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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투명한 기술?경제 비전 제시하라

오정석 | 76호 (2011년 3월 Issue 1)
 

2010년 9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이 발표되고 난 후 주요 대기업들의 상생, 동반 성장 대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책의 취지에는 환영하지만 실효성 및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동반 성장이라는 목표가 그만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벤처 육성, 상생 경영 등 역대 정부가 여러 번 다른 이름의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크지 않았고, 중소기업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한국 경제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동반 성장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도 자명하다. 기업들의 경쟁이 기업 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귀착되고, 세계 1위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글로벌 경쟁 환경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들은 한국 경제 생산액의 절반, 일자리 창출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혁신을 통해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일부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들어 동반 성장이 사치스러운 소리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협상력의 차이가 극명한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같이 번영을 누리자는 구호도 실무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경영학의 관점에서도 상생 경영이나 동반 성장은 확실히 검증된 이론적 배경을 가지거나 독립 분야로서 인정을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부와 같은 특정 주체가 동반 성장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강제해서 달성하기 어렵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동반 성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제, 경영 분야의 몇 가지 이론적 배경을 소개하고 이로부터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동반 성장의 이론적 배경
상생 경영이나 동반 성장은 독립된 학문적 배경이 존재하기보다 여러 분야에서 관련된 내용들을 활용하고, 이를 이론적 근거 및 실행 방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먼저 기업들이 협력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 정보 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 자원 준거 이론(Resource-based View Strategy) 등 여러 경제, 경영 이론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협력의 방향성에 관한 이론으로는 생태계(Ecosystem) 이론, 협력적 게임(Cooperative Game) 이론, 공급 사슬(Supply Chain) 이론, 조직 및 혁신 이론 등이 있다. 동반 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고, 산업계 여러 관계자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협력의 방향성에 관한 4개 이론을 통해 동반 성장의 실천적 방안을 탐구해보자.
 

1)생태계 이론:생태계 이론은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자연의 생태계와 유사함에 착안, 성공적인 생태계의 조건을 관찰하고 이를 경영 전략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1993년 제임스 무어(James Moore)1 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포식자와 희생양: 새로운 경쟁의 생태계’라는 글에서 기업은 하나의 산업에 속하는 일원이 아니라 여러 산업에 걸쳐 존재하는 경영 생태계에 속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어는 이때 생태계 리더의 궁극적인 역할은 생태계의 모든 멤버들로 하여금 미래 생태계의 번영을 위해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전략적인 상생을 위해 리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생태계 이론은 동반 성장을 고민하는 대기업에 특히 유용한 이론이다.
 


무어는 생태계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태계의 생성 및 발전 단계에는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콘셉트를 제시하고 이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며 생태계 구성원들이 다른 생태계로 옮겨가지 않도록 구성원들의 영속성과 수익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생태계 이론의 틀은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각 기업 간 기업 규모와 협상력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반 성장을 시도하려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주종관계가 뚜렷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태계 이론은 특히 리더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대기업에 동반 성장의 전략적 이점을 부각시키기에 적합하다. 참고로 기업 규모와 협상력의 차이가 현저한 기업 간의 동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자원 준거 이론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생태계 이론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IBM-애플로 상징되는 1980∼1990년대의 PC 산업, 애플-구글-MS로 대변되는 현재의 모바일 산업이다. 원래 1980년대 PC 산업을 주도한 회사는 애플이었다. 후발주자인 MS와 IBM이 손잡자 상황은 급변했다. MS와 IBM은 OS(운영체제)의 오픈 라이선싱(open licensing)을 통해 빠른 속도로 애플을 따라잡았다. 이 와중에 초기 생태계 리더였던 IBM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라이선싱 전략의 결과로 업계 리더의 입지를 MS에 넘겨줬다.
 
현재의 모바일 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 통신회사를 중심으로 폐쇄된 지역 생태계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콘텐츠 분야의 오픈 앱스토어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구글은 후발주자이지만 운영체제의 오픈 라이선싱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가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MS는 이런 열린 생태계 전략에 제때 참가하지 못해 여러모로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생태계 이론은 이후 여러 방향으로 진화했다. 미국 UC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주창한 개방형 혁신 시스템(Open Innovation System)이 대표적이다. 체스브로 교수는 기업이 지속적 혁신을 이루려면 생태계의 문호를 여러 사람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2  제품 개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 제품의 수명 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부의 기술을 자사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내부의 지적재산권 또한 외부 사업자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 시스템의 공생을 꾀하자는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은 이를 잘 이용한 IBM, 프록터앤드갬블(P&G)이 오랫동안 세계적 대기업의 위치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강조한 디지털 생태계 이론도 등장했다. 디지털 생태계 이론은 정보통신, 미디어 산업 등 기술, 지식집약 산업들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2)협력적 게임 이론3 :내시(John Nash, 1953) 4 와 섀플리(L.S Shapley, 1953)5 가 정립한 협력적 게임 이론은 1950년대부터 특히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협력적 게임 이론은 특정 경제 주체들이 서로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통해 윈윈 상황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각 주체들이 분배 받아야 할 몫을 도출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 이론은 협력을 통해 윈윈이 달성될 수 있는 상황에 적용된다는 점(Superadditivity 가정), 게임의 주체들이 협업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도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비협력적 게임 이론과 달리,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계약을 만들고 준수할 능력이 있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벗어날 고차원적인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가정한다. 죄수의 딜레마 상에서 두 죄수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서로를 믿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라!
 
하지만 이 가정은 많은 사람들이 협력적 게임 이론의 현실성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동반 성장의 정책적 해법들이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근본 원인 또한 협력적 게임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이론 상으로는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계약을 만들고 이를 준수할 수 있다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런 상황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협력적 게임 이론에서는 규범적인(normative) 수익 분배 구조의 모습에 대해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협력 주체, 상황마다 다른 여러 가정들과 필요한 수치들을 산출해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해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리들도 존재하긴 한다. 이를 잘 살펴보면 바람직한 수익 분배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협력적 게임이론의 가정과 공리들에서 동반 성장의 조건으로 활용할 만한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너지 효과(Superadditivity):동반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협력을 통해 윈윈의 수익성이 존재해야 한다.
 
합리성과 지속성(Individual and Group Rationality):각 사업자들이 협업에 참여하기 전의 수익보다는 많은 수익을 배분 받아야 협업을 지속할 최소한의 동기가 생긴다. 현실에서는 수익 분배 협상의 진행 시 협업에 포함되는 모든 사업자가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수익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의미한다. 이를 개별적 합리성(Individual rationality)라고 한다. 이 개념을 더 확장하면 여러 사업자 간의 협력 상황에서 수익 분배의 결과로 가능한 모든 부분 집합의 사업자들이 각자 개별 행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그 부분 집합의 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합이 더 커야만 전체 협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조건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집합적 합리성(Group rationality)이라고 한다. 실제 산업 상황에서는 집합적 합리성까지 철저히 지켜질 필요는 없다. 특히 참여 사업자가 많을수록 개별 사업자의 입장에서 집합적 합리성을 철저히 따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때 개별적 합리성마저 잘 안 지켜지면 많은 사업자들이 이 협력관계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커진다. 개별 사업자는 협업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리성이 존중되고 잘 지켜지는 수익 분배 구조 하에서는 사업자들의 이탈 유인이 적어지므로 자연스럽게 협업의 지속성도 높아진다.
 


공정성(Equity):경제, 경영학적인 위의 두 요건과는 달리 공정성은 법학적, 사회적, 정치적인 요인이다. 또한 수익 분배 상황의 핵심 요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공정성은 많은 논란과 갈등을 양산한다. 흥미롭게도 협력적 게임 이론의 많은 해법들은 공정성의 개념을 중시한다. 대표적인 협력적 게임 이론의 해법인 섀플리 가치(Shapley Value)는 수익 분배 협상의 각 당사자들이 협업으로 증진시키는 유, 무형의 이득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정의한 후 이에 비례한 수익 분 배법을 제시하고 있다.
 
3)공급사슬 관리 이론:공급사슬 이론은 전통적으로 주종관계에 있는 기업 간의 윈윈 전략을 도출해내는 데 많이 쓰였다. 이 이론은 특히 공급사슬 상 기업 간 협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개별 기업들의 유인을 서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론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사슬 이론의 결과물에 관한 나라야나(Narayana)와 레이먼(Raman) 의 정리에 의하면 기업 간 협력 유인을 도출하기 힘든 상황은 크게 세 가지다.
 
기업들이 서로의 경영 행태를 관찰할 수 없을 때:협력업체들은 공급사슬 전체 이익에는 반하더라도 자사의 개별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한 그렇게 행동할 동기를 지닌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을 때:협력업체들은 원가 구조와 같은 핵심 경영 기밀이 공급사슬에 알려져 공급 단가를 재협상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이는 수익성에 큰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연히 정보 공유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잘못 설계됐을 때:공급사슬 전체의 수요 및 작동 구조에 최적화되지 않은 인센티브 시스템은 공급사슬 전체 수익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시스코는 2000년에 급격한 네트워크 장비 수요 증대를 경험했다. 이에 따라 시스코는 당시 협력업체들에 초과 공급을 빠르게 달성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꺼지자 이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시스코는 2001년 수요가 급격히 줄었을 때 천문학적인 재고를 떠안아야 했다. 이는 시스코 공급사슬 전체에 엄청난 가치 손실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공급사슬 관리 이론은 상생 경영과 동반 성장이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이유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언급한 대로 업체들 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정보 비공유,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의 미비 때문이다. 최근 공급사슬 관리 이론에서 파생한 협력업체 간 성과 공유제도 등은 이런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4)조직 및 혁신 이론:전통적인 조직 및 혁신 이론은 대중소기업 간 공동 개발과 기술 이전 등 기술 집약 분야의 동반 성장 전략 수립에 특히 자주 쓰인다. 롯데홈쇼핑, GS샵 등 국내 홈쇼핑의 2010년 히트상품 순위에는 홈쇼핑과 협력회사가 공동 개발한 상품들이 대다수다. 이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잘 파악할 수 있는 홈쇼핑 회사와 개발 기술력이 있는 협력회사 간 공동 개발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공동 기술개발 시에는 공동 개발 협약서 등의 문서 계약이 동반된다. 협약서는 개발 당사자들 간의 관계를 정의하고, 향후 갈등이 발생했을 시 해결 방안 등을 결정한다. 때문에 사전에 당사자들이 협의를 통해 협약서의 핵심 내용들을 잘 도출해야 한다. 공동 개발 프로젝트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 참여자의 역할과 기여도를 합의해 정확히 명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협력적 게임 이론의 정신과도 잘 부합한다. 또 개발된 기술의 소유권 및 라이선스 문제, 배경 기술(Background Technology) 등과 같은 지적재산권 문제의 해결 방안도 명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개발 의도와는 다르게 ‘우연히’ 개발된 지적 재산에 대한 소유권 문제, 국가별, 시장별 소유권 및 라이선스 권리도 포함된다. 거듭 말하지만 협약서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자세할수록 좋다. 한국적 정서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협약의 파기에 관한 사항, 예를 들어 누가, 언제, 어떻게 협약을 파기할 수 있는지 등도 확실히 명기하는 추세다.6
 
공동 기술 개발의 시스템을 불특정 다수에 개방하면 개방형 혁신 시스템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개방형 혁신 시스템에서는 각 개발 참여자에 대한 명확한 관계 정의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문서를 통한 개발자 간의 관계 정립이 더욱 중요해진다. 생태계 이론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리더의 비전 제시 및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공동 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 시스템의 확산은 자연스럽게 기술이전 역량의 필요성을 낳는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의 공동된 특징은 외부 기술을 활발히 소싱해 활용하고, 동시에 내부에서 개발된 기술의 라이선스를 추진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P&G는 현재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절반에 외부 기술을 소싱하고 있다. 화이자 등 천문학적 연구개발(R&D) 비용을 쓰는 미국 대형 제약회사들도 신규 프로젝트의 30% 정도를 외부 기술 소싱을 통해 진행한다. 동시에 이들은 내부 기술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확보한다. IBM과 필립스는 매년 수천억 원의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 업체다.7
 
이렇듯 기술 이전의 효과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왜 현실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제약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다. 티스(Teece, 1976)8 에 의하면 한 회사가 어떤 기술을 이전 받는 데 드는 전체 비용의 최소 2%, 최대 59%가 거래 비용이라 한다. 따라서 기술 이전을 활성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전략을 수립하려면 어떻게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부터 연구해야 한다.
 
리첸살러(Lichtenthaler, 2010)에 의하면 기술 이전에는 대내 기술 이전(Inward Technology Transfer)과 대외 기술 이전(Outward Technology Transfer)이 있다. 어떤 종류의 기술 이전이건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해당 기업의 흡수 역량(Absorptive Capacity)과 발산 역량 (Desorptive Capacity)이 필요하다.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파나소닉(Panasonic)이 체결한 교차 라이선스 협약은 양사가 모두 흡수 및 발산 역량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흡수 역량은 해당 기업의 기본적인 기술, 자금 역량, 활발한 전략적 제휴 및 인수 역량을 의미한다. 발산 역량은 기술 이전의 기회를 잘 파악하는 능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시장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등을 말한다. 발산 역량은 특히 대외 기술 이전 시 중요하다. 기술을 이전 받는 기업이 성공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여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태계 전략을 확산시킬 때도 꼭 필요하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대외 기술 이전이 경쟁자를 돕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므로, 기술을 이전해주는 기업의 선정에 유념해야 한다.
 


시사점
동반 성장에는 무수히 많은 근본적, 현실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공정경쟁 환경의 미비,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사례, 정보공유 미비, 기술탈취 등의 사례가 아직도 존재한다. 대기업별 중소기업 전담조직 운영, 게스트엔지니어링 제도와 같은 대·중소기업 중견인력 상호파견 사업, 기업 간 협력 강화 프로그램, 기술 예보제를 통한 공동 R&D 강화 등 산업계의 자구노력들에 대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있다. 중소기업 전문 기술은행제 도입, 현금결제 보증제도와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등의 정책적 노력들에 대한 실효성 증대 등의 과제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난제가 있다 해도 동반 성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언급은 이미 무의미하다. 그만큼 동반 성장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의 실효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협력업체에 문호를 개방하고, 협력업체와의 상호 합의에 기초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도화된 성과공유제를 마련하고, 프로세스 관리기법에 의한 관계관리 등 고도화된 경영 기법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반 성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의 조율된 노력이 필요하고 간단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각 경제주체들의 궁극적인 생존 본능을 감안하면 무작정 호혜성(Reciprocity) 원리를 설파하거나 온정주의를 동원할 수도 없다. 결국 각 경제주체가 동반 성장을 통한 개별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이해하고 성공 사례를 많이 창출할 수밖에 없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단기간에 엄청난 가치 창출을 일궈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은 호혜성이나 온정주의가 아닌 자사 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들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구성했다. 또 협력업체에 비교적 투명한 기술적, 경제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의 사업 영역을 존중하고, 적어도 협력업체가 이탈하지 않을 정도의 수익 분배 방식도 제시했다. 개별 기업에 감성적인 접근을 요구하기보다 동반 성장 전략을 통한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게 가장 큰 동기 부여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joh@snu.ac.kr
오정석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오퍼레이션 리서치로 석사, 경영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여름부터 1년간 스탠퍼드대 방문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계량적 산업 분석, 통신 경제학, 미디어 경제학 등이다.
 
 
  • 오정석 | - (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삼보컴퓨터 전문연구요원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jo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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