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관리와 고객 가치

102호 (2012년 4월 Issue 1)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고객에게 만족이나 기쁨, 효용을 줘야 합니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가 제안한생존 부등식은 가격이 원가보다 높아야 하고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생존 부등식=가치>가격>원가) 고객이 지불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명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기존 제품보다 훨씬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습니다. 실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펩시는 한동안 코카콜라의 아성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소비자의 만족은기대(expectation)’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보다는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여행 갈 때 가장 설레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돌이켜보기 바랍니다. 여행과 관련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출발 전입니다. 여행을 간다는 설렘이 큰 행복과 즐거움을 줍니다. 막상 여행에 가면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 날 때도 많습니다. 삶의 본원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행복은 기대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실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피실험자들에게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실한 기대를 갖게 하자 행복감 등과 관련한 뇌의 영역이 매우 활성화됐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겨 실제로 보상을 얻었을 때에는 해당 영역이 그다지 활성화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을 때가 실제 얻었을 때보다 훨씬 큰 만족과 행복감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셈입니다.

 

현명한 기업들은 제품의 효용에도 신경을 쓰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도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명품 업체나 고가 자동차 업체, 애플 같은 선도적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특정 제품을 가지면 자긍심, 행복, 만족감, 기쁨 등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형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기대감을 안겨주지 못한 후발 주자라면 교육이나 실험정신 자극 등 새로운 전략을 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의 안희경 한양대 교수 기고문이 좋은 대안을 제시합니다. 안 교수는 코카콜라와 펩시 등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선발자와 후발자의 상이한 기대 관리 전략을 소개합니다.

 

직원의 기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번 호에 소개된 포스코 사례는 옛 개발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교훈은 첨단 IT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 회사가 종업원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기대가 종업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유도했고 이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만드는 원천이 됐습니다.

 

기업은 또 다른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투자자의 기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실증 연구 결과, 평소 투자자 관리를 통해 긍정적 기대감을 형성한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습니다. 투자자 관리와 관련한 이슈들도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은 경영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기대 관리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 진정성 등이 기대 관리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기대 관리와 관련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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