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최근 수많은 새로운 경제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정책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기보다는 복지와 성장이라는 다양한 특성들이 혼재돼 있어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 정책의 본질이 혼동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정책의 홍수 속에서 신정부가 가장 조심해야할 부분 중 하나가 모럴해저드다.
2008년 9월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러더스의 회사정리 신청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해 이후로 미국발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진화하면서 과거 어느 시기보다도 전 세계 경제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줬으며 아직도 불황의 긴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어떠한 원인을 밝혀내든 결국은 관련 당사자들의 모럴해저드로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야기됐다고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총체적이고 충격적인 모럴해저드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심각한 위험 상황으로 몰고 갔음을 보게 된다. 미국 정부도 관련 당사자들의 모럴해저드 문제를 금융당국이 적절하게 규제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봤고 이후 금융개혁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럴해저드로 인한 여러 난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최근 한국의 상황을 보면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잠재력의 확충과 동반성장을 위한 벤처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경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에게도 만연돼 있는 모럴해저드를 보면서 한국 서민들이 낸 엄청난 액수의 피땀 어린 세금이 일부 사업주의 사욕이나 외부의 압력 등으로 흔적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 사회에 아직도 팽배해 있는 모럴해저드 때문이다. 한국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도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모럴해저드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모럴해저드는 합리적 사고를 하는 경제주체들도 가질 수 있다. 신정부는 이런 모럴해저드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신정부는 국민통합을 위해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같은 비교적 정직한 사회에서도 금융 산업이 성장 동력이라는 이유로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규제감독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극심한 모럴해저드가 발생했고 결국 미국과 전 세계가 고통스러운 불황에 빠져들었다.
신정부 정책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나 한국의 전반적인 사회적 정서와 정직성 수준을 고려해볼 때 신정부정책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다수의 경제주체들은 이에 편승할 것이 뻔하다. 이들의 모럴해저드는 한국 경제의 정보 비대칭을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기능에 의해 통제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신정부에서는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럴해저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감독 및 모니터링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노력의 정도와 성과를 감시 및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제주체들의 모럴해저드를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규제감독하는 법적ㆍ제도적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다양한 계층을 위한 경제정책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해 적절한 수위에서 공개하고 경제주체들의 행위와 노력을 철저하게 평가ㆍ통제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협상론의 석학인 로저 피셔(Roger Fisher) 교수의 “Proceed independent of trust”를 진지하게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경제주체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 하더라도 모럴해저드에 대한 모니터링은 지속돼야 한다.
김용덕 한국국제경영학회장·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김용덕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Wisconsin-Madison대에서 MBA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에서 법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도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을 거쳐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이며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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