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Open Forum: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초청 강연
편집자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창간 3주년을 맞아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오픈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2011년 2월17일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지 열린 이번 포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가를 신청한 전국 각지의 DBR 애독자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윤 교수의 <문학에서 경영을 배우다> 강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이민재 (25·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저는 1950년대 후반 서울대학교 독문과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독일 경제는 ‘라인 강의 기적’을 꽃피우고 있었습니다. 독어를 배워 우리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게 제가 독문과를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입학한 과 동기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학생들은 출세를 하고, 돈을 잘 벌기 위해 전공을 택합니다. 너무 거창하다고요? 하지만 그때는 정말 나라를 살리기 위해 대학 전공을 택하는 시대였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만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듬해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저는 물리학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그 후에도 전공과 관계없이 문학 관련 수업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연에서는 문학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적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소개할 시는 영국의 계관시인 앨프리드 테니슨(Alfred Tennyson) 경의 The Oak입니다. 계관이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에서 명예의 상징으로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주던 전통에서 유래했습니다. 17세기 이후 영국 왕실은 당대의 훌륭한 시인 한 사람을 선정해 그에게 연봉을 주며 궁정의 의식에 시를 지어 올리게 했습니다. 그 직책을 맡은 사람이 바로 계관시인입니다. 시 전문을 한 번 볼까요.
저는 중학교 시절인 1955년에 영어 교과서에서 이 시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때는 학교에서 배우는 시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외우게 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시를 외우는데 딱 두 단어에서 막혔습니다. 봄과 여름 부분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가을에서 sober라는 단어, 겨울에서 naked strength라는 단어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어사전은 굉장히 얇았습니다. 그 사전에는 sober의 뜻이 ‘취기에서 깨어난’이라는 의미 밖에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큰 사전이 아직 안 나왔으니 나중에 사전이 나오면 찾아보거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아직까지도 이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처음 이 시를 접한 이후 50년이 넘도록 이 시를 탐구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웠고, 저의 전공 분야인 경영학의 진리도 터득했습니다. 그럼 제가 어린 시절에 이해하지 못했던, 지금까지도 탐구하고 있는 테니슨의 시어 sober와 naked strength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High Risk, High Return의 유혹에서 깨어나라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는 처음에 금융위기로 시작됐습니다. 이 금융위기는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경제적 탐욕에 빠져 제 정신을 상실한, 즉 sober하지 못한 금융업자 때문에 기인했다는 게 경제, 경영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한마디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셈이죠.
인간은 왜 고위험 고수익의 유혹에 약할까요. 이를 알려면 우선 ‘머피의 법칙’을 이해해야 합니다. ‘머피의 법칙’이란 엔지니어들이 발견한 경험 법칙으로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고 만다(If anything can go wrong, it will)’는 평범한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50km의 해저터널 속에서 탈선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가정합시다. 이 확률은 아주 작지만 열차가 하루에 20번 왕복한다면, 하루에 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분의 40(20×2)으로 커집니다. 10년 동안에 이 터널에서 탈선 사고가 날 확률은 100만분의 146000(40×365×10)까지 상승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피의 법칙이 말하는 잘못될 확률은 계속 커져서 100%에 접근하죠. 결국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일어납니다. 저는 이 간단한 진리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칼 포퍼(Karl Popper)라는 위대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을 회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두 나라를 이어주는 해저 터널을 건설할 때 경제적 최선책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최악의 상황, 즉 열차 탈선으로 인한 대형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두 개의 터널을 뚫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도 처음에는 대형 사고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후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일을 선택하면서 사고 횟수를 급격히 줄여나갔습니다. 나사는 디스커버리 호나 아틀란티스 호 등의 우주 왕복선이 임무를 마치고 플로리다 기지로 귀환할 때, 기상 조건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예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 착륙시켰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1억 5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확률은 낮지만 만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1억 5000만 달러보다 몇 십 배의 비용이 들 테니까요.
고위험 고수익 전략은 얼핏 보면 솔깃해 보여도 머피의 법칙에 따라 반드시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체도 이러한 유혹에 취해 깨어나지 못한 금융회사들입니다.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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