생기업들과 구미의 완성차 기업들이 뒤늦게나마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전기차 기술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휘스커, GM과 노르웨이의 싱크글로벌, 영국의 라이트닝카, 독일의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중국의 BYD 등 다수의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기술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셰 등 내로라하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를 주력 전시 차종으로 내세웠다. 특히 BMW의 경우 이번에 내놓은 전기차 i3를 개발하기 위해 3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차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차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전기차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엔진과 그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해주는 기술(트랜스미션)이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동력의 공급이 매우 단순한 디자인으로 이뤄진다. 전기차는 전체 부품 수가 200여 개에 지나지 않는 반면 내연기관(가솔린 엔진) 자동차의 경우 1500여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오늘날의 전기자동차 대부분은 1988년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교류모터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적인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따라서 신생 자동차 업체라도 큰 어려움 없이 전기차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이 아닌 바로 전지의 품질이다. 현재 전기차의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 역시 전지의 품질(용량과 가격)이다. 기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나 전지의 용량과 가격에 있어서 혁신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지 기술의 혁신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  문제는 전지의 용량과 가격의 개선에 대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라는 점이다. 모든 기술은 특정한 궤적을 따라서 진보해 나간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의 궤적을 기술적 궤적(technological trajectory)이라고 칭한다.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회로기술은 2배로 진보해 나갈 것이라는 안정적인 기술 진보의 궤적을 제시하고 있는 무어의 법칙이 좋은 예다.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항상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는 미처 꿈꾸지 못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 혁신이 종종 등장한다. 기술적 진보의 속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반도체 기술을 다시 보면 1965년에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늘어나기 위해서는 1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이 분명 잘 맞았다. 그러나 2002년 시점에서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가 되는 데 12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황의 법칙이 이를 설명했다.

 

만약 전기차의 경우에도 전지 기술의 개선이 기존 자동체 업계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가능해진다면, 혹은 전기차 기술의 궤적이 갑자기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자동차 업계의 운명은 전기차 기술 궤적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용 전지의 성능 개선 속도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에 대해 낙관적인 전문가들도 역시 존재한다. BYD의 최고경영자 왕추안푸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런 머스크 같은 이들이다.

 

2.현재 기술 표준의 점진적 개선에 몰두하는 기존 기업들

 

1)전기자동차 기술진보의 궤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성 개선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의 하나가 바로 자동차의 연비 개선이다. 연비 개선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은 파워트레인의 성능 향상, 즉 엔진의 효율 증가와 트랜스미션 기술 개선을 통한 동력의 손실 최소화, 그리고 차체의 경량화 및 공기저항성 감소 등에 기술 개발의 초점을 맞춰왔다. 이론적으로도,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이러한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연비 개선의 기술적인 궤적은 지속적인 진보를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연비 개선은 지속적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기술적 궤적은 최근 하이브리드 및 클린디젤 기술의 등장으로 다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의 경우도 비록 친환경기술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으로 구동되고 화석연료를 주된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연기관 기술의 일부로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술의 궤적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3

 

 

<그림 1>의 파란색 화살표는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의 시간의 흐름에 상응하는 비용 대비 성능의 진보 혹은 기술적 진보의 궤적을 나타낸다. 그리고 녹색 화살표는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보여준다.4  그렇다면 전기차 기술은 이 자동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나타내는 <그림 2>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림 2>에서 붉은색 화살표는 전기차 기술의 기술적 궤적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시점에서 전기차 기술의 효율성(비용 대비 성능/연비)은 내연기관 기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 관건인 전지의 용량은 증가할 것이고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 어느 시점에는 전기차 기술의 비용 대비 성능이 기존의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술을 추월하게 된다.그림상에서는 붉은색 화살표가 녹색 화살표와 교차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전기차의 기술적 궤적이 과연 미래 어느 시점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술적 궤적을 추월할 것인가다. 전기차 기술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기업들이나 전기차 업체의 예상 주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아마도 <그림 3>과 같은 전기차 기술의 궤적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전기차 기술이 내연기관 기술을 따라잡는 시점은 앞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미래에나 도래하게 된다. 내연기관 기술에 기반한 현재의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에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까지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당분간 자동차 산업구조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라는 점도 시사한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전기차 혹은 전지 기술의 진보에 대한 예상이 틀리다면? <그림 4> <그림 3>에서 예상하는 전기차 기술의 궤적과는 상당히 다른 미래를 예상한다. <그림 4>에서 제시하는 전기차 기술의 궤적은 매우 가파른 기술적 진보를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파른 기술적 궤적은 전기차의 효율성과 성능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능가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의 경우가 그러했듯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들조차도 기술적 진보의 속도에 대해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예측을 하곤 한다. 현재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다.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폭등에 가까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적어도 시장이 예상하는 전기차 기술의 진보의 궤적이 현재 자동차 업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음은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가 최근 Barron’s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말이다.

 

“기자 양반, 이런 뻔한 얘기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전기차의 전지 가격은 조만간 대폭 하락하게 될 거요. 당신은 전기차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 같군요. 인터뷰는 이만 마칩시다.”

 

이 작은 사건을 그저 일런 머스크의 괴팍한 성격의 발현으로 치부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다. 그러나 여러분이 신중한 투자자이거나 자동차 업계의 이해 관계자들이라면 이 에피소드가 무엇을 시사하는가에 대해서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하다. 머스크의 과도한 자신감은 어쩌면 전기차 기술의 진보 궤적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외부의 제3자들 중에도 전기차 전지 기술의 진보에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이미 2008년에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23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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