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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반 진출 방법론

초기 정착 지원하고 재무 부담 덜어줘야

오중산 | 76호 (2011년 3월 Issue 1)
 

 
오늘날과 같은 전 지구적 경쟁 환경에서는 경쟁이 개별 기업 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공급사슬 혹은 기업 생태계 간에 이뤄진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개별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 기업, 협력업체들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공급 사슬을 구축하고 있느냐가 경쟁 우위를 좌우한다. 잘 알려진 대로 도요타는 높은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구축한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한 덕분에 미국 빅3를 제치고 세계 최고 자동차업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요타는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에서 발견된 결함 때문에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기도 했다. 부품업체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이 사례는 많은 기업들이 궁금해 하는 “왜 상생 경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해준다.
 
아직은 미진하지만 국내 대기업들도 몇 년 전부터 성과 공유(benefit sharing) 제도를 도입해 협력업체가 기술 개발을 토대로 얻은 성과 중 일정 부분을 되돌려주거나1 , 사전 계약·구매 조건부 신상품 개발과 같은 구매 혁신2 을 통해 공급사슬 전체 차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협력업체 덕분에 대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사례나 반대로 협력업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 자신의 존재 근거를 수익성에서 찾느냐, 지속 가능성 및 영속성에서 찾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전략적 지향점과 그에 따른 실무 관행들은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대개 수익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영미식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관점에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성장을 강조하고 재무제표 상의 여러 관련 지표들의 개선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 근거해 주주뿐 아니라 고객·지역사회·직원·협력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와 이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기업의 영속성을 추구한다.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주주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사슬 전체 차원에서의 경쟁력 구축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자사의 수익성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협력업체의 성과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조 대기업들은 상품 디자인 능력이나 완성품 품질 수준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처럼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둔 덕분에 우리나라는 2008년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다.
 
대기업들의 이와 같은 급격한 성장 이면에 여러 협력업체들이 벌인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주주자본주의적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협력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외환위기 전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역량 수준을 제고시킨다는 뜻으로 사용됐던 협력업체 개발(supplier development) 개념도 협력업체에 대한 평가 및 선정이라는 개념으로 축소됐다.
 

사실 대-중소기업간 상생이란 말 자체도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기업들 간의 상생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 있다. 특히 최근 수출확대 등을 통해 얻은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나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 성과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가 힘을 잃으면서 기업들 간의 상생은 국민경제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0년 9월 29일, 정부가 직접 나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책 안에는 대기업의 자의적 납품대금 감액 및 구두 발주 방지, 하도급법을 2차 협력업체까지 확대 적용, 동반 성장 지수 개발과 같은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 정책의 효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3
 

기업 상생의 네 가지 유형
기업 간의 상생 유형은 <그림1>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공정 거래다. 이는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련이 깊다. 한국 대기업과 협력업체들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상당하다. 만약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사업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면 격차 그 자체가 문제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약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통해 영업이익률 격차가 벌어졌다면, 이는 엄격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규제함으로써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중소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납품단가 연동제, 징벌적 손해보상제, 납품단가에 대한 집단교섭권 등을 요구해왔으며, 많은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해왔다.
 
둘째, 사업 영역 조정이다. 2010년 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형마트의 피자 및 치킨 판매를 둘러싼 논쟁,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둘러싼 갈등은 사업 영역 조정을 둘러싼 논란을 잘 보여주는 예다. 최근 대기업들은 더 많은 소비자 혜택을 근거로 전통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담당했던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확장이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생존에 직결된 사안이라는 게 문제다. 작년 말 여야 정치권이 상생법과 유통법을 통과시킨 이유도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동반 성장과 관련된 상생은 공동 기술 개발 및 공동 시장 개척으로 나눌 수 있다. 공정 거래와 사업 영역 조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갈등 요소를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올바른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동반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즉 시장의 자율적 협력에 근거해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많은 이탈리아나 독일에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구축해 여러 대기업과 대등한 조건에서 거래하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중소기업을 특별히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일어나는 일이 드물다. 2008년에 폭스바겐은 중소 협력업체들에 납품 단가 인하를 일괄적으로 요구했다 보기 좋게 거절당하기도 했다.4  이들 나라의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이 납품한 부품이나 소재의 디자인이나 품질 등에 대해서만 지적할 뿐, 납품 단가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일이 드물다. 이런 배경 속에서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불리는 명품 중소기업들이 넘쳐나고 있다.
 
상생 경영을 빠르게 정착시키려면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동반 성장 두 사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장 좋다. 다시 말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확립하고, 공동 기술 개발과 공동 시장 개척을 시장 자율에 맡겨 활성화 시키는 상생 전략을 병행해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림1>의 4가지 상생 유형 중, 한국 기업들이 특히 취약한 공동 시장 개척을 통한 동반 성장 방안을 중국 시장에 동반 진출한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상으로 모색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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