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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최악의 선택 유도하는 ‘부정 편향’ 경계해야

곽승욱 | 389호 (2024년 3월 Issue 2)
Based on “The Worst-First Heuristic: How Decision Makers Manage Conjunctive Risk”(2023) by J. Lewis, D. Feiler, and R. Adner in Management Science, 69(3): 1575-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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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투자란 영역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하고 불확실한 시장 내 사건들과 상황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투자의 성공 여부는 내·외부적 불확실성 요인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크게 의존한다. 내부 요인에는 위험관리 능력, 자산 분배 전략, 인적자원 등이 포함되며 외부 요인으로는 경제 변동, 정책 변화,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형성되는 ‘결합 위험’은 서로 다른 불확실성 요인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을 의미한다. 결합 위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성공 확률이 높은 장기적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필수 조건이다.

뉴욕대와 다트머스대 공동연구진은 결합 위험에 대한 의사결정자들의 대응 방식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연구팀은 결합 위험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자들이 어떻게 위험을 인식하고 평가하는지, 어떤 휴리스틱(직관적·경험적 문제 해결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 결과는 투자자가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투자 전략의 개발과 실행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이 온라인 연구 플랫폼 미케니컬 터크와 프롤리픽에서 모집한 3653명의 참가자는 두 가지 독립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개선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한 프로젝트는 20%의 성공 확률(저확률), 다른 프로젝트는 40%의 성공 확률(고확률)을 갖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참가자가 과제를 수행하기 전 두 투자 프로젝트의 결합 성공 확률은 8%(20%×40%)였다.

각 참가자에게는 저확률 프로젝트를 15%p(20%에서 35%로) 개선하거나 고확률 프로젝트를 30%p(40%에서 70%로)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어느 개선책이 더 나은지 평가해야 했다. 두 개선책은 모두 결합 성공 확률을 8%에서 14%로 증가시키기 때문에 합리적인 참가자라면 두 개선책이 똑같이 매력적이라고 답해야 한다.

하지만 편향이 작용한다면 비합리적 평가도 배제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이는 것이 전부(WYSIATI, What You See Is All There Is)인 양 믿는 편향이나 절대 규모가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편향이 작동하면 15%p를 개선할 수 있는 저확률 프로젝트보다 30%p를 개선할 수 있는 고확률 프로젝트를 선호할 개연성이 크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이 예상한 합리적 선택과 비합리적 선택은 모두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확률 프로젝트 개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확률 프로젝트 개선을 선호하는 참가자는 전체 참가자의 55%로 고확률 프로젝트 개선을 선호하는 참가자 45%보다 약 10%p 많았다. 심지어 고확률 프로젝트 개선 효과를 34%p로 올렸을 때도 여전히 저확률 프로젝트 개선을 선택하는 참가자가 전체 참가자의 54%로 8%p 앞섰다. 연구진의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직관적 평가의 결과다.

저확률 프로젝트 선택을 부추기는 직관적 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부정 편향을 들 수 있다. 부정 편향이란 부정적인 정보, 사건, 상황을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성향이다. 부정 편향이 개입되면 저확률 프로젝트가 고확률 프로젝트보다 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인식돼 상대적 심각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더불어 주관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의존해 위험을 평가하는 감정 휴리스틱이 부정 편향의 오판을 더욱 공고히 한다. 따라서 저확률과 고확률 프로젝트를 동시에 평가해야 하는 상황, 즉 여러 위험을 결합해서 평가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면 주로 저확률 프로젝트 개선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최악 우선 휴리스틱(Worst-First Heuristic, WFH)’이라고 한다.

WFH를 피하려면 부정 편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평가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즉, 하나의 통합 프로젝트 내 저확률·고위험과 고확률·저위험의 두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평가해야 하는 결합 프레임보다 두 개 프로젝트를 별개의 프로젝트로 취급해 평가하는 독립 프레임이 WFH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독립 프레임은 저확률 프로젝트의 위험에 대한 과대평가를 예방해 WFH의 개입 가능성을 낮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차 안과 밖에서 느끼는 속도는 확연히 다르다. 기차 속도가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지듯 투자안의 가치도 평가의 프레임에 따라 크게 변한다. 최악 우선 휴리스틱은 성공 확률이 낮고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를 우선해 고려하는 행동 방식이다. 특히 여러 투자 프로젝트를 결합해 동시에 평가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고유한 특성과 잠재적 위험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 프레임은 투자자가 내적 편향과 외부적 영향력을 보다 잘 인식하고 조절케 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상식이 매몰되고 중간과 평균이 경시되는 현상이 널리 펴져 있다. 극단적인 최악이나 최상의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과대·과소평가를 넘어선 균형 잡힌 인식으로 회귀할 시점이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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