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요즘 회의실에선 “잠깐만요, AI한테 물어볼게요”라는 말이 대수롭지 않게 나옵니다. AI가 요약한 회의록을 읽고 문장을 다듬어 메일을 보냅니다. 기획의 첫 단추부터 함께 끼우다 보니 이제 AI는 단순한 참고 도구가 아니라 회의실 내 엄연한 ‘보이지 않는 참석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기묘한 풍경도 목격됩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수십 개의 AI 코딩 에이전트를 협업시키는 오픈소스 플랫폼이 공개되자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쏟아지는 결과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되레 스트레스가 느껴졌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대학 강의실에선 한 학생이 고작 400자짜리 강의 평가를 쓰려고 200자가 넘는 프롬프트를 쥐어짜고 있었습니다. 직접 쓰면 몇 분 걸리지 않을 글인데도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AI에 통째로 넘겨버리는 데 익숙해진 탓입니다.
한쪽은 AI의 속도를 따라잡느라 뇌가 과열되고, 다른 한쪽은 생각하는 귀찮음을 떠넘기며 사고의 근육을 잃어갑니다. 학계에서는 전자를 ‘브레인 프라이(Brain Fry)’, 후자를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은 바로 이 두 가지 딜레마 사이에 서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일찍이 “정보의 풍요는 주의력의 빈곤을 낳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진짜 귀해지는 건 정보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인간의 주의력입니다. AI가 결과물을 무한 복제해 내는 지금, 이 통찰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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