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는 CEO 어젠다!

106호 (2012년 6월 Issue 1)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컨설턴트이자 경영 저술가인 조셉 파인(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Gilmore) 1999경험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생일 케이크의 변화로 경제 성장의 4단계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1단계는농업 경제시대로 엄마들이 밀가루와 설탕, 버터 등을 구입해 가정에서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후 2단계인공업 경제시대가 열리면서 부모들은 미리 혼합된 재료를 1∼2달러에 구매해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3단계로서비스 경제가 발달하자 10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사다 먹는 사람이 급증했습니다. 4단계경험 경제시대에 부모들은 100달러 이상을 아낌없이 지불하며 이벤트 업체나 외부 행사장을 빌려 생일파티를 아웃소싱하기도 합니다. 생일 케이크는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됩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남다른 경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업체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할 의사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들의 경험을 잘 설계하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게 경험 경제학의 핵심 주장입니다.

 

경험 경제의 취지를 적용하면 얼마든지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서비스 업체인 긱 스쿼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특수 요원처럼 옷을 입고 옛날 자동차를 타고 다닙니다. 비밀 요원처럼 행동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컴퓨터 수리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때 일본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듯했으나 10년 넘게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험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부품, 소재 분야는 물론이고 제품의 내구성, 품질 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고민과 관심이 부족합니다. 반면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소재나 품질 경쟁력에서 일본에 뒤지지만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데는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패러다임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 미국에서 나온 원동력은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역량에서 비롯됐습니다.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일은 이제 CEO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합니다.

 

경험 경제 관점이 참신하고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험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지난 10여 년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험이란 게 제공물과 사람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개인의 상황이나 처지, 혹은 기호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론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할 때 어떤 메뉴를 넣을 것인가처럼 매우 세부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뤄 왔습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범용 상품이 넘쳐나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데다 영역을 초월한 기업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객 경험은 중요한 경영 화두로 부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경험 경제의 이념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UI(User Interface)/UX(User Experience)디자인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점과 이론적 흐름, 사례 등이 눈길을 끕니다.

 

지금까지 IT 산업 위주로 이 분야가 발전해왔기 때문에 다른 산업 분야에 직접적으로 주는 통찰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IT 산업에서의 앞선 경험이 다른 산업 분야로 효과적으로 이전된다면 시장을 이끌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품질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왔던 경영자라면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고객 경험 설계라는 새로운 차원의 전략을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품질 경쟁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초경쟁 환경에서 성장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고민이 필요해졌습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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