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에다 “아마도(maybe)라는 모호함을 인정해야 독창성이 발휘된다”
<리더십을 재설계하라>의 저자인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총장은 창조적 리더십의 가치를 강조한다. 창조적 리더십이 가장 탁월한 리더십 모델은 아닐지 몰라도 경영자가 예술가적 기질과 독창성을 겸비하면 더 탁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기술은 더욱 보편화돼가므로 결국 경쟁력은 예술적 독창성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창조적 리더는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그는 ‘흑백’으로 나뉜 단 하나의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확실하지 않은 ‘회색’ 답을 말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은 동료나 세상의 비평을 통해, 또는 다른 사람의 의구심에 대응하면서 길러진다.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을 가질 때 숨겨진 또 다른 해답을 찾을 창의적 공간이 열린다.
그가 MIT대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RISD 총장직을 수락했을 때 그래픽 디자인만 하던 사람이 행정적인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그는 행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오히려 일을 즉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어떤 일에 준비가 됐다는 것은 연습을 많이 해서 익숙해 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패하는 일이 생길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지혜와 독창성이 시작된다고 본다.
모호함과 불확실함과 관련, 리스크에 초점을 두지 않고 발견할 거리가 남은 창조의 영역으로 인정한다면 수많은 도전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호함을 확실함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신랄한 비판과 비평에 대해 열린 마음만 가질 수 있다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탐구의 기회도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성과로 평가받는 기업 조직에서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비평받는 것이 개인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믿음의 조직 문화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어릴 적 우리는 두려움을 몰랐기에 그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었다.
리처드 부스 “역사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리더가 가진 영감으로 인해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름도 없던 영국의 한 시골 마을을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만든 리처드 부스의 이야기도 결과를 놓고 보면 새로운 역사를 탄생시킨 훌륭한 사례지만 시작할 때만 해도 냉소의 대상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60년대 초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젊은이가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헌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그 뉴스는 동네 주민들이 혀를 차며 입방아 찧기 좋은 이슈일 뿐이었다. 회계사가 될 거라고 기대를 품었던 부모 입장에선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었을까. 그러나 그가 만든 헌책 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는 런던에서 5시간이나 걸려 도착 할 수 있는 시골 마을임에도 전 세계에서 연간 5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찾는 명소로 변신했다. 이 마을을 벤치마킹해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마을이 조성됐다. 한사람의 꿈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벤치마킹한다고 비슷한 시도를 따라 해보거나 흉내는 낼 수 있을지라도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마음에 품은 비전과 노력의 질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했지만 지역 주민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독자를 고객으로 상대한다는 포부를 가졌기에 준비 과정 또한 남달랐다. 그는 수입이 생기는 대로 좋은 책을 구하기 위해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전 세계를 헤집고 다녔다. 오로지 좋은 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 먹혀 유명 작가들조차 고객으로 찾아오면서 그의 책방과 마을이 유명해졌다. 헌 책방으로 인해 늘어난 방문객을 상대하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헤이온와이는 하나의 문화아이콘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는 자기 꿈이 실현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당연시했다. 역사는 절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우리가 성공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때에는 결과만을 모방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시작과 끝까지의 과정과 창안자의 열정을 벤치마킹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위대한 일에는 그만한 수고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sunkcho@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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