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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운영 방안

소통 통한 준법감시가 투명경영 이끈다

이근택 | 79호 (2011년 4월 Issue 2)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A기업의 영업 부서에서 접대비 예산을 과거보다 훨씬 많이 잡고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저 회사는 매일 밤 술 접대를 되풀이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질 수 있다. 혹은 ‘우리 상사는 접대나 골프만 하고 있다’는 평판이 부하들 사이에 나돌 수도 있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어디까지가 올바른 행동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접대 기준을 해당 부서가 세부적으로 정하기도 어렵고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기도 힘들다.
 
다른 사례를 보자. 영업점 건물을 공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만 영업점을 방문한 일반 고객들이나 직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다. 안전을 경시해 대형 사고라도 벌어진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기업은 평판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까? 법령을 충족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 이상인가? 그 이상이라면 어느 정도의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까?
 
이처럼 법규는 준수했지만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모호한 영역(gray zone)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법규나 사내 규정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법령이나 판례는 대개 모호한 영역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기업이 모호한 영역의 모든 사항에까지 상세한 규정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상세한 규정을 만들면 쓸모 없는 규칙이 늘어나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는 윤리적인 판단 및 의사 결정을 돕는다. 각종 법규 준수 업무를 총괄하고, 회사의 모든 핵심 업무 프로세스마다 내부 통제가 잘 돼 있는지 관리 감독해서 윤리경영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최근 몇 년간 컴플라이언스가 언론에 많이 언급됐는데, 국내에서는 펀드와 KIKO 상품의 불완전판매, 국외에서는 프랑스SG은행 금융사고와 미국 투자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내부통제나 윤리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규 준수는 최소한의 윤리경영, 컴플라이언스는 내부통제 법규준수 점검
윤리경영의 기본은 ‘법규준수’다. 하지만 법규준수와 기업윤리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법규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인 반면 기업윤리는 법규를 초월해 정직, 공정, 미덕을 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한 영역에 해당한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이 둘은 구분되지 않는다. 예컨대 식품에 유해한 이물질이 섞여 유통됐을 때 소비자들은 이를 불법행위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제조하고, 관리감독에 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있지만 불법행위로 처벌하기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법규준수는 최소한의 윤리경영이다.
 
그런데 법규준수는 의외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윤리경영이 실행되지는 않는다. 여러 업종 중 규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금융업의 예를 들어보자. 은행은 은행법, 보험사는 보험업법 등 개별 금융업마다 규제 법률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라는 규제감독기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서 수시로 감독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금융업은 상품개발, 자산운용, 수신, 여신, 외화관련 업무, 영업활동 등 분야마다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모든 분야가 매우 높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도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
컴플라이언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각종 법규준수 업무를 총괄하는 게 바로 컴플라이언스의 역할이다.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회사의 모든 중요한 업무 프로세스마다 내부통제가 잘 돼 있는지 관리 감독한다.
 
컴플라이언스라는 단어는 ‘따르다, 동의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comply에서 왔다. 하지만 점차 ‘완전한, 완성된, 철저한’의 의미를 갖는 complete와 ‘제공, 공급하다’의 의미인 supply가 합쳐져 그 의미가 ‘따를 것에 따라 완전한 것을 제공한다’ 또는 ‘완전한 것이 되다’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보편화돼 있지 않지만) 기업이 업무를 수행할 때 관련 법령이나 규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 즉 법이나 규제에 대한 컴플라이언스의 정도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부서가 법률로 의무화돼 있는 국가도 많다. 이런 부서의 명칭에 준법감시, 법규준수, 컴플라이언스 등의 이름을 붙인다. 컴플라이언스는 ‘준법’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관행의 테두리에서 업무가 벗어나지 않는지 지켜보는 것도 포함된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접하는 모든 규범들과 조화를 이뤄 적정하고 건전한 사업활동을 하기 위해 마련한 조직 또는 장치다. 컴플라이언스는 법령, 기업윤리, 사내규범 등의 법규범을 철저히 준수해 사업운영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법규범 위반을 조직적으로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준수인데, 일반적으로 준수는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무엇을 지킨다는 뉘앙스가 강하지만 컴플라이언스의 맥락에서 준수는 ‘조직적으로’ 지켜 대응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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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택

    - (현) AIA 준법감시인
    - 삼성카드 준법감시팀, 감사팀, 법무팀 및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
    - 온라인 교육사이트 크레듀 법률부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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