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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Watch

상대를 재미있게 내 편 만드는 ‘호기심 너지’

곽승욱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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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Using Curiosity to Incentivize the Choice of “Should” Options” by E. Polman, R. Ruttan, and J. Peck (2022)
i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ume 173, pp.1-12

무엇을, 왜 연구했나?

“다음에 일어날 일을 당신은 믿지 못할 것이다.” “다음 내용을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결코 알고 싶지 않은 17가지 비밀이 폭로될 예정이다.”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서 사용하는 ‘클릭베이트(Clickbait)’다. 우리말로는 ‘클릭을 위한 미끼’가 되겠다. 보는 이가 링크된 콘텐츠를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강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TV 드라마나 쇼가 클리프행어(Cliffhanger)를 활용해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한다. 클리프행어란 각각의 에피소드를 딜레마 또는 충격적인 폭로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내는 장치를 뜻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한 에피소드를 보고 이전 에피소드에서 생긴 호기심을 해결한 후에도 또 다른 호기심의 덫에 빠진다. 클릭베이트와 클리프행어는 호기심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너지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우리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한다고 믿는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자주 직면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낸 후 건강관리를 위해 체육관에 가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소파에서 TV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이처럼 즉각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제공하는 선택과 당장은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장기적인 웰빙을 향상하는 선택 사이의 갈등을 ‘본능 자아(Want Self)’와 ‘규범 자아(Should Self)’ 간 갈등, 즉 ‘본능-규범 갈등(Want-Should Conflict)’이라고 한다. 이 갈등의 승자는 보통 본능 자아다. 본능에 충실한 선택의 결과(즉각적인 쾌락)가 주는 실감 나는 보상이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규범적인(옳다고 여겨지는) 선택의 이로움보다 훨씬 더 선명한 자극과 인센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능 자아를 좇은 대가는 만만치 않다.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을 낳고 비만, 중독, 재무적 곤경과 같은 개인 및 사회 차원의 후유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본능 자아를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된 데다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합 연구진은 호기심을 너지 도구로 활용해 본능-규범 갈등의 승자를 본능 자아에서 규범 자아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맛있는 가공식품을 소비하고, 저속하지만 쾌락을 자극하는 영화를 보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과 같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본능 자아 선택)에 빠지는 행위를 줄이고 현재의 즐거움, 만족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장기적으로 건강과 교양을 증진하는 훨씬 큰 보탬이 되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호기심의 동기부여 효과(호기심 너지 효과)를 검증했다. 호기심 너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본능 자아보다 규범 자아의 선택을 선호케 하는 인센티브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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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호기심 너지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네 가지 실험을 시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는 대학생 20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통제 조건과 너지 조건으로 100명씩 나뉘어 일반적인 포춘쿠키와 다채로운 설탕 가루로 덮인 초콜릿 포춘쿠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너지 조건 참가자에겐 “일반적인 포춘쿠키에 참가자의 신상에 관한 사적인 비밀이 포함돼 있다”라는 호기심 너지가 추가됐다. 연구 결과, 통제 조건에 속한 참가자 100명 중 80명이 초콜릿 쿠키를 선택했고 나머지 20명은 보통 쿠키를 선택했다. 즉, 보통 쿠키를 선택한 참가자의 4배인 절대다수가 초콜릿 쿠키가 주는 맛(쾌락)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했다. 대조적으로 너지 조건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참가자 100명 중 29명이 초콜릿 쿠키를 집었고 나머지 71명은 보통 쿠키를 선택했다. 호기심을 해소하려는 참가자들의 인센티브가 일반적인 쿠키에 대한 선호도를 크게 높인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597명의 대학생 참가자가 통제 조건과 너지 조건으로 나뉘어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포춘쿠키를 고르는 상황이 아니라 영화 클립을 고른다는 점과 참가자의 사적 비밀이 아닌 마술 비밀이 공개된다는 점이 달랐다. 통제 조건에 속한 참가자는 두 개의 짧은 영화 클립(클립 1과 2)을 보고 한 개를 선택해야 했다. 클립 1은 예술적·교육적 가치는 높지만 조금 지루한 명작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클립 2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출연해 화려하고 오락성은 풍부하지만 예술적·교육적 가치가 거의 없는 저급 영화의 일부였다. 너지 조건 참가자는 짧은 마술 쇼를 먼저 시청한 후 영화 클립 1과 2를 시청했다. 그리고 한 개의 영화 클립을 선택하기 전 “클립 1을 선택하면 마술의 비밀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추가 메시지가 호기심 너지로서 전달됐다. 실험 분석 결과, 통제 조건에 속한 참가자 281명의 70.1%인 197명이 저급 영화인 클립 2를, 나머지 29.9%인 84명이 명작인 클립 1을 선택했다. 하지만 너지 조건에서는 예상대로 결과가 역전됐다. 참가자 316명의 54.7%인 173명이 명작 영화를 꼽았고 나머지 45.3%인 143명은 저급 영화를 골랐다. 호기심 너지가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본능 친화적 선택에서 지루하지만 구성과 내용이 짜임새 있고 풍부해 지식과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고품격 영화로 참가자의 관심과 행동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세 번째 실험은 연구 장소를 폐쇄된 실험실에서 오픈된 현장인 경영대학 건물로 옮겼다. 경영대학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직원이 자연스럽게 실험 참가자가 됐고 건물 자체는 호기심 너지를 적용하는 공간이 됐다. 호기심 너지는 1층부터 4층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바로 옆 계단 입구와 계단 중간에 플래카드의 형태로 세워졌다. 계단 입구의 플래카드에는 “어떤 동물이 인간보다 앞서 우주로 보내졌을까요?”와 같은 간단한 질문과 더불어 “답은 계단을 이용하면 볼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답이 적힌 플래카드는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설치됐다(참고로 답은 개구리와 기니피그 등이다). 질문과 답 플래카드는 너지 기간으로 설정한 28일 동안 매일 바뀌었다. 너지 기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통제 기간을 설정했는데 플래카드를 설치하기 전 28일간이었다. 연구진은 학생과 교직원이 너지 기간 계단을 이용한 횟수와 통제 기간 계단을 이용한 횟수를 측정했는데 전자는 3만4774회, 후자는 3만1662회로 전자가 후자보다 9.8% 컸다. 호기심 너지가 엘리베이터 이용자 중 상당수를 계단 이용자로 바꿨다는 뜻이다.

끝으로 네 번째 실험에서는 소비자가 식품점에서 육류나 가공식품 대신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사도록 유인하는 호기심 너지를 적용했다. 앞의 실험들과 마찬가지로 너지 조건에서 과일과 채소 구매가 10%p 증가하는 너지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호기심은 지식이나 경험의 부족 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고 깨달음, 경이로움, 즐거움,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촉발하는 다차원적 인지 특성이다. 심리학에서는 호기심을 삶의 성취감, 행복, 행동 변화와 관련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 특성 중 하나로 취급한다. 호기심의 역할과 종류만큼이나 호기심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혹은 불확실한 무언가를 밝히고자 하는 욕구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호기심을 부드럽고, 평범하고, 자율적이며,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한 개입의 형태로 바꾸어 적용한 것이 호기심 너지다. 호기심 너지는 일시적인 쾌락과 편안함을 주는 선택(초콜릿 쿠키, 저급 영화, 엘리베이터, 육류와 가공식품)의 유혹을 뿌리치게 한다. 또한 당장은 지루하고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기 계발과 건강 및 교양을 향상할 수 있는 선택(보통 쿠키, 명작 영화, 계단, 과일과 채소)을 하도록 유인한다. 즉, 승자(본능 자아)의 저주를 알 듯 모를 듯 피하게 해준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유일한 재능이라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열정이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과학자를 낳은 호기심으로 무엇인들 못 할까? 우선 건강과 교양부터 챙겨두자.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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