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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롯데벤처스’

초기 단계 발굴-육성에서 집중 투자까지 스타트업 전 과정 키우는 국내 유일 CVC

조윤경 | 343호 (2022년 04월 Issue 2)
편집자주
지난해 말 국내 지주회사의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및 창업, 생태계 관련 투자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DBR는 국내 주요 지주사 CVC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Article at a Glance

롯데벤처스는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서는 유일하게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맡아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속된 하나의 ‘액셀러레이팅-후속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산업 분야별 펀드 조성으로 계열사와의 협업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그룹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베트남, 일본 등지에 ‘크로스 보더(Cross-boarder)’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벤처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고 차별화된 강점을 키웠다.



2022년 기준, 어느덧 창업 7년 차에 접어든 롯데벤처스는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는 유일하게 인큐베이팅으로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시리즈 단계의 후속 투자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롯데벤처스는 ‘창업 기업 육성’이라는 설립 DNA를 바탕으로 벤처 투자 업계 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주요 CVC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을 돕고 20, 30년 이후 세상을 이끌어 갈 전망 있는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사명을 위해 롯데벤처스는 지금까지 13차례가 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안목을 높여왔다. 최근엔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CVC의 글로벌 확장까지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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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CVC’가 되겠다는 한결같은 행보로 진정성을 인정받으면서 롯데벤처스와 함께하려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벤처스에 따르면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13회 포트폴리오사 모집을 진행한 결과, 5065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166개 회사가 최종 선정돼 롯데벤처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22년 3월 진행한 인큐베이팅 대상 스타트업 선발 프로그램 ‘엘캠프(L-Camp)’에는 966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약 48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벤처 투자와 대기업,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선순환을 꿈꾸는 롯데벤처스의 핵심 전략을 DBR가 분석했다.

국내 유일의 초기 스타트업 집중 육성 CVC

롯데벤처스는 국내 CVC 중 유일하게 인큐베이팅 단계의 극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인큐베이팅이란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 사무실을 마련해주거나 다양하고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물리적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벤처스는 이와 동시에 자본을 투자하고 마케팅, 홍보, 파이낸싱과 같은 각종 비즈니스 스킬을 훈련해주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맡고 있다.

이처럼 롯데벤처스가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나선 것은 법인 설립 목적 자체가 ‘창업 기업 보육’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했던 신 회장은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에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창업 보육 기업을 구상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2015년 3조 원 규모의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롯데비피화학을 인수하는 등 롯데의 굵직한 M&A를 주도해 왔다. 일각에선 이런 그가 그동안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그룹 내부에서 키우기보다 외부에서 키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법인 설립 당시 자본금 150억 원 중 50억 원은 신 회장이 사재로 출연했다. 마침내 2016년 독립 법인으로 탄생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설립 이후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사명 아래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2020년 5월엔 벤처캐피털 기능을 강화하고 스타트업과 접점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사명을 롯데벤처스로 변경했다.

롯데벤처스, 즉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탄생한 데는 별도 법인이 아니면 제대로 된 스타트업 투자가 어렵다는 그룹 내부의 자각도 한몫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탄생하기 이전엔 롯데지주사의 신규사업부에서 외부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M&A나 해외 투자 건이 더 많이 진행됐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롯데그룹만이 아닌 국내 대기업 전반이 겪고 있는 딜레마였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진행하는 데는 태생적인 한계점이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거대 조직에선 몇 곳에 대한 투자가 실패하면 곧장 인사 고과에 반영되고 승진 누락, 심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리스크가 있는 투자는 피하게 되고 안전하고 규모 있는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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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VC의 경우 포트폴리오 중 몇 건의 투자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투자 내역에서 더 큰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전체 흐름이 좋다면 자잘한 투자 내역까지 간섭하지는 않는다. 이는 많은 기업이 CVC를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해당 시장의 대기업 인프라 및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다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협업을 큰 기회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지분 희석의 문제로 투자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업 극초기 단계에서 다른 벤처투자사보다 CVC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 같은 그룹 내•외부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탄생한 롯데벤처스는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드(seed) 투자, 그들의 성장 단계를 따라가며 투자하는 후속 투자, 이외 기업을 발굴해 진행되는 시리즈 투자까지 모든 투자 단계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아직까지 스타트업 투자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CVC는 국내에서 롯데벤처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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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하나의 ‘액셀러레이팅-후속 투자’
프로세스

액셀러레이터로 출발한 만큼 롯데벤처스의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장성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활동이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액셀러레이팅은 후속 투자와 분리된 과정이 아닌 연속된 프로세스”라며 “스타트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좋은 투자 후보들을 시스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스타트업들은 주로 창업에 성공했던 사람들이나 관련 비즈니스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의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를 확보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유망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패기 있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에는 막막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인맥을 가진 ‘그들만의 리그’로 남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롯데벤처스는 투자 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고 성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엘캠프(L-Camp)’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엘캠프는 기본적으로 서울에서 연 2회, 부산에서 연 1회를 비롯해 매년 수차례 주기적으로 열리는 롯데벤처스만의 ‘스타트업 선발 대회’다. 엘캠프를 통해 뽑힌 스타트업은 롯데벤처스로부터 사무 공간, 경영(법률, 회계),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롯데벤처스 소속 전담 매니저가 배정돼 비즈니스 모델이나 피버팅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유통, 서비스, 관광, 건설, 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롯데벤처스에 따르면 2021년까지 엘캠프를 비롯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166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총 1조3800억 원대로 선발 당시 대비 약 3배 성장했다. 롯데벤처스는 엘캠프 외에도 푸드테크(미래식단),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글로벌 시장 진출) 등 테마를 달리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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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극초기 스타트업의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벤처 투자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판단이 틀릴 가능성도 존재하고, 투자금을 몽땅 날릴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많은 벤처캐피털이 기피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 영역엔 장점도 있다. 바로 경쟁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시리즈 A, B, C 단계에 도달한 좋은 스타트업의 경우 다른 대규모 벤처투자사들과 투자 경쟁을 해야 하는데 시드 단계에 나서는 투자사의 수가 비교적 적다. 그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장래성 있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안목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투자 대비 승률이 높아진다.

이 같은 투자 전략엔 ‘CVC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롯데벤처스의 철학도 한몫하고 있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적극적으로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면 시리즈 A, B, C 단계에 투자할 기회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의 20년, 30년 뒤를 책임지게 될 새로운 비즈니스의 출현 기회도 대폭 줄어든다. 이는 분명 미래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대단히 제한적이다. 액셀러레이팅 단계를 지나온 스타트업들이 제시하는 가설은 대체로 오류로 판명되고 중간에 피벗(Pivot)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롯데벤처스는 투자를 고려할 때 비즈니스 모델의 독창성, 창업팀의 능력과 경력이나 열정, 그 회사가 가진 기술력, 상상력과 창의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전 대표는 “초기 단계에선 회사가 만들어 온 숫자나 귀납적 사고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력보다는 상상력과 가능성에 바탕을 둔 연역적 판단, 나아가 예술적(Art)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롯데벤처스에 후속 투자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액셀러레이팅으로 발굴 단계를 통과한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추가적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롯데벤처스가 2020년 사명을 변경한 데는 이처럼 상위 시리즈 단계에 진입한 포트폴리오사의 숫자가 많아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사실 롯데벤처스처럼 액셀러레이팅 노하우가 있는 벤처투자사가 시리즈 A, B, C에 해당하는 펀드 투자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반대인 시리즈 A나 B에 투자하는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한 벤처캐피털이 발굴, 육성의 초기 영역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액셀러레이팅은 후속 단계 투자와 달리 인큐베이팅을 위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거나 실질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데 따른 여러 제반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는, 어느 정도 성장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벤처 회사들은 대부분 비전만 덩그러니 가진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상당한 당혹감을 느낀다. 반면 롯데벤처스는 액셀러레이팅에 뿌리를 둔 만큼 포트폴리오사들의 성장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확장하기가 수월하다.

산업 분야별 펀드 조성, 계열사와 협업 증대

롯데벤처스만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출자하는 산업별 펀드를 조성해 선발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벤처스는 산업별 펀드인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 펀드’(2019년 12월), ‘롯데농식품 테크 펀드’(2020년 12월), ‘롯데홈쇼핑 이노베이션 펀드’(2021년 6월), ‘롯데케미칼 ESG펀드’ 등을 운영 중이다. 이 펀드들은 각 계열사가 추구하는 미래와 부합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성격이 짙다. 롯데벤처스는 2022년 4월 말 기준 총 15개 투자 펀드를 운영 중이며 운용 금액은 2895억 원 규모다.

롯데벤처스가 처음부터 산업별 펀드를 조성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조성한 펀드는 범용 펀드 성격이 강했다. 2018년 그룹 계열사와 함께 조성한 272억 원 규모의 ‘롯데 스타트업 펀드’ 등은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성만을 중심에 두고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는 CVC 배후에 있는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몰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수십 개 계열사가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면 자신의 투자 지분의 1/N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했으니 나머지는 롯데벤처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선발과 투자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반대로 한 개 계열사가 단독으로 거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면 롯데벤처스가 어디에, 어떤 과정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지, 투자한 회사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더 나아가 그들이 더 빨리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실제로 이런 변화 이후 투자심사회의를 할 때마다 해당 회사의 담당자가 꼭 참석하고 있다. 출자한 롯데 계열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은 롯데벤처스가 투자하는 스타트업 발굴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각 전문 산업 영역에서 떠오르는 스타트업 샛별을 발견하면 롯데벤처스에 먼저 투자하자고 추천을 하기도 한다. 롯데벤처스 입장에서도 현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롯데벤처스는 계열사와의 협력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적당한 균형 역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펀드에 투자한 쪽이 전적으로 무관심해도 문제지만 입김이 너무 과하면 투자는 사공이 많은 배처럼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천받은 기업이라도 철저한 분석 단계를 거친다. 투자 결정과 관련된 모든 권한 역시 롯데벤처스가 갖는다. 전 대표는 “해당 펀드의 성과 및 투자 책임은 CVC의 대표이사에게 있다”며 “CVC와 계열사 간 절묘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되 주도권과 결정권은 CVC가 가져야 CVC 고유의 경쟁력이 오롯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크로스 보더’ 시스템

글로벌 기업인 롯데가 가진 국제적 역량을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롯데벤처스만이 가진 강점이다. 2021년 10월 롯데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참가 기업을 모집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는 일본으로 건너가 스타트업 롯데를 세우고 키워 낸 고 신격호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2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3개 팀엔 국내 최대 규모인 5억 원의 지원금이 수여됐으며 3개월 동안의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쳐 2022년 2월 총 8일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를 진행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글로벌 투자, 고객 확보, 마케팅 등을 주제로 총 12명의 한인 실리콘밸리 관계자들과 선발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킹 행사가 진행됐다. 롯데벤처스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의 글로벌 인큐베이팅에 대한 의지는 롯데벤처스의 해외 법인 설립에서도 알 수 있다. 2016년부터 베트남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우수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가져 온 롯데벤처스는 2021년 베트남 법인인 ‘롯데벤처스 베트남’을 설립했다. 동남아 지역 중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베트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일본 롯데와는 스타트업 발굴 및 우수한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벤처스는 이처럼 국내외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고 발굴하면 추후 ‘크로스보더(Cross Boarder)’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포트폴리오사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롯데벤처스에도 자연스럽게 각 지역 특성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이후엔 해당 지역 출신의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육성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전 대표는 이런 구상에 대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 욕구와 롯데 계열 회사의 혁신 욕구 사이에 존재하는 플랫폼, 그것이 바로 롯데벤처스가 추구하는 미래”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DBR mini box I

롯데-스타트업 사업 연계 사례

세븐일레븐+미로

할인 식음료 커머스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운영하는 ‘미로’는 세븐일레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를 비롯한 6개 롯데 계열사와 협업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2020년 누적 거래액만 23억 원에 달한다. 세븐일레븐과는 8월까지 재고 시스템 자동 연동을 완료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링크플로우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링크플로우는 롯데벤처스의 초기 투자를 받아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롯데홈쇼핑이 2022년 1월 국내 13개 ICT 전문 기업 및 전문가와 출범한 ‘메타버스 원팀’에 포함돼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링크플로우의 목결이형 360도 카메라는 롯데월드타워 대테러팀 보안 담당자들의 업무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올링크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태그를 활용한 결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올링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이폰 페이먼트’ 결제가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다. 롯데와 협업해 아이폰 결제 기능을 탑재하고 편의점 업계 최초로 올링크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푸드+프레시코드

당일 배송 샐러드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롯데푸드의 가정간편식(HBR) 브랜드 쉐푸드와 세븐데이즈 플랜 7종을 판매 중이다. 롯데푸드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품 개발 역시 협의 중이며 프레시코드 제품 일부에 대한 롯데푸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을 논의 중이다.


DBR mini box II : Interview: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세상을 확 바꿀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2020년 8월부터 롯데벤처스의 수장을 맡게 된 전영민 대표는 1992년 롯데정책본부 인사팀으로 입사해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을 지낸 인재 채용, 평가, 교육 분야 전문가다. DBR는 그가 생각하는 ‘스타트업과 CVC, 그리고 벤처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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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는 일반 벤처캐피털 회사와 어떻게 다른가?

농부들은 봄에 못자리를 만들어서 모를 만들고, 그 모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본격적으로 논에 모내기를 한다. 이런 ‘못자리-논’ 이원화 방법론을 이앙법이라고 한다. 그냥 논에다 볍씨를 뿌려서 키우는 과거의 직파법에 비하면 생산성이 놀랍다. 기록에 의하면 5명이 농사지을 농토에 1명이 농사를 지어도 2배 소출을 거뒀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내내 정부는 이 이앙법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앙법은 만약에라도 가뭄이 들면 농사에 완전히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출은 적지만 직파법이라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농민들은 이앙법으로 대거 전환한다. 당연히 농업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구도 대거 늘어난다. 전환의 비결은 저수지 건설에 있다. 저수지를 만들어서 물을 넉넉하게 저장해두면 어지간한 가뭄이 들어도 극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가뭄이 들어도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일정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저수지는 CVC이고, 현대판 못자리는 스타트업이다. CVC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생각, 그 너머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패러다임이 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기존 대기업이 애써 만들어놓은 진입 장벽은 쉽게 뚫리게 마련이다. 대포가 등장하면서 성벽이 의미가 없어지고 총이 등장하면서 활이 의미가 없어지듯이 말이다.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대기업들은 위기의식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CVC는 다른 벤처캐피털처럼 돈 좀 벌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금리 인상 등 향후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CVC 활동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1990년대 말에 한국에도 벤처 붐이 있었다. 그리고 2000년에 들어서면서 그 버블이 터져서 경제가 엉망이 됐다. 그 당시에 수많은 분이 벤처를 창업했지만 그야말로 패가망신했다. 투자자들이 버블이 터지는 걸 보면서 벤처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추가 성장에 필요한 돈줄이 딱 막혔다. 투자 프로세스에 가뭄이 들었는데 물을 공급할 저수지가 없었던 거다. 한국은 거의 10년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한동안 어느 누구도, 어떤 금융 회사도 스타트업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는 충분한 저수지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앙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일어난 재난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는 놀라운 추세에 역행할 수는 없다. 많은 이가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 걸로 걱정한다. 당연히 일반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들은 금융 회사나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투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금 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일반 벤처캐피털은 때에 따라 하늘에서 내리는 비라고 본다. 때에 따라서 왕창 내릴 수도, 때에 따라서는 가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CVC는 좀 다르다. 금리 인상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다. 그래서 CVC를 ‘현대판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CVC가 제 역할을 계속하면 한국에서도 현대판 이앙법 혁명은 지속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금리가 올라가면 개인적으로 CVC 입장에선 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투자 경쟁이 줄어들면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지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벤처스에선 어떤 스타트업을 원하는가?

우리가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스타트업을 원한다. 반드시 롯데그룹의 주요 비즈니스 분야와 연결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에게 노하우가 없는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이라면 그 분야에 전문인 회사와 협업해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 유통, 식품, 케미컬, 호텔 서비스 산업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더욱이 버선발로 뛰어가서 모셔올 생각이다. 우리는 역량 있는 팀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그래서 성공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다가 결국엔 우리가 정당한 가격을 주고 인수해서 계열사로 만들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초기 투자 이후에 투자할 펀드를 만들어서 의미 있는 지분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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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롯데벤처스는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세상을 확 바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게 벤처캐피털인데 안타깝게도 국내 대다수 벤처캐피털의 구조와 프레임은 별로 혁신적이지 않은 것 같다.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 업종의 특성보다는 보수적인 금융 업계의 특성을 더 강하게 띠고 있는 걸로 보인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과 아이디어를 검토하면서 자기 자신은 혁신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모순적인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더구나 한국의 벤처캐피털들은 미국의 벤처캐피털을 모방하려고만 하는데 모방으로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모방만 하려고 들면 한국 스타트업 시장 특유의 역동성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많은 CVC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데 문제는 거기에 이미 3000개가 넘는 벤처캐피털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과 차별화된 뭔가를 보이지 않으면 절대 성공 못한다.

우리는 이런 구도를 깨고자 한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매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스타트업 다운 특성을 띠는 스타트업 지원 기업. 이것이 롯데벤처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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