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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바꿨다, 병원에서 세균이 사라졌다

이혜영 | 111호 (2012년 8월 Issue 2)





본문

영국의 공공의료서비스(NHS·National Health Service) 2차감염 예방 프로젝트인 디자인 벅스아웃(Design Bugs Out)은 경영자나 마케터가 아닌 실무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돼 진행한 Design Thinking의 좋은 사례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지만 치료 중 다른 병원균에 감염돼 (2차감염)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미국은 매년 9만 명(총 입원환자의 3∼5%), 한국은 15000(5∼10%), 영국에서는 매년 5000여 명(9%)이 의료 감염으로 사망한다. 이는 암, 뇌 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무료로 공공의료서비스(NHS·National Health Service)가 제공되는 영국에서는 의료 감염 치료에 연간 10억 파운드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의료 비용 지출을 줄이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국 병원물품 구매와 공급을 담당하는 부서인 NHS PASA(Purchasing And Supply Agency)는 새로운 기술 응용 사례를 발견하고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2008헬스케어 관련 감염(HCAI·Healthcare Associated Infection)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특히 NHS는 내부 직원의 프로그램 참여를 촉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전략을 취했다. 몇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청소부, 간호사, 사무직 등 다양한 직급과 업무를 대표하는 총 500여 명의 관계자들에게 2차 감염을 줄이기 위한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무엇을 새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것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이를 통해 확인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캐비닛, 휠체어 등 구조가 복잡하고 손이 많이 닿아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되는 병원 기기들이었다. 이런 기기들은 사용하는 환자가 바뀔 때마다 깨끗하게 닦여져야 하지만 촉박한 시간과 업무부담 탓에 꼼꼼히 닦이지 않기 마련이고 자연히 2차 감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강력한 항균 세제들을 사용해 왔지만 본질적으로 각종 병원 기기들의 틈새, 고르지 못한 표면, 손이 닿기 힘든 구석진 부분을 줄여 청소하기가 쉬워진다면 기기당 청소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더 자주 청소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NHS는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에 문제 해결을 의뢰했다. 디자인카운슬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윈스턴 처칠 총리가 경제부흥 정책의 하나로 산업 디자인을 지원하자며 만든 정부 기관이다. 우리나라 지식경제부 산하의 디자인진흥원에 해당하는 곳이다. 디자인카운슬은 설립 이래 영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중소기업들이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1990년대 이후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자국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영국 디자이너들이 이에 맞는 적절한 기술과 경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디자인카운슬은 NHS의 의뢰를 받아 디자이너들의 재능을 활용해 병원 기기들을 새로 개발하고 의료 감염을 줄이고자 하는디자인 벅스 아웃(Design Bugs Out)’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디자인으로 세균을 몰아내자는 뜻이다.

 

‘더블 다이아몬드방법론

디자인카운슬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라는 디자인고유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따라서 진행된다.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아이디어와 사고가 확장되고 수렴되는 과정을 두 개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는발견(Discover)’ ‘정의(Define)’ ‘개발(Develop)’ ‘전달(Deliver)’의 네 단계로 이뤄져 있다.

 

왼편 다이아몬드는 사전 작업과 리서치 단계로 2000년 이후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용자 관찰,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돼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이 단계에서 충분한 투자와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전략의 구멍(Strategy gap)’이라고 불리는 부분이다. 디자인 벅스아웃 프로젝트에서처럼 세균퇴치라는 생소한 문제의 해결책을 구할 때 특히 이처럼 틀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

 

오른편 다이아몬드에 해당하는 마지막 두 과정(개발, 전달)은 가장 잘 알려진 디자인의 과정인 콘셉트 스케치에서 시작해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후 그중 가장 발전가능성이 있는 콘셉트를 골라 최종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Discover: 발견

디자인카운슬은 우선 100년 전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병원부터 신식 병원, 대형 병원과 소형 병원 등 다양한 병원 환경을 대표할 수 있는 세 곳의 병원을 선정했다. 그리고 인간공학 전문가, 산업 디자이너, 영상 전문가, 디자인카운슬의 연구원들, 왕립예술학교(RCA)의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팀을 병원 현장에 투입해 직원들과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일상을 관찰해 중요한 발견점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의 리서치 후 51개의 디자인 기회들을 발견했고 이들을 환자 개인 물품 관리, 침대 주변 환경, 손 위생, 환자이동, 사생활 보호, 의료 폐기물 처리 등의 13가지 주제에 맞춰 분류했다.

 

Define: 정의

의료전문가가 아닌 리서치 팀을 병원 현장에 투입했을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견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분한 파급 효과가 없는 엉뚱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들을 통해 발견된 수많은 기회 중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로서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들을 추려내기 위해 디자인카운슬은 보건국 관계자, 미생물 학자, 감염 예방 전문가, 재료 전문가, 디자이너를 포함해 각 관련 분야를 대표하는 25개의 전문가 그룹을 조직했다. 이 전문가들은 워크숍을 통해 51개의 기회들을 검토한 후 중요도와 난이도에 맞춰 디자이너와 제조사가 팀을 이뤄 참여할 5개의 대형 프로젝트와 RCA의 대학원생들이 참여할 5개의 간단한 프로젝트로 나누어 총 10개의 기회로 좁혔다. 여기에 좀 더 전문적인 지식들이 더해져 본격적인 디자인 개발의 출발점이 되는디자인 브리프로 작성됐다.

 

디자인카운슬은 이 디자인 브리프들을 공개하고 영국 디자인 비즈니스 연합(DBA·Design Business Association)과 함께 프로젝트들에 참여할 디자이너-제조사 팀을 전국적으로 공모했다. 37개의 지원팀 중 4개 팀이 선정됐고 각 팀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25000파운드를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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