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커지면서 포럼 주제와 연사 선정에도 매년 몇 겹의 신중함이 더해지게 됩니다. 2024년에도 경영계의 핵심 화두가 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면서 이 기술을 조직 내 안착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이번엔 기술 수용적 조직 환경 구축과 리더십의 역할에 천착하게 됐습니다.
수능 날만큼이나 높은 확률로 매년 한파 또는 궂은 날씨와 함께 맞게 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청중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기대로 시린 새벽 공기를 가르며 포럼장을 찾아주시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최근 몇 년 치 DBR 기사를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자주 등장한 단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불확실성’…. 바로 이 키워드에 대한 솔루션 모색이 여러분이 매년 연말,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최근 몇 해간 경영인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경기 침체, 전염병, 전쟁, 무역 분쟁 등의 악재에 이어 이번 행사 바로 전날 밤 발생한 계엄 사태까지 더해져 2024년의 포럼은 그 어떤 때보다 큰 불확실성을 체감하며 시작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예년보다 더 많은 청중이 몰려들어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포럼장, 그리고 강연에 집중하는 뜨거운 눈빛 속에서 난세에도 식지 않는 위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회복 의지는 AI를 통해 인간인 리더와 인간이 만든 조직을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했던 이번 포럼에서 전체 행사를 관통하는 ‘뜻밖의 주제’를 빚어내기도 했습니다. 일부러 같은 목소리를 내기로 입을 맞춘 것처럼 연사 모두 “인간의 본질에 집중하라”며 인간다움 또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속성을 혁신 기술, 보상 체계, 리더십 설계에 반영하는 방법에 대한 혜안을 쏟아낸겁니다.
데이비드 드 크레머 노스이스턴대 다모르매킴 경영대학장은 “‘만능 캐릭터’로 오해되기 쉬운 AI 기술은 아직 완벽한 수준이 아닌 만큼 윤리적 고려, 정무적 판단 등 인간의 사고가 보완돼야 한다”며 “결국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증강지능’이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연구하는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인시아드대 교수는 전쟁과 재앙, 사회적 갈등이 도처에 있는 이 시대를 ‘정신병의 시대’라 규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조직 내에 무능한 리더들이 존재할 기저 확률’은 40∼50%에 달합니다. 이처럼 애초에 훌륭한 리더는 절반 미만의 확률로 존재해왔지만 이에 더해 나르시시스트형 리더가 넘쳐나게 된 것이 문제입니다.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이런 시대에 각광받는 리더상은 지나친 영웅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존재감 없는’ 리더”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속성 중에는 ‘배신’도 있습니다. 부대 행사로 열린 럭셔리 포럼에서는 ‘MZ세대의 배신’이 화두가 됐습니다. 그동안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MZ세대가 경기 침체로 얇아진 주머니, 날로 치솟는 럭셔리 제품의 가격 대비 가치 등에 ‘현타’를 느끼며 명품 소비에 흥미를 잃게 된 겁니다. 이제 이들을 다시 잡기 위해 ‘꿈의 요소(dream factor)’를 끌어올릴 묘안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결국은 기술과 인간이 모두 주인공이 된 이번 포럼에 대한 청중 후기들 속에서 이런 내용이 시선을 끕니다. “결국 우리는 왜 AI를 활용하는지, 인간중심적 고찰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문이과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니 이 세상이 정말 역동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동행해야 할 도전 과제들이 많은 새해 즈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춤하지 않고 DBR 새해 첫 호, 첫 장을 넘겨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이라면 이미 출발선을 떠나 앞서 달려 나가기 시작한 셈입니다. 위기 속에서 더 큰 저력을 발휘하면서 반드시 성공하는 새해가 되기를 DBR 구성원 모두 응원합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