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베인앤컴퍼니 매거진에 실린 조지 레이스, 커트 젠즈 하우스의 글 ‘The Green Edge: Why Carbon Competitiveness Matt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구 온난화와 지속가능성, 탄소 배출과 같은 문제를 걱정한다. 이들은 큰 그림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들은 업계 포럼에 참석하고 정부의 정책 개발에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리더십을 행사하기도 한다. 많은 CEO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관심을 갖는다. 특히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환경 운동 단체의 악평을 피하고,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동종 업계 내 경쟁 업체를 관찰하며 ‘경쟁 업체에 비해 우위를 얻기 위해 탄소 경쟁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CEO는 드물다.
앞으로는 모든 업계에서 각 기업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편집자 주: 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의 상대적인 크기가 업계 내 핵심 비교 우위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들이 향후 2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은 산업 차원에서뿐 아니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하나의 금융 부채가 될 수 있다. 탄소 규제는 많은 업계의 경쟁 환경에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각 업계 내 개별 기업의 경쟁 위치마저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CEO가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세상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뜻하지 않게 회사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CEO가 탄소 규제의 영향을 주시하고, 미래 경쟁에 대비해 자사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평범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많은 전력 생산 업체들이 매년 경상이익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 하지만 일부 전력 업체들은 효율성이 높은 운영 방식 덕에 경쟁 압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전력전기회사, 엔터지 등의 업체는 설비 용량 1000MW당 각각 2.14MT과 1.71M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력 업체 중 어떤 곳은 설비 용량 1000MW당 무려 5.86M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연료 효율성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부 규제와 관계없이 규제 압력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연료 효율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선보여 미국 업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그림1) 외국 업체가 2008년 미국에서 판매한 전체 자동차 중 3분의 2가 2020년에 시행될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이었다. 반대로, 미국 자동차 업체가 자국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 가운데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은 5%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업계 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규제 강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2008년에 판매한 차량 중 2020년에 시행될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현재 상정된 탄소 배출권 거래법이 시행되면 석유·가스 기업들이 연간 68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해당 업계 내 모든 업체가 탄소 배출권 거래법으로 인한 고통을 골고루 분담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석유·가스 업계 내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1배럴의 석유를 시장에 내놓을 때마다 엑슨모빌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상대적인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앞서 과거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탄소에서 자유로운’ 구시대적인 환경하에서 생산 자산을 확보하거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따라서 같은 업계 내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각기 다른 저마다 탄소 발자국을 갖게 됐다. 이와 같은 환경 요인을 고려했을 때, 동일한 업계 내에 속해 있는 기업이라 해도 탄소 규제가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 다르다. 대신, 탄소 규제가 경쟁 규칙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일 업계에 속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쟁 업체에 비해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높은 부실 자산 및 제품의 비중이 큰 편이라면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경쟁 업체에 비해 이산화탄소 노출 수준이 낮은 기업은 업계 내에서 입지를 매우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취약점 확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탄소 노출도를 평가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업계를 아우르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기업 경영진이 자사의 탄소 경쟁력 취약 분야를 확인하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업이 자사의 취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와 실제 취약한 분야 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대부분의 CEO가 직접 배출이나 간접 배출, 혹은 양쪽 모두로 인해 자사가 탄소 노출과 관련한 취약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여기서 직접 배출이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뜻하며 간접 배출이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뜻한다. 대부분의 업계에서 CEO들은 직접 노출이건 간접 노출이건 자사 비즈니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CEO들은 경쟁 업체와 비교한 자사의 상대적인 입지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쟁 업체가 자사와 같은 유형의 노출을 겪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개별 기업의 상대적인 탄소 경쟁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3개 산업과 관련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①직접 노출:발전 업체들은 자사의 자산 믹스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다양한 직접적 책임을 지게 된다. 각 기업은 사용하는 연료 및 연료 효율성이 다양한 여러 대의 발전 설비를 갖고 있다. 필자들은 이해를 높이기 위해 1M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하고 이산화탄소 집약도에 따라 발전 장치를 다음과 같은 네 부류로 나누었다. 1M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1.1톤을 초과하는 경우는 ‘매우 높음’, 1.0톤에서 1.1톤 사이인 경우는 ‘높음’, 0.5톤에서 1.0톤 사이인 경우는 ‘중간’, 0.5톤 이하인 경우는 ‘낮음’으로 분류했다. 원자력, 재생 가능 에너지, 수력 에너지는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범주에 속했으며 가스 복합 화력 발전소가 중간 범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범주와 매우 높은 범주의 경우 석탄 발전 시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플로리다 전력전기 회사, 프로그레스 에너지, 엔터지 등 일부 기업들은 ‘좀 더 깨끗한’ 생산 자산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쟁 업체들에 비해 이산화탄소 규제에 적응하기 유리한 입장이다.(그림2) 이산화탄소 규제는 이런 기업들이 상대적인 비용 지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며, 비용 지위가 개선되면 일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시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의 상대적인 비용 지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될 것이다. 탄소세가 톤당 60달러를 넘어서면 대형 전력 업체 중 일부 업체의 운영비용이 70∼9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운영비가 증가하면 전력 사업 자체에 심오한 변화가 나타나게 되며 경영진은 자본 배분 계획을 세울 때 자사의 직접 이산화탄소 노출을 고려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