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가 ‘승자의 축복’이 되려면

85호 (2011년 7월 Issue 2)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우리금융지주, 대한통운 등 굵직굵직한 M&A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예상 인수가격만 수조 원대에 달하는 대형 M&A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란이 있다. 바로 ‘승자의 저주’다. CJ가 약 2조2000억 원의 입찰가를 제시,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그랬다. 업계에서 추정한 예상 인수가격(1조4000억∼1조7000억 원)을 훨씬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대형 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개 회계·재무·법률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런데도 이번 CJ-대한통운 건에서처럼 입찰자 간 가치평가액은 매번 많게는 수천억 원대의 차이를 보이고 최종 승자는 저주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M&A 때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 과열 경쟁에 따른 인수가격 상승, 인수기업 오너의 과시욕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수학적 기업가치 산정 측면에서만 본다면 통계학에서 흔히 말하는 ‘긍정 오류(false positive)’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긍정 오류는 참이 아닌데도 참이라고 그릇되게 판단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계량화할 때 시너지의 실체가 없는데도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라 하겠다.
 
모두 승자의 저주에 대해 알고 있지만 과도한 인수가격을 써내는 기업이 자주 나오는 건 통계학에서 긍정 오류를 완벽하게 없애기 힘들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과학적인 모델을 활용해도 어떤 가치평가 방법론을 적용했는지, 미래 전망을 어떻게 했는지, 이에 따른 성장률과 할인율을 어떻게 가정했는지 등에 따라 인수금액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사실 인수가격의 적정성은 그 시점에서 누구도 판단하기 힘든 난제다. 100% 정확한 평가는 사후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당장의 인수가격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문제는 M&A 이후 어떻게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것이냐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요인은 많다. 적정한 인수가격을 써내고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효과적인 인수후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을 통한 가치 창출이다.
 
많은 연구 결과 M&A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PMI의 실패가 지목됐다. 특히 문화적 충돌, 조직 내 의사소통의 실패,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통합 과정에서 부닥치는 여러 인사·조직·문화적 이슈들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런 연구들이 시사하는 것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에 대한 ‘점령군 의식(conqueror mindset)’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경 간 M&A, 특히 신흥시장 권역 내 기업들이 선진경제권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 더욱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PMI 프로세스를 M&A 딜이 시작될 때부터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자대로라면 PMI는 조직 구조, 인사·보상제도, 영업망, 공급망, IT인프라, 조직문화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제반 요소들을 기업 인수 후 ‘사후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는 M&A와 관련된 잘못된 통념(myths) 중 하나가 ‘PMI 프로세스는 M&A 딜을 모두 끝낸 후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PMI 관련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액센추어는 “M&A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M&A와 PMI 프로세스를 구분하지 말고 전체론적으로 접근(holistic approach)해야 하며 인수가격을 결정하는 M&A 딜 초기부터 PMI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
는 인수자만의 일방 거래가 아니라 인수자와 매각자 간 쌍방거래다. 양자 간 협력 없이 인수기업의 문화를 무조건 이식하려 든다면 십중팔구 실패로 끝난다. 당장의 인수가격 산정에만 집착해 통합 후의 청사진을 그려내는 작업을 뒷전으로 미뤄서도 안 된다.
 
PMI는 인수 후 의당 뒤따르는 일상적인 작업이 아니라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점령군 의식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PMI를 추진할 때 ‘승자의 저주’가 ‘승자의 축복’이 될 수 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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