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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여름, 청춘, 그리고 축제

김현진 | 374호 (2023년 08월 Issue 1)
여름, 축제 시즌을 맞아 최근 하나둘씩 재개된 해외 유명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면 ‘국뽕’이 차오릅니다. 먼저,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매년 8월 개최되는 ‘롤라팔루자’의 올해 행사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는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입니다. 올해 행사에는 K팝 걸그룹 최초로 ‘뉴진스’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K팝 아티스트들을 축제의 주요 출연자로 활용한 셈입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사막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의 올해 헤드라이너는 ‘블랙핑크’였습니다.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등 이 페스티벌의 과거 라인업 히스토리만 봐도 그 명성을 짐작게 하는 무대를 장식하게 된 겁니다.

본격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팬데믹으로 파행을 겪었던 공연 및 페스티벌들이 오프라인 무대로 속속 복귀하고 있습니다. ‘축제의 귀환’ 시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들이 K팝 아티스트 모시기에 나선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뽕’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인 시대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오랜만에 무대 앞에 돌아온 관객들을 몰입시킬 만큼 화려한 ‘종합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로 K팝 스타만 한 출연자는 찾기 힘들 겁니다. 이에 더해 축제 내에 사회적 의미를 담는 행사가 많아진 것도 라인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발생한 인종차별과 혐오 사건에 대한 사회적 환기 차원에서 다양성 존중 메시지를 앞세운 축제들이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대형 페스티벌 역시 주로 백인 남성 위주의 록밴드를 무대에 세웠던 전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과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K팝 아티스트들의 출연은 이런 맥락에서도 의미를 갖게 된 겁니다.

또한 K팝 팬덤의 상당수가 MZ세대임을 고려해 사회적 의미가 담긴 행사에 젊은이들의 동참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9월 23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2023 글로벌 시티즌 페스티벌’에는 ‘스트레이 키즈’가 출연합니다. 이 행사는 국제 사회운동단체인 ‘글로벌 시티즌’이 기후변화, 불평등, 빈곤 등의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로 주최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환경 등 ESG적인 요소들은 지금처럼 대규모 축제들의 ‘명분’으로 활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향후 규제 영역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그 변화 추이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 현실과 단절돼 사람들의 열기, 그리고 음주가무와 함께하는 축제는 ‘합법적인 일탈’로도 불립니다. 유럽 중세시대에 열렸던 ‘바보들의 축제(The Feast of Fools)’는 억압받던 민중들이 지배층과 종교지도자들을 풍자하는 무대였고 조선시대 탈춤은 양반이나 승려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해학적 예술 장르였습니다. 과거 서슬 퍼런 신분제하에서도 축제들이 선사했던 해방감을 떠올리면 그 ‘일탈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만 연간 1000개의 축제가 열리는 시대, 축제를 영업 및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으로선 이러한 대형 행사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혼란의 순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공간 속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는 과학적, 사회학적 이론에 주목해야 합니다. 엔도르핀 등 ‘행복 호르몬’ 분비가 축제에서 접하게 된 브랜드나 제품의 세계관이 더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매년 여름 휴가 성수기에 발간하는 DBR 여름 특집호의 올해 주제는 최근 이미 몇 개의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편집진 내 Z세대 기자들의 강력 추천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시대 청춘들이 다시 찾게 된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본능과 흥, 그리고 팬데믹 끝 일상이 반가운 여름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모두 즐겁고 안전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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