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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의 실전 교육, 세계 최고 부자를 꿈꾼다

송연경 | 75호 (2011년 2월 Issue 2)
 

 

 ‘월가 구루들의 구루’
브루스 그린왈드 교수

 

2010년 10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BS)은 작은 소란에 휩싸였다. 오랫동안 후임자를 정하지 못했던 세계 2위의 거부 워런 버핏이 2002년 CBS를 졸업한 동문이자 CBS에서 ‘Applied Value Investing program’의 강의를 담당하기도 했던 39살의 토드 콤스(Todd Combs)를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최고 투자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 CIO)로 임명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바로 전날까지 학교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콤스가 무려 120조 원(1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차기 CEO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CBS 학생들의 페이스북은 버핏과 콤스에 관한 기사로 도배됐다.
 
투자를 위한 기업 가치 평가 방법 중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 가치에 초점을 두고, 이 본질 가치가 평가절하된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Value Investing) 기법은 1920년대 CBS의 교수였던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과 데이비드 도드(David Dodd)에 의해 시작됐다. 버핏 외에도 마리오 가벨리(Mario Gabelli), 글렌 그린버그(Glenn Greenberg), 찰스 로이스(Charles Royce), 존 샤피로(John Shapiro) 등 많은 전설적 가치투자가들이 모두 CBS 동문들이다. 때문에 Value Investing 관련 커리큘럼은 재무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CBS가 외부에 학교를 알릴 때 가장 먼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CBS에는 버핏 못지 않은 전설적 투자가였던 로버트 하일브룬(Robert Heilbrunn)의 기부로 만들어진 하일브룬 센터(The Heilbrunn Center for Graham & Dodd Investing)도 있다. 이 센터는 가치 투자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및 투자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 센터를 이끄는 인물이 바로 CBS의 간판 교수이자 가치 투자 분야의 권위자인 브루스 그린왈드(Bruce Greenwald)다.
 
그린왈드 교수의 Introduction to Value Investing 수업은 CBS 학생이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기 강좌다. 뉴욕타임스(NYT)가 ‘월가 구루들의 구루(a guru to Wall Street’s gurus)’라고 평가한 바 있는 그린왈드 교수는 가치 투자 기법의 기본 가정과 접근법, 펀더멘털 가치를 평가하는 테크닉, 위험 관리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value-based portfolios) 구축 방법, 가치 투자 기회를 효과적으로 찾기 위한 전략 디자인 등을 가르친다.
 
그린왈드 교수는 가치 투자가 3가지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재무 증권(financial securities)의 가격은 예상치 못하게 큰 폭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 자산(financial assets)은 보다 근본적이고 안정적 가치를 가지는 내재 가치(Intrinsic Value)를 지닌다. 다시 말해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격이 그 기업의 내재 가치를 항상 반영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셋째,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증권의 내재 가치보다 상당한 격차(the margin of safety)를 보이며 낮은 수준에 머무를 때가 바로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우월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다.
 
그린왈드 교수는 말한다. “가치주, 즉 시장가격 대비 장부 가격이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일은 성장주에 투자하는 일에 비해 평균 7% 정도 높은 수익을 내왔음을 이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투자 대상으로서 검토할 회사가 정해지면 각각의 회사의 자산(assets), 수익 창출력(earning Power), 프랜차이즈 가치(franchise value) 등에 초점을 맞추어 해당 회사의 본질 가치(fundamental value)와 적정한 마진(safety margin)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각각의 단계에서 적정한 가정을 세우고 올바른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속적인 리뷰와 위험 관리도 필수적이죠.”
 
가치 ‘계산’보다 가치 투자의 ‘대상’을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
필자는 그린왈드 교수의 수업을 듣기 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인주를 발굴하는 일이 복잡한 수식과 수치 계산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린왈드 교수는 진정한 가치 투자는 가치를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 투자의 대상을 올바르게 고르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린왈드 교수의 수업은 대부분 미리 주어진 실제 기업의 사례를 학생들이 분석해 오고, 교수가 무작위로 학생을 지목해 발표를 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 헬스케어회사 웰포인트의 사례를 다룰 때의 일이다. “주디, 주어진 자료를 통해 볼 때 헬스케어 회사 웰포인트에 투자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300명의 학생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 주디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율 10%를 사용해 현재가치화 해본 결과, 웰포인트의 내재 가치는 주당 56.69달러였습니다. 이는 사례에 적혀있는 당시 웰포인트 주가보다 높은 수치이므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석 결과가 적정한지 확인하기 위해 애널리스트 리포트들의 평균 예측치와 비교해 보았는데 비슷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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