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국경 없는 인터넷 쇼핑몰? 지리적 특성은 여전히 위력

김현정 | 56호 (2010년 5월 Issue 1)

인터넷은 전통적인 거래 영역을 넘어서 수많은 소매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엄청난 비전을 제시한다. 하지만 최근 와튼 MBA스쿨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구전을 통한 이웃 간의 제품 추천 등 구시대에나 통했던 역학 관계가 인터넷 판매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튼 MBA스쿨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두 개의 논문에 따르면 지리적인 요인은 인터넷 판매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지리적인 요인이 신규 고객을 공략하려는 온라인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연구진은 특수한 제품에 대한 잠재 구매자에게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인터넷 소매업체에게 경제지리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두 논문의 공동 저자인 와튼 MBA스쿨의 데이빗 R 벨 마케팅 교수는 연구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간에 따라 소비 및 구매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에는 대도시, 작은 마을 등 거주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구매 기회가 달라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소비자를 둘러싼 물리적인 환경이 온라인 상의 구매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영업할 때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지닌다.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소매업체들은 기존 광고 및 홍보 수단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쉽게 잠재 고객을 발견하고 접근할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고객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고객 수가 제한적이다. 온라인 소매업체는 이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장점과 단점을 지닌다. 온라인 쇼핑객 수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객은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고 공략이 쉽지 않아서 목표 고객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벨 교수는 “놀랍게도, 인터넷상에도 강력한 오프라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설사 소비자들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여전히 물리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상적인 오프라인 세상에서 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논문은 벨 교수와 와튼 MBA스쿨의 레오나드 로디쉬 마케팅 교수, 연세대 최정혜 교수가 공동 집필한 ‘온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통적인 기법 및 정보 시스템 활용 기법: 지역과 방법에 따라 신규 고객 확보 방법이 달라지는 이유(Traditional and IS-enabled Customer Acquisition for an Internet Retailer: Why New Buyer Acquisition Varies by Geography and by Method)’이다. 이 논문에서 세 교수는 전통적인 고객 접근 방법과 인터넷 기반 기법을 비교했다. 여기서 전통적인 기법이란 친구나 이웃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구전 방식, 잡지 광고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이 살펴본 온라인에 기반한 도구로는 온라인 게시판, 블로그, 가상 커뮤니티 등과 같은 온라인 상의 구전 방식, 키워드 검색(검색 엔진을 통해 생성되는 유료 방식 및 자연 생성 방식 모두 포함), 외부의 후원을 받는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이 있다.
 
연구진은 고객 간의 물리적인 거리, 가격, 편의성이 각 고객 확보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어린이 용품을 판매하는 대형 온라인 업체에서 우편 번호 기준 판매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 결과, 오프라인 상에서 직접 대화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구전 효과는 인터넷 쇼핑객에게 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상에서만 이뤄지는 구전 방식은 평균적으로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벨 교수는 각각 미국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는 인터넷 소매 고객이 실제로 접하는 물리적인 환경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구전이나 입소문 등의 방식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벨의 설명을 들어보자. “내 친구나 이웃 사람이 내게 무언가를 얘기해준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얻는 것과 동일한 혜택을 나도 얻을 수 있다. 만일,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지인이 e메일을 보내온다 하더라도 신뢰 수준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조건이 다르면 온라인 쇼핑과 관련된 비용 편익이 달라지는 만큼 구전 효과도 약해진다.”
 
다음은 논문에 설명된 내용이다. “좀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정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고객 확보 방법도 여전히 중요하다. 신(新)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따라서 지역 특성에 맞춰 맞춤형 고객 확보 전략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계속해서 논문 내용을 살펴보자. 필자들은 온라인 기업들에도 전통적인 마케팅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필자들은 온라인 소매업체들, 특히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성공하려면 지리적인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증거를 제시하려 했다.

제품 사냥
최 교수와 벨 교수가 공동 집필한 두 번째 논문은 ‘선호도 소수 집단과 인터넷: 목표 고객이 소수 집단에 속하는 지역에서 온라인 수요가 많은 이유(Preference Minorities and the Internet: Why Online Demand Is Greater in Areas where Target Consumers Are in the Minority)’이다. 두 교수는 이 논문에서도 물리적인 세계의 맥락에서 온라인 소매 활동을 분석했다.
 
이 논문에서 두 교수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쇼핑 욕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예를 들어, 노인층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부모들은 인근에 위치한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할 가능성이 낮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소매업체들이 매장 내 진열 공간의 대부분을 노인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품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두 교수는 우선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해당 지역 인구 대다수의 취향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 교수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목표 고객의 비율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골라 소매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실제 데이터를 수집해보니 상대적으로 목표 고객이 많은 지역에서 해당 제품이 더욱 많이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노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노년층 대상 제품이 더 많이 진열됐다.)
 
두 교수는 선호도 측면에서 소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대형 온라인 소매업체의 데이터도 활용했다. 연구팀은 우선 선호도 소수 집단과 선호도 다수 집단을 분리하기 위해 우편번호별로 지수를 산출했다. 연구진은 1에서 조사 대상인 특수 제품을 필요로 하는 가구 비율을 뺀 값을 지수의 값으로 간주했다.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1에 가까우면 해당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선호도 소수 집단이 된다. 저자들은 인구 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 고객 수가 같은 시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높은 지역(지수 기준 상위 90%)의 온라인 판매가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낮은 지역(하위 10%)에 비해 약 5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지역의 온라인 소매 판매 잠재력이 절대적인 고객 숫자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목표 고객의 상대적인 비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호도 소수 집단 시장의 온라인 수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가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사이트의 가격 우위가 높아질 경우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낮은 시장에서는 수요가 24% 가량 상승했지만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높은 시장에서는 수요가 겨우 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곧 선호도 소수 집단 시장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에 덜 민감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선호도 소수 집단이 존재할 경우 ‘대중적인’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보다 ‘틈새’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가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중적인 브랜드를 찾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는 원하는 틈새 브랜드를 찾아내기가 한층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터넷 소매업체들에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웃들과 다른 성향을 지닌 고객들에게 접근하라고 제안한다. 이런 고객들 현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즉각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특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
다음은 논문에 기술된 내용이다. “본 연구 결과는 선호도 소수 집단 지수가 높은 시장에서 틈새 브랜드를 판매하는 게 인터넷 소매업체에게 특히 매력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된다. 이 시장은 상대적인 수요가 많을 뿐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가격 차이에도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한다.”
두 교수는 계속 연구를 진행했으면 하는 새로운 분야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중심지 이론(Cen-tral Place Theory·도시 간 거리와 소매 매장의 등장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소매에 관한 이론)을 온라인 소매와 접목시키는 것이다. 중심지 이론에서는 도시 규모가 클수록 매장 수와 다양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분산과 대비시켜 온라인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유사한 이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상의 소매 판매는 도시의 크기 그 자체가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 주어진 선택권의 상대적인 매력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연구진은 고객들이 어떤 식으로 다양성에 대한 선호도를 키워나가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선호도 소수 집단이 필자들이 언급한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온라인 매장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면 특정 제품 카테고리 내에서 브랜드 선호도를 확장해나간다.”
저자들이 내린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 소매업체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얻는 순편익(net benefit)은 여전히 해당 소비자가 어디에 거주하는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잠재력이 큰 현지 시장을 찾아내고 공략하기 위해 ‘구(舊)경제’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국경 없는’ 소매 활동을 위해서도 지리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Geography Lesson: Why Internet Retailers Should Pay Attention to Where Potential Customers Liv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