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 가문은 150년 동안 ‘에세 논 비데리(Esse Non Videri)’라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아왔다. 이 말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 그런 것(to be, not to seem)’이라는 뜻이다. 야콥 발렌베리는 가문의 신조를 가슴에 새겼다. 그는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라운지나 최고급 호텔을 고집하기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인터뷰를 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도 앉을 사람이다. 인베스토르 AB(Investor AB)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야콥 발렌베리는 스톡홀름 구시가에 위치한 화려하지 않은 회사 본사에서 <포커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베스토르 AB와 관련이 있는 모든 기업들은
‘동급 최강’이 목표라고 공언합니다.
일전에 다윈 이론을 언급하면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동급 내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똑똑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발렌베리 가문 선조들이 한 목소리로 앞세웠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변화야말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전통’이라는 것이지요. 요즘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국적 기업을 상대하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업체들보다 앞서서 성공을 이루어내려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웨덴 다국적 기업들의 공통점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입니다. 시장 자체가 작은 탓에 100년 전부터 스웨덴 기업들은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지요. 한마디로 생존의 문제였던 겁니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스웨덴의 막강한 무기가 됐습니다. 스웨덴의 대기업 대부분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한 때가 불과 20여 년 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지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변화에 응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비즈니스에서 경험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세계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가장 중요한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스웨덴의 법률 환경이 스웨덴 기업들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했습니다. 외국인의 스웨덴 기업 매수는 허용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스웨덴 기업들은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일찍부터 해외로 진출했고 가능한 모든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스웨덴 기업들은 자국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자국 기업을 적극 보호했던 그 스웨덴이 이제 EU 회원국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스웨덴 기업들도 자국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외국 기업들도 스웨덴에 들어와 스웨덴 기업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스웨덴 기업들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환경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결국 외국 기업 손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정신적인 변화가 필요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