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디지털 금융 패권 전쟁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넘어 국가 간 지급 결제 시스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존 미국 등 서구 선진국 중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이 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의 경제 제재 용도로 활용되면서 중국, 러시아 등이 자체 국가 간 지급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고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한 리플(RIPPLE)이나 JP모건체이스 등이 선보인 ‘파티오’ 프로젝트가 대표적 예다. SWIFT는 기술적으로 다소 낙후된데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어 향후 SWIFT의 독점적 지위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금융 패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또 하나의 전장이 바로 ‘국가 간 지급 결제 시스템’이다. 한 나라 안에서 이뤄지는 지급 결제는 대체로 자국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국의 주권이 그대로 반영된다. 아무리 강력한 패권 국가라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는 어려운 구도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지급 결제는 얘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무역 거래를 하더라도 수입과 수출을 하는 두 나라가 모두 수용하는 통화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통화는 미국 달러화다. 유로화가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국경 간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달러가 미국 금융 패권의 핵심 무기인 셈이다.
전 세계 국경 간 결제는 대부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SWIFT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10개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SWIFT는 미국이 적대 국가를 압박하는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 2022년 2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로 러시아 은행들이 SWIFT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러시아 등은 SWIFT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국가 간 지급 결제 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은행간국제결제시스템(CIPS, Cross Border Payment Interbank System)을 SWIFT 대체 수단으로 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러시아의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 인도의 SFMS(Structured Financial Messaging System) 등도 SWIFT의 대체재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국가 간 지급 결제는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
미국 외 중국, 러시아 등이 자체적인 지급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는 이유는 국가 간 지급 결제 시스템이 금융시장 패권과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SWIFT는 1973년 서방 10개국의 은행이 국경 간 지급 결제와 청산을 위해 회원으로 참여해 설립한 민간 조직이다. 본사는 벨기에에 있고 전 세계에 26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벨기에 법에 따라 출범한 협동조합형 회사이고 2400여 주주가 있다. 200개국 1만1000여 개 은행이 회원이다. 국내 은행들도 가입해 개별 코드를 부여받고 있다. SWIFT는 표준화된 코드 형태로 통신이 이뤄지는 글로벌 보안 메시징 서비스이며 실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보면 미국 등 서방 10개 선진국, 즉 G10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10개국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벨기에 중앙은행이 SWIFT에 대한 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조경엽
- (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소장
- 매일경제신문에서 산업, 금융, 경제 전반을 취재활동을 하였음.
- (전) 매일 경제신문 금융부장, 국제부장
- (전) 주간지 <매경이코노미> 담당 국장
- (전) 월간지 <럭스맨> 담당 국장
- 1997년부터 1년간 미국 조지타운대 정부-기업관계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