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는 2001년과 2011년 리서치 결과를 1대1로 비교해 10년간의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이 중 비즈니스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결과들을 DBR에 소개합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공급되던 전문 소비자조사의 정보를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뉴스 형태로 소개된 소비자 평가 조사의 결과는 홈페이지(www.trendmonitor.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집단적 불안감이 인터넷을 만났을 때: 아이러브스쿨, 인터넷 동호회
불안(不安, anxiety). 인간에게 이 감정이 없었다면 심리학자들과 정신과의사들, 많은 작가들의 밥벌이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감정만큼 개인들로 하여금 즉각적인 행동(주로 회피 반응)을 유발하는 감정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신생아 때부터 존재하는 매우 원초적인 감정이다. 불안은 흔히 ‘만성화된 공포’ 정도로 정의하는데 뚜렷한 원인은 없지만 근심, 걱정,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집단에 소속되고 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 맺기 전략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이 ‘관계 맺기’는 매우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어색한 자리에 우선 발을 들여놔야 하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 집단에 스스로를 ‘어필’하고, 관계유지를 위해 ‘관리’를 해줘야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쉬워졌다. 인터넷 때문이다.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커뮤니티에 ‘가입’ ‘자기 어필’ ‘유지관리’가 가능해졌다. 2000년 삼성경제연구소는 그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서비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활용성이 더 편리해진 2012년 현재, 사람들은 그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인터넷 동호회 활동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29.7%(2001)→18.5%(2012)), 더 이상 낯선 이들에게는 답장을 해주지 않게 됐다(40.2%(2001)→15.8%(2012)). 인터넷의 ‘관계 맺기’ 역할은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일까?
스마트폰이 중요해진 이유: 유사(類似)대인관계
인터넷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영향력은 1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인터넷 뱅킹 사용 32.5% 급증, 유료서비스 이용 11.6% 증가, 인터넷 쇼핑 경험 25.6% 증가 등). 따라서 인터넷의 활용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고 정보량의 폭증으로 인한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는 대체로 믿을 만하다: 71.4%(2001)→50.3%(2012)). 오히려 ‘관계 대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불안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낯선 사람들에게 항상 호감을 가지고 대하던 시대는 지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키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도구는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대상은 스마트폰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생활 및 시간관리에 사용하거나(18.9%),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10.6%)한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소비자들(40.9%)은 스마트폰을 ‘지인들과 문자 등을 통해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61.5%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잠자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가까운 곳에 두거나 손에 쥐고 잠을 잔다는 응답자가 46.1%였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들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38.0%). 소비자들은 모호하지만 ‘스마트폰’ ≒ ‘관계’와 유사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MIT의 사회심리학자인 셰리 터클은 스마트폰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네트워크화’에 대해 그의 최근 책 <외로워지는 사람들(원제 Alone Together)>에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효율성을 이유로, 혹은 피하고 싶은 상대와 대화하지 않으면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화 대신 사용하는 문자와 e메일은 서로의 감정을 ‘축약’시켜버릴 뿐만 아니라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여기게 만든다. 사람이 기계처럼 취급되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것이 사실 알고 보면 일상적인 불안을 줄이기 위한 ‘관계 맺기’라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진짜 ‘만지고(touch)’ 싶은 것은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윤덕환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엠브레인에서 리서치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디지에코) Issue & Trend, Issue Crunch 코너의 고정 집필진이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Catch Up 소비자트렌드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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