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과 그린 경영

40호 (2009년 9월 Issue 1)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가시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법안이 곧 실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친환경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들도 많다.
 
흔히 사람들은 시스코가 참여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는 에너지 절감과 별 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IT 분야의 에너지 절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컴퓨터와 서버의 숫자를 생각해보라. IT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8억3000만t으로 항공업계에 버금간다.
 
화상회의가 탄소 배출량 줄여
필자는 미래의 ‘그린 경영’은 IT 시스템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코는 이런 생각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그린 비즈니스’를 개발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게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다. 이 시스템은 최대한 실제와 비슷한 대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텔레프레즌스는 이미 해외 출장을 줄여줌으로써 시스코 내에서 직원 1인당 탄소 배출량을 10%나 줄였다. 우리는 또 자동으로 사옥 안의 에너지를 관리해주는 IT 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매년 25개 건물에서 495만KW의 에너지를 절감한다.
 
다른 IT 업체들도 속속 그린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IBM은 전력 소모량을 줄인 서버 등 친환경 기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MC는 대용량 저장 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가상화 솔루션’을 내놓았다.
 
전사적 ‘그린 경영 비전’ 수립
IT 그린 비즈니스의 영역은 사무실 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첨단 IT 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IT 시스템을 이용한 지능형 교통 체계는 쓸데없는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센서를 이용한 건물의 커튼 제어는 냉난방 효용을 최대로 높여준다. 한국의 ‘지능형 도시화’ 사업에 대한 시스코의 투자 결정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다만 그린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전사적 차원에서 전략을 정렬(align)하고, 회사 전체의 힘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린 비즈니스 분야는 아직까지 초창기에 있으며, 성공 확률도 안개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일을 벌이다 보면 낭비와 실패에 부딪히기 쉽다.
 
돌이켜보면 시스코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전사적 차원에서 ‘그린 경영 비전’을 수립한 일인 것 같다. 시스코는 2006년 사내 14개 핵심 조직의 임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환경위원회(Ecoboard)’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그린 경영 비전을 세우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비전을 현실화할 장기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했다. 핵심 부서의 임원들이 비전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린 경영 전략은 현재의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전통적인 IT 강국이다. 필자는 우리에게 새로운 혁명기인 ‘그린 시대’를 주도해 나갈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 설정과 역량의 집중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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