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피하는 브랜드 평가법

124호 (2013년 3월 Issue 1)

불황기에는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활동에 돈을 쓰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불황은 후발주자에게 다시 오기 힘든 기회도 제공한다.

 

선발주자가 주춤한 사이에 마케팅에 과감하게 투자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 유력 기업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그 가치가 저평가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브랜드와 같이 차별화의 기반이 되지만 쉽게 구축할 수 없는 핵심 무형 자산을 얻는 기회가 된다. 이때 성공의 관건은 정확한 가치평가에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인수기업의 경영 악화를 일컫는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첫 관문이 바로 브랜드와 같은 핵심 무형 자산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다.

 

브랜드 가치평가 방법은 크게 비용기반 접근법(cost-based approach)과 수익기반 접근법(income-based approach)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용기반 접근법은 해당 브랜드 자산을 다시 구축하거나 대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그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일부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상 영업권(goodwill) 항목 내에 브랜드의 가치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브랜드 가치 항목을 별도로 대차대조표에 명시하도록 규정한 국가도 있다. 대차대조표에서는 자산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자산의 가치는 획득 비용으로 표시된다. 이처럼 비용기반 접근법은 재무제표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회계적 접근법(accounting approach)이라고 볼 수 있다.

 

비용기반 접근법의 장점은 비교적 간단하게 브랜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 브랜드를 소유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기업의 전체 시장가치로부터 그 기업이 보유한 유형 자산의 현재 기준에서의 획득 비용 또는 가치를 빼는 방식으로 무형 자산의 가치를 계산하고 여기서 다시 다른 무형 자산의 가치를 빼 브랜드 가치를 도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보유한 모든 유무형 자산에 대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가치를 측정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수익기반 접근법은 해당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추가적인 수익의 현재가치로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재무적 접근법(financial approach)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브랜드 가치 평가법이다. 인터브랜드는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재무적 분석(financial analysis: 무형자산에 기인한 현금 흐름 계산), 수요 분석(demand analysis: 브랜드 파워의 공헌도 계산), 경쟁 벤치마킹(competitive benchmarking: 경쟁을 고려한 브랜드 할인율 계산), 브랜드 가치 계산(brand value calculation: 브랜드로부터의 미래 수익을 할인한 현재 가치 계산) 5단계를 거쳐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 평가법은 거의 모든 산업의 대부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를 세우고 각 시나리오별로 의사결정의 조건을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2차 자료는 물론 고객 서베이와 같은 1차 자료도 구해야 한다. 계산 과정에서 시장은 물론 자사와 경쟁사의 경쟁력에 대한 수많은 조건부 가정을 세워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불황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추격자에게는 과감한 인수합병이나 마케팅 투자를 통해 선도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때 단지 경영자의 감()에 의지하거나 개인적 열망에 따라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필패다. 반대로 제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다가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투자의 가치를 평가하고 기회와 위협을 다각도로 바라볼 때 의사결정의 신뢰성은 물론 속도도 높일 수 있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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