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강산이 바뀐다는데…

128호 (2013년 5월 Issue 1)

경영서적 쓰기 참 어렵습니다. 톰 피터스가 쓴 전설적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나온초우량(excellence)’ 기업 중 절반 이상이 5년 안에 그저 그런 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짐 콜린스가 쓴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등장한 11개의위대한(great)’ 기업 중 서킷시티는 파산했고 패니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습니다. 콜린스의 후속작이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였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분석도 나옵니다.

 

미래학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미래학자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자동차 운전 같은 일은 결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고 돌발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운전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꽤 설득력 있다고 여겨졌지만 불과 6년 만에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했고 거의 무사고(딱 한 번 사고가 있었는데 구글 차량이 신호대기 중 뒤차가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100% 뒤차 과실입니다.) 30만 마일 이상 운전에 성공했습니다.

 

위대한 기업이라 칭송받다가 한순간에 위기가 찾아오는 세상입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겠지만 예측하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했는데 요즘 나온 안드로이드법칙(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장착한 혁신적 신제품이 2, 3개월 만에 출시되는 현상)에 따르면 두 달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세상입니다. 이유는 급격한 글로벌화, 기술발전, 지식사회 도래 등 굵직한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들의 미래 선호도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한 기업인은 성철 스님의 화두였던이 뭐꼬!”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시장의 작은 변화,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객들의 작고 사소한 불만이나 클레임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작은 변화의 씨앗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감의 힘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서서 같은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래를 주도할 아이디어가 도출된다는 것입니다. 하이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중국에서는 세탁기로 야채를 씻다가 고장을 일으키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준을 탓하며 무시했지만 하이얼은 고객과 공감하며 야채를 씻는 기능을 담은 세탁기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도 필수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미래를 주도적으로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 덕분이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런 접근은 업계의 기존 통념과 상식, 기본 가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좋은 무기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2020년 즈음 세상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전망을 담았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 2020년을 예상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 높은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이런 변화가 현실화할 때를 대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인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저널리스트, 미래학자 등이 이번 도전적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지혜와 용기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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