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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경영자의 視野

김남국 | 122호 (2013년 2월 Issue 1)

 

초보 운전자와 노련한 운전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시야(視野)’입니다. 초보 운전자는 시야가 좁아 돌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주 사고를 냅니다. 노련한 운전자는 넓은 시야를 가졌기 때문에 선제적 방어 운전이 가능하고 목표지점에 효과적으로 도착합니다. 경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넓은 시야를 가진 경영자는 전체 그림을 조망한 뒤 현명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의 머리 좋은 경영자도 때로는 초보 운전자처럼 좁은 시야 때문에 고전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혁신 기업 중 하나인 미쉐린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쉐린은 펑크가 나더라도 아무런 불편 없이 무려 200㎞나 주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타이어를 개발했고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이 제품을 쓰면 타이어가 펑크 나더라도 위험한 갓길에 차를 정차시켜 놓은 채 서비스 요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일거에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어 타이어를 싣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차량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완벽한 가치 제안이라고 판단한 미쉐린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참담하게 실패했습니다. 새 타이어는 펑크가 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장착해야 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의 협력이 필수였습니다. 게다가 이 타이어를 수리하려면 서비스센터들도 추가적으로 장비와 인력 교육에 투자를 해야 했습니다. 제조사와 서비스센터를 움직일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던 미쉐린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고도 상용화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제조사는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갈 수 있는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며 신제품을 외면했고, 서비스 업체들은 신형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이 너무 적어 투자비가 나오지 않는다며 미쉐린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좁은 시야로 제품만 놓고 보면 기막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확장해보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폭넓은 시야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경영자가 주주 이익만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근시안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주주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많습니다. 직원, 납품업체, 고객, 관계사 등 전체 생태계를 넓은 시각으로 조망하지 못하면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기업이 한순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DBR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를 초청해 공유가치 창출(CSV)이란 주제로 동아비즈니스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후 CSV의 잠재력을 인정한 여러 기관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식을 생산했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 포럼 등의 행사를 통해 CSV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사이 총선과 대선이 이어졌고 경제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습니다. 아직도 근시안으로 주주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향후 가치 창출 과정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DBR CSV 논의를 좀 더 발전시키고 변화한 정치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업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경제민주화 시대의 경영으로 정했습니다. 저명 경영학자와 법학자 등이 경제민주화 시대에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고 해외의 모범 사례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왜곡된 경제민주화 개념을 교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실질적인 사회 발전으로 연결되려면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시각을 포용하려는 정치권 및 의사결정권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모든 사회적, 혹은 글로벌 이슈는 숨겨진 비즈니스 기회(Every single social and global issue of today is a business opportunity in disguise)”라고 설파한 피터 드러커의 통찰을 되새기며 경제민주화 흐름을 위기가 아닌 기회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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