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Based on “Performance of Music Elevates Pain Threshold and Positive Affect: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ary Function of Music” R.I.M. Dunbar, Kostas Kaskat, Ian MacDonald, & Vinnie Barra (2012, Evolutionary Psychology 10, 4, 688-702).
왜 연구했나?
기업 동호회의 순기능은 많다. 업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 음악도 이런 순기능을 한다. 음악에는 고통을 잊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 노래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과는 동질성이 높아진다. 스포츠 경기처럼 뜨거운 열기에선 음악이 필수다. 응원 현장에서 음악은 멜로디가 들어 있는 노래부터 리듬이 강한 응원박수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존재한다. 음악의 이런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뉴스 지면을 장식했던 월가의 점령시위가 그 예다. 월가의 점령 시위가 흐지부지 끝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음악의 부재가 꼽힌다. 음악을 통해 참가자의 결집력을 강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악의 공동체 강화 기능은 오래 전부터 활용돼왔다. 전통 사회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음악을 사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여럿이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박수를 치거나, 악기를 연주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음악의 이런 기능이 음악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만일 음악 자체에 공동체 강화 기능이 있다면 음악을 듣기만 해도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음악의 수행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는 것이라면 결속을 위해선 노래, 춤, 연주 등의 행위가 필요하다.
무엇을 연구했나?
음악이 즐거움과 연결되는 이유는 음악이 엔도르핀을 분비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몸 안에서 분비되는 천연 진통제다. 생명체는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고통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사냥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하루종일 뛰어다녀야 하고 곡식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햇살 아래서 땀을 흘려야 한다. 이런 고통을 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진통물질이 필요한데 그게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잊게만 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즐거움까지 경험하게 한다. 식량을 얻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 겪는 고통은 그 자체가 보상이 될 수 있다. 또 고통을 잊게 하면서 즐거움까지 경험하도록 하는 엔도르핀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 다른 사람이 우호적일 때만 그 사람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우호적이지 않은 다른 사람의 존재는 위협적이고 스트레스다. 따라서 엔도르핀 분비가 따르지 않는 인간관계는 긴장과 스트레스일수밖에 없다. 긴장의 연속인 상황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함께 경험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몸으로 신경세포 수준에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많은 연구에서 음악이 엔도르핀 분비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입증됐다. 음악 자체가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춤추고 노래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과정이 엔도르핀을 분비하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았다.
연구방법과 결과
영국 옥스퍼드대와 버밍험대, 리버풀대의 공동연구팀은 고통감내검사를 통해 음악과 엔도르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엔도르핀이 진통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통을 참는 정도가 크다면 체내에 엔도르핀이 분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모두 네 차례의 실험을 통해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사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고통감내 수준과 다양한 방식의 음악 행위를 한 사람들의 고통감내 수준을 비교했다. 다양한 음악행위는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혹은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다. 결과는 예측대로 음악 행위 집단의 고통감내 수준이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높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음악이 인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고통을 잊게 해주고 이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엔도르핀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이자 쾌락을 통해 안락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 안락감이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수동적인 음악감상은 엔도르핀 분비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엔도르핀의 분비는 음악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수행하는 데서는 온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연구가 기업 경영에 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음악 동호회에 대한 지원이 단지 직원들에게 베푸는 복지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음악 활동은 엔도르핀 분비를 통해 업무에서 받는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도까지 함께 높여준다. 춤과 노래는 투자인 셈이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 연구팀 선임연구원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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