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는 IT 혁신이 확산되는 양상을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하이프(hype·과장된 광고나 선전)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IT 혁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초기 일정 기간 광란적 흥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이 사이클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인터넷, 모바일, SNS 등 새로운 IT 혁신 기술이 보급될 때마다 우리는 생산성에 혁명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과장된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을 경험합니다. 물론 사람들의 이런 기대와 달리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거품이 터지게 되고 결국 ‘환멸이라는 저점(trough of disillusionment)’을 겪게 됩니다. 거품 붕괴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진적으로 IT 혁신이 확산되고 생산성도 향상되는 안정기가 이어집니다.
이 패턴이 비단 IT 혁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증기기관이나 철도 기술이 처음으로 개발됐을 때에도 사람들은 초기 심하게 흥분을 하곤 했습니다. 지식경영, 6시그마, 블루오션 전략 같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등장했을 때에도, 정치권에서 참신한 대선주자가 급부상할 때에도 이런 양상이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주기적으로 버블 형성 및 붕괴를 경험하면서도 사람들은 역사의 교훈을 금세 잊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참신성에 과도하게 열광하곤 합니다.
최근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DBR은 수차례 아티클을 통해 빅데이터 개념의 유용성과 사례, 접근 방법 등을 전해드렸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더 높아졌고, 특히 IT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관련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IT 혁신이나 경영 툴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는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수단이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하거나 경영상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마법의 지팡이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DBR은 빅데이터 열풍과 관련해서 어떤 접근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지식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새 패러다임에 대해 경영자들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집중 탐구했는데 스페셜 리포트의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빅데이터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솔루션을 구매하거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빅데이터 활용은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목적과 전략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설령 데이터 분석 기술이나 솔루션, 역량이 부족해도 얼마든지 빅데이터 패러다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빅데이터와 관련한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빅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빅데이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빅데이터의 취지에 비춰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선도적 기업들은 경영 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사의 상황과 문화, 맥락에 맞게 변형하고 현지화하는 데 능합니다. 이런 역량을 갖춘 기업은 하이프 사이클상의 광란이나 흥분에 빠지지 않고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킵니다. 과거 컴퓨터가 급속히 보급됐지만 정작 생산성 통계는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던 현상에서 유래한 이른바 ‘생산성의 역설’에도 잘 빠져들지 않습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빅데이터 열풍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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