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나는 6•25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혼자 있다 보니 개가 좋은 친구가 됐고 사람과 동물 간에도 심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중학교 때 귀국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을 때, 개를 더욱 가까이하게 됐다.”
애견가로도 유명했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7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자전적 에세이 ‘개를 기르는 마음’에 이렇게 썼습니다. 반려동물이 주는 ‘심적 대화’의 효능과 치유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저드슨 브루어 브라운대 의대 교수는 감염병에 따른 불확실성이 낳은 불안감이 또 다른 사회적 감염을 낳는 시대에 ‘마음챙김’ 훈련의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그가 지난해 HBR에 공개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축복의 대상’으로 떠올려보라고 한 대상 중 하나가 반려동물이었던 것도 눈길을 끕니다. 이 실험에서 “네가 행복하길 바라”라는 따뜻한 말을 동물들에게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반려동물과 한 번이라도 인연을 맺어본 분이라면 ‘심적 대화’의 효과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몇 해 전, 열아홉 해를 함께했던 강아지 담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옷깃 어딘가 남아 있던 털 한 가닥만 봐도 폭풍 눈물을 쏟았을 정도로 펫로스(pet loss) 증후군에 시달렸습니다.
이처럼 동물을 감정적으로 밀접한 친구나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은 세대가 낮아질수록 강해지고 있어 반려동물의 인간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펫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맞았습니다. 팬데믹 시대에도 ‘사회적 동물’의 본능을 감추지 못했던 사람들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외로움을 나눠줄 대상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펫케어 시장은 향후 7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0년간 평균 3%대를 보였던 미국의 반려동물 산업의 연 매출 성장률이 8%로 급등했다며 “반려동물 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의 성장은 혁신을 낳고, 투자를 부릅니다. 특히 펫테크 분야에서는 도그워킹,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이커머스 업계 역대 최고가에 매각됐고, 지난해 팬데믹 기간에는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팬데믹이 배출한 승자’로 꼽히게 된 주인공 역시, 반려동물 용품 전문 온라인 리테일러 ‘츄이’였습니다. 츄이는 올 초 미국 증시에서 화제가 된 게임스톱 주가 사태의 배경에 이 회사의 창업자 라이언 코헨이 있었다는 사실로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습니다. 코헨이 게임스톱 이사진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소식이 밀레니얼세대 투자자들에게 큰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집착해 소비자를 팬으로 끌어들이는 ‘츄이의 마법’을 경험했던 밀레니얼세대 고객들이 코헨이 게임스톱에서도 그 힘을 재현시킬 것이라고 기대한 것입니다. 츄이는 ‘고객에의 헌신’을 경영 모토로 내걸고 반려동물 가족인 고객과 함께 울고 웃는 감정이입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서비스 마케팅의 베스트 프랙티스로 등극했습니다.
특히 펫 시장에서는 이미 MZ세대가 핵심 소비자로 등장했기에 이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모든 기업은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비즈니스에는 소비자의 감성과 시대적 정서 변화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하는 집사들이 늘자,우울증을 호소하는 고양이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MZ세대는 이렇게 시크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를 짝사랑할까요? 알고 보면 고양이랑 닮은 MZ세대를 공략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를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소개하는 것도 펫 시장은 ‘숫자’가 아닌 초학문적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5쪽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들은 모두 이번 스페셜 리포트 원고를 작성한 필자들과 DBR 편집진의 가족입니다. 이름을 붙였기에 큰 의미가 된 아이들. 통찰에 앞서 힐링과 위안이 필요하시다면 이 페이지부터 보셔도 좋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해야 하는 일은 내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럼 용기가 다시 돌아오니까요.’―작가 겸 시인, 찰스 부코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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