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3일 빅뱅, 2NE1 등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로써 빅3라 불리는 SM과 JYP, YG가 모두 상장됐다. 당일 SM 주가는 6만1000원까지 올라 SM 시가총액이 1조 원에 육박했다. 1월3일 종가가 1만7900원이었으니 1년도 안 돼 주가가 3.4배로 뛴 셈이다. 같은 기간 JYP의 주가도 3배 이상 올랐다. 공모가가 3만4000원이었던 YG 주가는 상장 직후 7만8200원을 기록했다.
엔터주들의 초강세는 실적 향상, 종합편성 채널 출범 등 호재도 겹쳤지만 무엇보다 최근의 K팝 한류 열풍이 반영된 결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팝 한류는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기대감일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해외 공연 흥행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이제 K팝 한류는 실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K팝 한류가 2002년 겨울연가 이후 배우들과 독립제작사들이 주도해온 ‘드라마 한류’의 성과를 뛰어넘어 선진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 음악 산업의 수출액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음악 산업(공연 포함)의 수출액은 734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64%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 음악 산업의 수출액이 총매출액(2011년 상반기 1조869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도 못 미친다. 아직은 대부분 수익을 국내에 의존하는 것이다. 더욱이 엔터사들의 해외 매출은 음반이나 음원 판매보다는 주로 콘서트 등 공연 활동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팝 한류가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통할 만한 본원적 경쟁력을 갖췄는지 검증되기 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팝 한류는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 성장 궤도에 오르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터사들이 국내에서 성공의 원천으로 삼은 ‘핵심 역량’을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전하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체계적인 스타 발굴과 육성 시스템, 엄격한 관리 시스템, 이를 가능케 한 강력한 리더십은 엔터사들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요소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희소하고, 쉽게 모방하기 어려우며,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노래와 춤, 외모와 스타일, 퍼포먼스가 결합된 연희적 요소 또한 K팝의 장점이다. 하지만 콘서트는 개최할 때마다 새로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행상 뮤직비디오는 대부분 홍보용으로 무료로 공개된다. 결국 음악 자체만으로도 그 가수, 그 그룹만의 고유한 색깔과 매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경영대 김상훈 교수는 우선 ‘K팩터(한류만의 고유한 한국적 차별화 요소)’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조던 시겔(Jordan Siegel) 교수와 같은 연구자들은 K팝과 같은 아시아 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완벽한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현지에서 대부분 자체 조달되기 때문에 K팝과 같은 제3세계 콘텐츠는 ‘지역적 정통성(local authenticity)’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문화적인 새로움을 즐기는 니치 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는 니치 시장이라 하더라도 그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인도 음악과 같이 최근 니치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정 영역에서만 확실히 자리매김하면 많은 세계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그 음악을 떠올리는 톱스타가 될 수 있다.
마케팅 강화도 시급하다. 한류 콘텐츠를 향유할 만한 타깃 계층을 골라내려면 철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한국적인 차별화 요소를 고수하면서도 현지인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변형시킬 수 있는 감각과 실력도 필요하다. 기존의 스타 양성 시스템을 강화해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스타를 더 많이 양성해 내야 함은 물론이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