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97호 (2012년 1월 Issue 2)

 

한국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는 있지만 시장의 라이프사이클을 볼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의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는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거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성공적인 혁신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꼭 들어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적응 과정을 거친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대도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 안드로이드마켓과 앱스토어에 수많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오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는 어플리케이션은 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운 좋게 고객 스마트폰에 설치되더라도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어플리케이션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고객의 눈에 들지 못하고 잊혀지고 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모바일에 시대에는 어떤 서비스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첫째, 모바일 시대에는 모바일 특성에 맞춘 핵심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많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들이 아직도 PC와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서비스를 모바일로 단순히 옮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채널의 특징에 맞는 서비스를 기획하기보다는 PC와 인터넷에서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이래서는 모바일 시대의 깐깐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둘째, 모바일에서는 속도가 생명이다.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시장 진출을 늦추기보다는 서비스를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고객과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객과 진정성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어플리케이션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 PC기반에서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PC와 인터넷의 관점에서 보자면 스마트폰은 PC보다 화면이 작고 컴퓨팅 파워도 떨어진다. 화면이 작으니 제공할 수 있는 정보양도 많지 않다. 얼핏 유용성이 떨어지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여러 맞춤형 서비스를 이론상 가능하게 만든 장점과 잠재력이 있다. 스마트폰은 24시간 내내 사용자와 함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시간 측면에서도 PC를 압도한다. 사람들이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은 24시간 늘 인터넷에 접속돼 있다. 또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항상 휴대하는 기기다.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한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이용자가 스마트폰의 위치공유 기능을 활용한다면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자리에 고정돼 있는 PC로는 불가능한 서비스다. 스마트폰으로는 이용자가 일일이 정보를 찾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맞춤형’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2012년 모바일 비즈니스의 화두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맞춤형 서비스(customized service)’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스마트폰의 특성을 살려낸 제대로 된 모바일 서비스들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의 승부는 모바일에 맞는맞춤형 서비스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모바일 시대의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한 기업만이 모바일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맛이 난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스 앤 클라크 로스쿨을 졸업했다. 언론인으로 출발해 한국아이비엠에서 사내 변호사, NHN에서 법무담당 이사, 경영정책 담당 부사장을 거쳐 NHN 미국법인 대표이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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