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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 부하를 키우는 리더와 부하를 죽이는 리더 - 2

스티브 잡스는 왜 팀쿡을 키웠나?

정동일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리더가 범하는 가장 큰 실패?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와 그의 리더십 계발 회사인 The Ken Blanchard Companies 2000년대 중반 1400명 이상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로서 자신들이 범했던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완벽할 것만 같은 역량을 갖추고 많은 부하들을 이끌어 가며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들이 스스로 고백한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이었을까? 이 조사에서 드러난 리더가 범하는 다섯 가지 가장 큰 실패는 < 1>과 같다.1

 

 

이번 칼럼을 리더가 경험한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한 이유는 5위로 뽑힌 실패가 바로 부하들을 훈련시켜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피드백, 경청, 자신의 기대치에 대한 명확한 의사 소통 등은 추후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번에 이어 리더로서 부하들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 기억해야 할 원칙을 추가로 살펴보도록 하자.

 

효과적인 부하 육성을 위한 실천전략 #3:

부하의 단점을 보완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부하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실패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리더가 부하의 단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도록 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이봐 김 과장! 내가 당신을 지켜보니까 당신은 창의적인 생각이 부족한 것 같아. 그걸 좀 고쳐봐!” “이봐 이 대리! 당신은 실행력이 부족해. 그래서 무슨 일을 하겠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 같은 식으로 부하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부족한 점들을 자꾸 들춰내고 지적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단점에 초점을 맞추는 부하 육성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이런 단점에 초점을 맞춘 부하 육성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부하들을 방어적으로 만들기 쉽다.상사의 지적에 대해그래 나는 이걸 좀 고쳐야 해!”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하는 많지 않다. 이보다는자기도 못하면서 맨날 우리만 보면 이것도 고치고 저것도 고치라고만 해!”식의 부정적이고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갖기가 훨씬 쉽다.

 

단점에 초점을 맞추는 부하 육성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도 자신이 지닌 단점이나 부족한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만약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할 정도의 노력을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더 계발하고 잘 활용하는 데 투자한다면 결과는 상대적으로 더 좋을 가능성이 많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 때문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잭 젱거(Zack Zenger)와 조 폴크먼(Joe Folkman)은 그들의 저서 <탁월한 리더 (The extraordinary leader)>를 통해 탁월한 리더와 평범한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이 지닌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려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뚜렷한 강점이 없는 리더는 34%의 효율성을 갖지만 단 하나라도 뚜렷한 강점만 있다면 그 효율성이 64%로 급상승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2 똑같은 정도의 노력을 한다면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게 더 바람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점 위주의 부하육성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은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점 극복을 통해서는 차별화된 개인 역량을 계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이고 개인이고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기업 또는 사람과 차별화된 역량을 계발하는 게 필요하다. 2011년 초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영미 교수가 펴낸 <디퍼런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유틸리티 브랜드인 지프(Jeep)사에서 시장조사를 부지런히 하고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비자들은 지프차가 터프한 맛은 있는데 고장이 잘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반면 니산과 도요타는 잔고장이 없어 신뢰성은 뛰어난데 밋밋하니 운전할 맛이 나지 않고 터프하지 못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두 회사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20년 동안 꾸준히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런 노력들이 자동차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는 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다 괜찮은데 딱히이거다!’ 하는 차가 없네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전형적인 상향 평준화 후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문영미 교수는 이와 관련, “자동차 기업들이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한 특성들에 대한 지적뿐이다. 그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조사의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시장조사에 의존한 나머지, 아우디는 볼보를 향해 달려가고, 볼보는 아우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56)”라고 이야기한다.3

 

필자는 리더 본인들은 물론이고 부하들의 역량과 리더십 계발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이 부족한 김 과장에게 창의성을 높이란 이야기만 하고 실행력 부족한 이 대리에게 실행력을 높이란 이야기만 한다면 결국 모두 그만그만한데 딱히이 사람이다!”라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부하를 육성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물론 자신이 지닌 결정적인 단점이나 업무 수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역량이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부하들을 육성할 때 더욱 중요한 건 그들이 지닌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잘 활용할 방법과 업무를 파악해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란 사실을 기억하자.마커스 버킹햄이리더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줄 수 있는 역량계발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4

 

부하 육성의 원칙 #4: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부하를 키워라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부하 육성의 원칙 네 번째는 가능하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부하들을 중점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들이 미래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 조직 전체적인 역량을 향상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데 있다. 이런 이상적인 이유만으로 부하들을 육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요한 건 부하를 잘 키우는 것과 리더로서 내 개인의 성공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가면 내가 모든 것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 깨달아야리더로서 직급이 올라가고 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리더라도내가 모든 일을 다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이 단계가 리더로서 가장 위험한 시기다. 모든 걸 다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무시하고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려 한다면 (대개의 경우 자신의 역량과 경험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과도한 업무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결국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겨 당황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부하, 동료, 상사와의 인간관계까지 악화되고 실패한 리더라는 평가와 함께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다할 수 없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부하를 뽑든지 키우든지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스마트한 리더라면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부하 육성의 네 번째 원칙이 빛을 발하게 된다. 대부분의 리더를 관찰해 보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부하들을 키우려 한다. 자신과 비슷한 부하에게서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역량, 배경과 사고방식 등을 가지고 있는 부하들은 키우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업무를 나누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해 성과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방식이 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 리더 스스로 내가 가진 장점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너무 세세하게 장점을 파악할 필요는 없다.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하고 싶어지는 일과 아무리 중요하고 보상이 뒤따라도 하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있는지 고민해 보자. 혹은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장점을 찾아보자. 예를 들면 많은 독자들이나는 전체적인 방향 설정을 하는 데는 뛰어난 것 같은데 디테일을 챙기는 게 좀 부족한 것 같아혹은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은 있는데 실행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등의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하는 디테일을 잘 챙기는 능력이 뛰어난 유형과 일이 주어지면 빠른 속도로 실행을 잘할 수 있는 유형이다.

 

스티브 잡스가 팀 쿡을 키운 이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리더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으며 모든 역량을 가진 뛰어난 리더란 평가를 받았던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극도로 싫어했으며 뛰어나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관리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팀 쿡 (Tim Cook)이란 부하를 키웠다. 스티브 잡스로 인해 리더로 성장한 팀 쿡은 잡스가 여러 번의 병가를 신청하고 암으로 투병하던 시기에 그를 대신해 훌륭히 업무를 수행해 잡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잡스의 암 투병으로 인해 리더십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를 육성한 덕분에 애플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업무를 나누는 것은 흔히 동료나 팀원들 간의 일이란 생각을 많이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업무 분담은 리더와 부하 사이에 일어난다. 결국 리더로서 나의 성공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명확히 판단해 (그런데 이게 과거의 성공이나 내가 가진 역량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쉽지 않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내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데 달려 있다.그리고 내가 잘할 수 없는 일들을 잘할 수 있는 부하들을 키우려는 노력을 한다면 직급이 높아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딜레마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잘하는 리더는 직급이 높아지면서 더욱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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