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알릴까 말까

85호 (2011년 7월 Issue 2)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만약 삼성이 어느 나라 기업인지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답은 어떻게 나올까. 한국인에게 삼성은 당연히 한국 회사다. 일본, 중국 사람들의 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런던대의 조지 밸러버니스(George Balabanis) 교수와 비엔나대의 아다만티오스 디아만토풀로스(Adamantios Diamantopoulos) 교수가 최근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전자 제품이 한국 브랜드라고 응답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43.5%가 일본 브랜드라고 답했다. 10%는 국적을 분류하지 못했고 약 14%는 중국 또는 대만 브랜드라고 답했다.
 
삼성은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후원하는 등 유럽권에서도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사실 전 세계 어느 주요 도시를 가더라도 삼성의 로고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전자제품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한국 브랜드임을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때 삼성이 의도적으로 일본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유도하거나 적어도 방치했다는 말이 있었다. 의도적인 ‘원산지 오분류(misclassification of origin)’ 전략을 폈다는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자제품 하면 일본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시장 진입기와 확장기에 원산지 오분류 전략은 그리 나쁘지 않은 브랜드 포지셔닝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 또는 신흥국 기업에 원산지 오분류 전략을 추천하는 컨설턴트나 학자도 꽤 있다. 선진국 기업으로 잘못 인식되게 하거나 원산지를 모호하게 인식되게 하는 ‘유리한 오분류(favorable misclassification)’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나아가 구매 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진국 기업은 ‘원산지 효과(country of origin effect)’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종종 재미를 본다. 자동차 하면 독일이 떠오르듯이 강력한 원산지 효과는 브랜드 자산에 큰 기여를 한다. 강한 브랜드를 가진 선진국 기업일수록 원산지 오분류 또는 ‘원산지 미분류(nonclassification of origin)’를 가급적 피하려 애쓴다.
 
그런데 밸러버니스 교수와 디아만토풀로스 교수가 소비자 반응을 조사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삼성을 중국 또는 대만 기업이라고 잘못 인식한 소비자들의 삼성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와 구매의도는 삼성을 한국 기업이라고 인식한 소비자들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삼성을 일본 기업이라고 인식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구매의도 또한 제대로 인식한 경우보다 낮게 나타났다. 국적을 분류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서는 더 낮은 수치가 나왔다.
 
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일부 한국 및 영국, 이탈리아 전자제품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약한 브랜드라고 해도 유리한 오분류(일본, 독일과 같은 전자제품 분야 선진국 브랜드로 잘못 인식)가 브랜드 이미지 또는 구매 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강한 브랜드는 물론 약한 브랜드에서도 원산지 미분류는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놓여 있는 한국 기업, 특히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셔닝의 기로에 놓여 있는 한국 기업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과연 한국 기업들은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까. 혹시 한류의 덕이라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철저한 현지화를 기반으로 현지 브랜드로 포지셔닝해야 할 것인가. 자칫하면 원산지 오분류나 미분류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원산지 효과의 덫에 빠지지는 않을까. 그도 아니면 원산지는 모호하게 하면서 우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인가.
 
같은 일본 브랜드, 같은 한국 브랜드라 하더라도 어떤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사고 싶은 브랜드로 인식된다. 결국 답은 원산지 효과에 기대어 뾰족한 수를 고민하기보다는 브랜드 전략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꾸준한 품질 개선과 혁신적 신상품 개발로 목표 브랜드 정체성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먼저 실체를 개선하고 현지에서 자사 제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브랜딩 활동을 이어갈 때 비로소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AT커니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관련 컨설팅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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