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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이문화 커뮤니케이션

다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동철 | 83호 (2011년 6월 Issue 2)
 

2009년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미국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한 후 나온 에피소드다. 매일 아침 사가(社歌)를 부르며 일과를 시작하는 노무라 트레이더들의 모습, 리먼 출신 기혼 여직원들의 e메일 주소를 결혼 후 성()으로 일방적으로 바꾼 노무라의 인사관리 체계는 리먼 출신 인력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하버드대 출신 여성들도 머리 빗는 방법과 녹차 타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 미국계 석유시추 기업 관리자는 직원에게 보트를 해안가에 대라고 소리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고함을 치지 않기 때문에 분노한 근로자들이 도끼를 들고 그 관리자를 쫓아갔다.
 
한 미국 관리자가 영국 지사에 갔을 때 현지 여직원에게 푸대접을 받았다. 이유는 그가 영국 지사에 와서 5분 이상 늦게 출근하는 직원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리 아이아코카와 함께 일본에 방문했을 때 일본 지도자에게 명시적이고 직설적인 요구를 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행동을 야만인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이 양국 간 협상에서 미국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한 청량음료 회사는 아랍에서 매력적인 라벨을 만들 목적으로 6개 꼭지가 있는 별들을 사용했다. 아랍인들은 이를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상품으로 여겼고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펩시콜라는 대만에서 “Come Alive With Pepsi”라는 의미로 광고했는데 중국어로 이 문구가 “펩시는 당신의 조상을 다시 살려냅니다”로 번역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일하는 방식, 문화 차이로 인한 문제들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다. 위의 사례처럼 해외 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화가 진행될 때 웃지 못할 일들이 종종 나온다.
 

글로벌 기업의 이문화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 시 고려 사항
①저배경 문화 vs. 고배경 문화 1  문화인류학자이자 이문화 연구가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해석할 때 교환하는 언어 그 차제로 해석하는지, 아니면 그 상황이나 맥락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문화를 저배경 문화(Low-Context Culture)와 고배경 문화(High-Context Culture)로 구분했다.(그림 1) 결국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인지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배경 문화에서 특정 메시지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그 해석이 크게 좌우된다. 실제 표현되는 메시지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말로 표현되는 문자 외의 메시지와 표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의 배경 등이 큰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저배경 문화에서는 명확하게 표현되는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이 같이 이질적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저배경 문화권 직원은 고배경 문화권 직원들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나 효과에 대해 ‘불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배경 문화권 사람들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고배경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전체 프로젝트의 모습과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 다른 사람들이 공헌하고 있는 영역과 역할들을 동시에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②직접적 vs. 간접적 커뮤니케이션 저배경 문화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Direct)인 반면, 고배경 문화권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복합적이고 간접적(Indirect)이다. 전자는 명확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고, 후자는 상대방을 배려하며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전자는 명확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무능함의 표시라고 믿는 반면, 후자는 지나치게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품위가 없으며 불필요한 갈등을 표면화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No”라고 말하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서는 “No”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한 사고와 명확한 자기 주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반면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서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수 있다. 후자의 문화에서는 “No”라고 표현할 때 ‘비언어적 표현(Non-verbal Language)’을 선호한다. 눈썹을 위로 올리거나, ‘츳츳’ 소리를 내거나, 웃으며 화제를 바꾸거나, 침묵의 시간을 만드는 방식 등이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저배경 문화권에서는 주로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나쁜 소식(bad news)이 적시에 전달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구 기업들이 많다.
 
 
③시간 개념
2  : 단일시간형 vs. 다중시간형 어떤 문화에서는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결례라고 인정되는 반면, 어떤 문화에서는 약속시간에 늦는 것이 종종 너그럽게 인정된다. 시간 엄수가 중요하고, 스케줄이 설정되면 지켜지며, 논의주제는 고정돼 있고, 비즈니스 미팅은 다른 일로 간섭 받지 않고 존중되는 문화를 ‘단일시간형(Monochronic)’ 문화라고 한다. 시간을 선형적으로 인식하고 이벤트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방식이다.
 
반면, ‘다중시간형(Polychronic)’ 문화에서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생각한다. 시간 엄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마감에 집착하지 않는다. 스케줄을 연기하거나 놓칠 수도 있고, 미팅 내에 다른 미팅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시간은 나와 마찬가지로 유연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서로 맞춰야 하는 것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이 같이 서로 다른 시간개념(concept of time)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일시간형 문화권 사람들과의 시간 약속은 가급적 정확해야 하고, 다중시간형 문화권 사람들과 일할 때는 천천히 가는, 변화하는 시간(fluid time)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①범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근간으로(Transnational Communication)다양한 문화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은 일관된 메시지로 진행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솔직하고, 신속하며, 투명하게 일관된 메시지로 대상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한다)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가치(values)와 신념 측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윤리와 준법(ethics and compliance)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은 특정 국가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특정 언어에서 사용되는 약어, 구어 등의 표현을 배제하고, 특정 국가나 문화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나 사람, 장소 활용을 자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비즈니스가 종종 골프장에서 이뤄지기도 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이러한 정서가 맞지 않는다. 즉 글로벌 기업에서 윤리와 준법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골프장에서 고객이나 협력업체를 만나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를 다룬다면 이는 유럽 직원들에게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윤리 및 준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및 교육 자료들은 문화나 국가를 넘어서 통용될 수 있는 중립적인 상황을 전제로 마련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CEO가 직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와 표현들로 하는 게 효과적이다.
 
②내용은 해당 국가와 문화에 맞게(Localized Con-tents)내용을 번역해야 할 때는 문자 그대로의 표현보다 해당 국가와 문화에 맞게 내용을 재구성하는 게 좋다. 진정한 현지화를 위해서라면 글쓰기와 은유, 문화적인 참조 내용, 뉘앙스 등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불필요한 내용이라면 일부를 삭제할 필요도 있다.
 
시각적인 요소들도 중요한 고려 사안들이다. 그림과 사진들은 매우 다른 이미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멧을 쓰고 온 몸에 패드를 댄 거대한 몸집의 미식축구 선수들의 이미지는 미국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팀워크’를 의미할 수 있으나, 이외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색깔과 아이콘도 마찬가지다. 일부 문화에서 붉은색은 경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열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당 국가의 현지인 직원과 사전 검토(screening)를 거쳐야 한다. 원래 의도했던 메시지들을 설명하고 해당 국가 직원이 검토해 수정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이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③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선호 채널을 활용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채널이나 기술도 잘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래시는 히브루나 아랍어와 같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언어를 지원하지 못한다. 초고속 인터넷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CD나 브로셔를 통해 동일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언어로 인트라넷 및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할 때는 각 언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영어를 기준으로 같은 내용을 표현할 때 독일어는 30∼40% 정도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반면 아시아 언어는 30∼50% 적은 공간을 차지한다고 한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휴대전화가 가장 선호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인식된다. 이러한 국가에서는 휴대전화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④리더들은 이문화 이해 역량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추도록 다양한 문화권의 구성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며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은 이문화 이해 역량(cross-cultural competency)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결국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리더들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문화적으로 ‘다름(difference)’을 접했을 때 보이는 반응으로부터 이문화 개발 역량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3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가 더 우월하고 바람직하다는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 수준에서는 자신의 시각, 즉 자신의 렌즈를 통해 ‘다름’을 관찰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이 수준에서 다른 것은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하거나, 방어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문화 이해 역량을 배양하면 민족상대주의(Ethnorelativism)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이 수준에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경험들을 해석하고 상상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어른이 돼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을 통해 습득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역량의 리더는 다른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하고, 이를 위해 차이를 수용하고, 자신의 경험과 시각을 변형·적응하며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경험이 많아서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아는 것’과 ‘이문화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음에도 자민족중심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문화 이해 역량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에서 성공하는 글로벌 리더의 참모습이다.
 
Culture GPS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CultureGPS’라는 앱을 추천한다. 호프스테드(Hofstede) 교수의 다섯 가지 문화적 차원인 Power Distance(권력에 대한 거리감), Individualism(개인주의), Masculinity(남성주의), Uncertainty Avoidance(불확실성 회피도), Long-term Orientation(장기지향성)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문화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동철 에이온 휴잇 상무 charles.kim@aonhewitt.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에이온 휴잇 한국 사무소에서 인사조직 컨설팅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재 관리 전략, 경영진 평가 보상, 핵심 인재, 승계 관리, 인수합병 및 통합 등 인재 관리의 전 영역에서 고객사에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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