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스웨덴의 대표적 투자회사 인베스토르 AB의 야콥 발렌베리 회장

‘역동적 연속성’ 지속가능한 성장의 비결

56호 (2010년 5월 Issue 1)

발렌베리 가문은 150년 동안 ‘에세 논 비데리(Esse Non Videri)’라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아왔다. 이 말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 그런 것(to be, not to seem)’이라는 뜻이다. 야콥 발렌베리는 가문의 신조를 가슴에 새겼다. 그는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라운지나 최고급 호텔을 고집하기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인터뷰를 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도 앉을 사람이다. 인베스토르 AB(Investor AB)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야콥 발렌베리는 스톡홀름 구시가에 위치한 화려하지 않은 회사 본사에서 <포커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베스토르 AB와 관련이 있는 모든 기업들은
동급 최강’이 목표라고 공언합니다.
일전에 다윈 이론을 언급하면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동급 내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똑똑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발렌베리 가문 선조들이 한 목소리로 앞세웠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변화야말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전통’이라는 것이지요. 요즘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국적 기업을 상대하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업체들보다 앞서서 성공을 이루어내려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웨덴 다국적 기업들의 공통점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입니다. 시장 자체가 작은 탓에 100년 전부터 스웨덴 기업들은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지요. 한마디로 생존의 문제였던 겁니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스웨덴의 막강한 무기가 됐습니다. 스웨덴의 대기업 대부분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한 때가 불과 20여 년 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지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변화에 응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비즈니스에서 경험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세계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가장 중요한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스웨덴의 법률 환경이 스웨덴 기업들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했습니다. 외국인의 스웨덴 기업 매수는 허용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스웨덴 기업들은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일찍부터 해외로 진출했고 가능한 모든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스웨덴 기업들은 자국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자국 기업을 적극 보호했던 그 스웨덴이 이제 EU 회원국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스웨덴 기업들도 자국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외국 기업들도 스웨덴에 들어와 스웨덴 기업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스웨덴 기업들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환경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결국 외국 기업 손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정신적인 변화가 필요해진 겁니다.
그 외에도 다른 중요한 변화를
직접 지켜보셨지요?
 
물론입니다. 고객과 소비자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최근의 현상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사와 관계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계 공학과 관련돼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계 업계에서 활동하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정용품을 생산하는 일렉트로룩스를 생각해봅시다. 이 회사의 이사진이나 소유주들은 효율성 개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생산 과정, 생산 현장 상황 등을 유심히 지켜봐온 거지요. 일렉트로룩스 이사회는 자원 할당을 감독하고 운전 자본을 관리했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전까지 소비자에 대해서는 한마디조차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지·펄프 회사 스토라엔소의 이사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1985년에 이사회 일원이 됐지요. 처음 3, 4년 동안 이사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눌 때 ‘소비자’라는 단어가 등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치 소비자와 관련된 일은 신이 모두 알아서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 것 같았습니다. 스토라엔소의 고객들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같은 고객만을 상대했던 겁니다. 스토라엔소는 이런 고객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지요. 소비자가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이 가장 먼저 얘기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고객이지요. 고객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고객이 어떤 품질을 원하는지 등을 생각합니다. 제지업체든, 은행이든, 식기세척기 업체건, 휴대전화 업체건 마찬가지입니다. 방향이 180도로 변한 겁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경영진과 이사회는 수만 명의 직원들에게 변화에 걸맞게 행동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 속도가 더딘 과정인 것 같네요.
 
직접 사업을 하다 보면 항상 변화의 흐름에서 한 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하지만 그게 인생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깨달았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아무런 대안이 없을 때까지 변화를
늦추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물론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항상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정을 두루 꿰고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항상 학습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해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답을 찾아내기도 하지요. 결국, 리더십이라는 것은 항상 최고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십이라는 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자신이 갖고 있는 기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잘못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재빨리 변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인베스토르 AB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귀사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투자 회사도 다른 회사와 같습니다. 변화가 필요하지요. 저희는 수많은 투자 방식들을 살펴봐왔습니다. 공개 시장에서의 투자만이 중요했던 예전에 비해 비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와 사모 펀드, 벤처 캐피털 등 새로운 투자 자산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인베스토르의 포트폴리오 일부를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거나 새로운 자산군이 등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자산을 즉시 그 방향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사회에서는 새로운 분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니, 방금 하신 질문에 대한 답은 ‘네’입니다. 투자 회사인 인베스토르 AB도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인베스토르는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에도 변화가 있었습니까?
 
아니오. 그 부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선, 인베스토르는 장기적인 투자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150년 동안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둘째, 저희는 매우 적극적인 투자가입니다. 투자를 할 때에는 최대 주주가 되어 이사회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초창기부터 발렌베리 가문이 사업을 하는 방식을 대표해왔습니다. 사실,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유권에 대한 태도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소유권을 실행하는 방법은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즉,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변한 겁니다. 제 조부께서는 지배 지분을 갖고 있건 그렇지 않건 이사회실에서는 항상 회의를 주도하셨습니다. 그분의 성격과 사회적 지위가 갖는 힘 덕에 그런 권한을 가지실 수 있었던 거죠. 25년이 지난 후 제 아버지가 똑같은 이사회실로 걸어 들어가셨을 때에는 강인하고 존경받는 개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회의장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 소유권을 갖고 계셔야 했죠. 가령, 회사 지분의 10%라도 갖고 계셔야 했던 겁니다. 요즘 똑같은 이사회실에서 회의를 한다면 어떨까요? 요즘은 아무리 뛰어나고 유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이름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소유권이 있어야 하지요.
야콥 발렌베리 약력
 
야콥 발렌베리(52)가 처음 비즈니스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널리 이름이 알려진 자신의 아버지 페테르 피레 발렌베리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1981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학위를 딴 후 월가에 있는 JP 모건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당시 생활을 ‘미국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그는 런던으로 옮겨가 상업은행인 함브로스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SEB(발렌베리 가문이 설립·소유한 스웨덴 2위 은행)의 아시아 지점에서 근무하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인베스토르 AB(발렌베리 가문이 설립·소유한 스웨덴의 대표적 투자회사)의 전무이사로 근무하다가 SEB로 돌아가 1997년 SEB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1년 후 SEB의 회장이 됐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야콥 발렌베리는 인베스토르에서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또 그는 워런 버핏의 선례를 따라 코카콜라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현재 SEB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사촌 마르쿠스 발렌베리는 그와 함께 스웨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널리 알려져 있다. FAM(Foundation Asset Management)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야콥의 동생 페테르 발렌베리 주니어와 함께 야콥과 마르쿠스는 발렌베리 가문의 사업을 이끌고 있는 5세대를 대표한다.
 
이사회에서 소수 지분만을 대표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참여 투자’ 원칙이 어떻게
작용하나요?
 
어떤 회사에 8명의 이사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보통 8명 중 1, 2명의 이사를 저희가 임명합니다. 2명의 이사를 임명하면 저희 쪽 이사들이 전체 지분 중 최대 25%를 대표하게 됩니다. 따라서 최대 주주의 대표가 되는 거지요. 다른 이사들은 이들을 임명한 기관 주주들의 대표자가 됩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희 쪽은 여전히 소수일 뿐이지요. 저희가 확보한 이사 수만으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사회에 참석한 다른 그 누구보다 저희 쪽 이사들의 교육 수준과 지식 수준이 높아야 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베스토르에는 1012명의 애널리스트가 근무하며 저희가 투자하는 회사들을 매우 부지런히 분석합니다. 아틀라스 콥코의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인베스토르의 애널리스트들은 아틀라스 콥코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추적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틀라스 콥코의 경쟁 업체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자본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도 매우 면밀히 관찰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인베스토르의 애널리스트들은 아틀라스 콥코의 이사인 저에게 매우 가치 있는 지식을 전수해줍니다. 제가 아틀라스 콥코의 이사회에 참석할 때에 다른 이사들보다 더 나은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사람들만큼은 정보를 갖게 되지요. 우리의 목적은 매우 전문적이고 식견이 풍부한 이사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다른 이사들은 이런 점을 존중할 뿐 아니라,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야만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활동 방식입니다. 하나의 연속체죠.
 
인베스토르가 투자한 기업의 이사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진과 경영을 감독하는
사외 이사들 간의 상호작용은 어떻습니까?
 
매우 강력한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영진에게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특정한 문제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최고경영자(CEO)를 불러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가령 그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나갈 계획인지, 이런 상황인 것 같은데 저런 점은 고려해보았는지 등을 물어보는 겁니다. 대화를 해보는 거지요. 독일 방식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 기업은 경영에 참여하는 이사들이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들보다 훨씬 강한 권한을 갖습니다. 이런 구조는 효과적인 대화에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변화 과정이 좀 더 부드럽게 또는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이사들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소유주의 관점에서 하나의 목적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희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실천하는 겁니다. 저희는 어떤 저의 같은 걸 숨기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가 합병을 통한 ABB 형성에 참여한 겁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합병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베스토르는 소유 기업들의 혁신과 기업가적인 사고를 장려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저희가 소유한 기업들의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거든요. 저희는 저희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 경영진에게 도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변화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요. 이런 활동은 비단 이사회 내에서의 업무일 뿐 아니라 관련 업계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인베스토르 내부에서 진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컨설턴트 및 다른 시장 참가자들과도 광범위한 대화를 나눕니다. 그 덕에 저희가 각 기업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응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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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에 걸쳐 발렌베리 가문의 특징으로
이어져 내려온 장기 투자 철학이 여전히
중요한가요? 장기 투자라는 일관성의 문화가
변화를 추진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선조가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은 아마도 지속가능한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장기 투자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은 연기금이 세계 최대의 주주이지요. 이런 상황이 야기하는 문제점은 연기금을 대표해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실적이 월별로 평가된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방식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쪽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그냥 두고 떠나버리지 않습니다. 저희의 실적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주식시장보다 낫지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도 이 모델을 고수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모든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한 가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올바른 투자 방법입니다. 저희는 수익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에 투자할 의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자본 공급처 중 하나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새로운 제지 공장에 투자를 하면 수익을 얻기 위해 1520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있는 사람만이 이런 투자를 하지요.
연속성과 변화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자 할 때 가족 기업이 유리할까요?
 
저희 회사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과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는 것이 입증된 가치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변화하고자 하는 의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 세상은 항상 변화합니다. 저희도 물론 그래야 하고요. 저는 이것을 ‘역동적 연속성’이라 부릅니다. 저희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역동적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족 기업이라는 형태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다만 저희 선조가 만들어내셨고, 저희가 검증을 통해 계속해서 존중하고 있는 가치와 관계가 있을 뿐입니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인베스토르의 핵심 가치관 중 변한 게 있나요?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저희는 어느 정도 사모펀드 투자가처럼 행동합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태도를 수정하고, 좀 더 규모가 작은 이사회에 참석하고,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만들고, 좀 더 짧은 기간 동안의 실적을 평가하게 됐습니다. 그게 이 산업의 특성이니까요. 저희는 항상 더 발전된 전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베스토르의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가치를 받아들이기 쉬우셨는지요?
 
하나의 학습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세대는 나름대로 결심을 해야 하고 자녀들은 항상 부모가 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려 듭니다. 저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것이 최고의 방법인지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저희도 물론 그랬지만, 자연스럽게 역사와 전통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발렌베리 가문의 노동관도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면 성실한 태도가
발렌베리 가문의 DNA에 새겨져 있는 건가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1주일에 7일씩 일을 하셨습니다. 개인으로서의 삶과 직장인으로서의 삶 사이에 경계가 없었던 거지요. 일을 멈추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그런 모습을 지켜봐왔습니다.
 
그런 부분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제 자신을 주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저는 열심히 일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가지 역할 사이에 일종의 선을 그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상시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하는 압박 상황에서도, 단 1초 동안만이라도 멈춰 서게 한 후 생각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항상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 자신도 충분히 생각을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 직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책임들을 고려해볼 때, 생각의 우선순위를 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요즘 같은 때에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령 저는 제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주기 위해 여러 이사직을 맡지 않았습니다. 저는 큰 그림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적당히 여행도 합니다. 이런 노력들은 모두 균형 잡힌 시각을 얻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애널리스트들이 인베스토르에 대해 작성하는 보고서를 빠지지 않고 읽으려고 합니다. 상당수의 보고서에는 필요한 내용들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가족 기업들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변화의 시기를 겪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가족 기업들이 무너집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5세대에 걸쳐 까다로운
승계 과정을 성공적으로 넘겨왔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다른 가족 기업들과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승계 과정을 진행하나요?
 
발렌베리 재단이 자본을 보유해왔기 때문에 저희 가문에서 꾸려나가고 있는 사업이 발렌베리 가문의 수중에 여태 남아 있을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는 게 옳겠네요. 저희 가문 어른들은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 중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항상 주셨습니다. 과거에는 신입으로 은행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에 던져놓기만 할 뿐 그 속에서 수영을 하는 건 각자 몫이었어요. 모든 세대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은 가문 내 모든 아이들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유학을 보낸다는 겁니다. 제 종조부는 1920년에 시티은행에서 수습 사원으로 일한 최초의 외국인이었고 제 조부께서도 다른 외국 은행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업무 경력을 쌓은 후 영국과 극동 지역으로 옮겨갔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세계 시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제가 받은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제가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저희가 투자하는 모든 회사의 이사회에서도 접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하는 회사들은 모두 매우 국제화되어 있지요. 비단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일뿐만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서도 가치 있는 인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항상 국제적인 인맥 형성이 중요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제 사촌과 저는 국제적인 인맥을 형성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 결과, 저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질문을 하고 훌륭한 답변을 구할 수 있는 뛰어난 자문 그룹을 갖게 됐지요. 이분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인베스토르는 내부적인 인맥 형성에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베스토르가
투자하는 기업 경영진 사이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건데요.
 
저희는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그런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의 중요한 손님들이 스웨덴을 방문할 때 그분들이 저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항상 저희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기업의 모든 CEO들을 초청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아가 저희가 투자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관리하는 경영팀을 거의 매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희는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헨리 키신저, 빌 클린턴 등 저명한 기조 연설자를 초청합니다. 이런 자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지요. CEO들이 유대감을 느끼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편안하게 서로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와 같은 상호 교류와 네트워크를 장려하려고 노력합니다. 훌륭한 네트워크가 있고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강한 기업을 구축하는 데 항상 도움이 됩니다.
 
그런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변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요.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난 3년 전 저희는 환경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이후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저희 회사의 최고 관리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심한 후 전문가를 영입해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일러주기보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져갔지만 저희 회사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역량을 갖고 있게 됐지요.
 
변화하려는 의지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변화 의지가 기업의 DNA에
자리 잡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올바른 사람을 골라야 하는 걸까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기업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테니까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리자라면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변화를 멈추는 순간 상대에게 추월당하거나 잡혀 먹힐 테니까요. 따라서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DNA 속에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근본적인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변화를 꺼리는 사람은 결코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큰 그림을 생각할 때 지금 눈앞에 놓여 있는
가장 도전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각 기업이 각각의 큰 틀 내에서 가능한 잘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정말 힘든 세상입니다.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저는 이게 바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인베스토르의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차세대 모델로 전화해나가기에 적합한 방법도 찾아야겠지요. 인베스토르가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저희들도 기업가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합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글로벌 인사 전략 컨설팅사 ‘이곤젠더 인터내셔널(Egon Zehnder International)’이 발행하는 매거진 <포커스(The Focus)>의 주요 콘텐츠를 번역해 연재합니다. 이곤젠더는 1964년에 설립됐으며, 세계 37개국에 63개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다국적 기업을 위한 임원급 인재 채용과 리더십 평가 및 관련 연구입니다. <포커스>는 경영 전략과 리더십, 임원급 인재 채용의 최신 트렌드 및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게재합니다. 이번 호 기사는 <포커스>에 실린 ‘Dynamic continuity has been our way of looking at life from the very beginn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