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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s 국가 커뮤니케이션

확연히 다른 BRICs 문화이해, 돈보다 중요!

이지훈 | 83호 (2011년 6월 Issue 2)
 

#1.특수장비를 취급하는 국내 A사는 브라질에서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 흡족한 결과를 얻었다. 협상 진행이 잘됐고 결과도 좋았기에 브라질 바이어는 자기 집에 한국기업 담당자를 초대했고 여기서 구두로 1만 달러짜리 주문을 받게 됐다. 한국기업은 고위 의사결정권자인 브라질 바이어의 말만 믿고 제품을 미리 만들어 선적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이어는 갑자기 차일피일 선적을 미뤄달라고 얘기했다. 한국기업은 구두계약을 믿고 정식주문서도 받지 않아 클레임도 못한 채 손해만 보고 말았다. 브라질 기업과 거래 시 철저하게 문서를 갖춰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
 
#2.국내 B사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공식스폰서 기업이다. 볼쇼이 극장은 전 세계 오페라, 발레 마니아들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찾는 유명한 곳. 볼쇼이 극장의 메인 스폰서는 아무나 할 수 없다. 한 업종에서 한 기업만 스폰서가 될 수 있다. 즉 전자업계에서는 국내 B사만이 유일한 스폰서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와 B사 대신 스폰서를 하려 했지만 볼쇼이 극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스폰서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B사가 제공하는 스폰서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볼쇼이 극장은 1990년대 초 구소련 붕괴 직후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줬던 B사를 배신할 수 없다는 내부방침을 굳게 지키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러시아인들이지만 한 번 그들의 신뢰를 얻으면 거의 끝까지 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3.인도시장에 1994년 진출한 자동차 회사인 C사는 2001년 청산 절차를 밟았다. C사는 시장조사와 수요예측에 실패한 사례다. 이 회사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예약판매를 실시, 11만 명의 신청자를 받아 즐거워했지만 정작 판매가 시작되자 실제 판매는 1만여 명에 그쳤다. 예약판매 제도가 생소한 인도에서 계약이 잘 이행될 것이라고 믿은 게 실수였다.
 
#4.중국시장에 진출해 어느 정도 인정받던 타이어 회사인 D사는 최근 중국에서 쓴맛을 봤다. 중국 언론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품질 문제가 불거져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 중국 언론들의 강한 질책이 이어졌고 D사는 결국 제품 리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작업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도 품질 문제에 적극 대처한다는 것과 소비자 불만 문제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브릭스(BRICs) 국가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과 브릭스 국가 간 상호 경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문화적 배경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릭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특징과 협상방법을 익혀야 한다.
 
1. 브라질
브라질은 과거 식민지배로 포르투갈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계가 많아 유럽 문화와 유사한 면도 많다. 브라질인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인종분포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적도와 가까운 북부지방은 흑인 비율이 높고 남쪽으로 갈수록 유럽계 이민자들이 많다. 한국 기업이 비즈니스로 만나게 되는 바이어는 대부분 유대인 및 중동,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계다. 이들은 브라질에 이민 온 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이 넘는 경우가 많으며 브라질이라는 국가에 자연스럽게 용해돼 있다. 이런 이유로 첫 만남에서 외형으로만 이들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자신만의 뿌리를 간직하는 브라질인이 많기 때문에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브라질과 브라질인의 다양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브라질인은 다른 중남미 국가와 비교당하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자존심이 세며, 대국의식이 강해 커뮤니케이션 시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브라질을 무시하거나 은연중에 잘난 척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자존심 때문에 브라질을 말할 때 영어식으로 ‘브라질’이라고 발음하기보다 포르투갈어식으로 ‘Brasil(브라지우)’라고 하면 브라질인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브라질인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호칭(addressing)이다. 브라질에서는 명함에 Doutor(영어의 Doctor), Engenheiro(영어의 Engineer) 등을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인은 박사, 기술자 등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어들의 성()을 통해 남유럽계인지 동유럽계인지 유대계인지 아랍계인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우리의 관념과 달리 브라질에서는 ‘생각해보겠다’라는 말은 실제로 ‘알았다’라는 의미로 가볍게 사용된다. 또 시간을 달라는 의미로 ‘다 됐다’ 또는 ‘1분이면 된다’는 문장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로 ‘이제 준비 중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브라질에서는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확실하게 말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브라질 바이어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부정적인 의견은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 자체보다 대화의 분위기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브라질인은 대화할 때 제스처가 강하며 평소 신체접촉을 즐긴다. 대화 때 손과 팔, 눈과 눈썹 등 다양한 신체부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대화하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이 있다. 또한 적극적인 신체 표현에 능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포옹이나 가벼운 스킨십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브라질인의 비언어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해야 커뮤니케이션 상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 주의해야 할 수신호가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국에서는 욕을 의미하는 수신호가 브라질에서는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한국에서는 ‘OK’나 ‘돈’을 의미하는 수신호가 브라질에서는 욕으로 사용된다.
 
브라질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식사 때 포크, 나이프 등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다만, 닭고기와 같은 음식은 손으로 먹어도 무방하다. 식사 중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나이프 등으로 가리키는 것은 결례이니 조심해야 한다.
 
브라질인은 큰 소리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점, 호텔 등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용히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 음식점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 큰 소리로 부르지 않고 한쪽 손을 위로 치켜들며 조용히 부르는 것이 좋다.
 
브라질인은 보통 첫 만남에 선물을 주지 않는다. 또 고가의 선물은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선물 증정 시 검은색, 자주색 등은 단절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색상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브라질인과 비즈니스 할 때 처음부터 본론에 진입하지 말고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조성한 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일반 직원은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윗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담당자의 권한도 강하기 때문에 담당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다. 브라질에서도 신뢰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래를 결정하는 데 상호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상담을 진행할 때는 일방적인 제품 홍보보다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프로모션해야 한다. 월드 베스트(world best)와 같은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과시적인 제품 홍보는 지양하고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제품 홍보가 필요하다. 설사 자사 제품이 바이어가 취급하는 품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게 좋다. 브라질에는 가족기업이 많아 소개를 통해 비즈니스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 바이어는 가격에 민감해 상담을 하다 보면 가격흥정을 걸어오곤 한다. 이때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불가능하면 불가능한 대로 적절하게 임하면 된다. 가격 흥정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브라질을 ‘협상의 국가’라고 한다. 즉 브라질에서는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실제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점도 많다. 물건을 요청한 기한에 받지 못하면 항의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대금 결제 기한을 넘겨 지불하곤 한다. 주문을 하고도 돌연 취소를 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따라서 비용이 동반되는 업무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고 브라질 거래처로부터 PI(Profoma Invoice·견적송장: 매매계약 전 보내주는 인보이스)와 같은 정식 문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브라질은 한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브라질을 한번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들도 멀리 떨어진 한국과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따라서 브라질과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타 어려운 시장 못지않게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브라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처음에는 아주 의욕적으로 시작하던 한국 기업들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은 시장이 큰 만큼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자국 내 산업도 잘 발달돼 있는 편이다.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 관습을 철저히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흔히들 브라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3P(Plan, Patience, Partner)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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