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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에 주목하라

김남국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무기는 발명 과정에서의 복잡함이나 어려움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위력으로 가치가 결정된다.”(손정의, 242P, 사노 신이치 지음, 럭스미디어, 2012)

 

기업가정신의 상징적 인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입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기라도 위력이 없으면 무의미합니다. 무기를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위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마도 고객이 느끼는 가치일 것입니다. 공급자가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첨단 제품을 내놓더라도 고객들이 별로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기업들은 고객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베테랑 컨설턴트는 기업의 90%가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물론 이런 기업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포커스그룹 인터뷰도 하고 만족도나 추천 수준, 개선사항을 묻는 설문조사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정보의 대부분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고객들은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제품을 사용하며 느끼는 불편함, 불안함, 결핍, 부족,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신제품을 누군가 만들어내면 그제야 열광합니다.

 

지구상에서 외발 손수레를 끌어본 사람이 수십억 명은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은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많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한 영국인이 외발 손수레의 바퀴를 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 초보자도 쉽게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생활가전 업계 최고의 혁신기업인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입니다.

 

과거 뉴욕 월가에서 일하던 주식 트레이더들은 정보를 제공하는 단말기가 너무 작은데다 키보드 크기도 작아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트레이더들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를 감수했습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블룸버그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입니다.

 

프라이팬으로 요리하다가 기름이 튀겨 화상을 입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음식물을 뒤집다 모양이 부서져 마음 상해본 경험을 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대다수는 이런 불편함을 참고 넘겼습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이런 고충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붕어빵 틀을 보고 프라이팬을 양면으로 만들면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해피콜의 이현삼 사장입니다.

 

수요 창출(demand creation)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출발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사소해 보이는 불편이나 불만사항들 모두가 위대한 혁신의 원천입니다.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을 모으는 일은 불황기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수요 창출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집약했습니다. 많은 실전 사례들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고전에 나오는 화석화된 지혜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폭발적인 수요 창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이익보다 사람이 겪는 불편함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도 이런 현상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수요 창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을 체득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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