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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드는 ‘코리안금융’ 구축하라

박영석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최근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기업들은 국내보다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아예 판매시장에서 근접한 곳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충분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은 자본가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고용 창출 없는 성장은 의미가 없다. 또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용 창출 없이 성장하면 자본을 가지고 있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사이의 양극화가 확대돼 자본주의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제도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문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양극화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MB정부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성과공유제의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MB정부에서는 성과공유제와 같이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에 나누어 주는 성과배분에 초점을 맞춰 양극화를 해결하려고 했지 사전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양극화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 인력, 자금, 시장과 같은 경영의 필수요소들에 대한 접근성이 대기업과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어서 고위험 저수익의 구조적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융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래서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중소기업금융은 정책금융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낮은 금리의 정책금융을 통해서 중소기업을 도와주면 이러한 혜택은 납품가 후려치기를 통해서 대기업이 모두 빨아들인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정책금융의 최종 수혜자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최종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정책금융은 중소기업의 구조적 악순환을 본질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투명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영구조로 인한 누수현상과 중소기업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다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9988’이라는 숫자로 대변된다. 이는 전체 기업체 수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총 근로자의 88%를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중소기업이 고용 측면에서 국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국민들은 세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금융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본질적 역할인 일자리 제공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변수로 고려될 필요성이 있다.

 

고용 창출을 고려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를 해당 중소기업에 투자한 금융회사의 수익으로 계산해주는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금융 패러다임은 중소기업의 금융시장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으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금융이 고용 창출을 통해서 분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질적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도입된다면 중소기업 지원의 문제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정치적 영역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인 경제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슬람국가에서 이슬람금융이 실행되듯이 우리나라에서는 고용 창출을 고려하는코리안금융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코리안금융을 도입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고용 창출과 같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기여를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하여 계량화하는 인프라의 구축이다. 정부는 코리안금융의 패러다임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재무관리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이며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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