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심리적 사각지대 방치 땐 ‘재무적 사망지대’ 위험

317호 (2021년 03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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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Impact of Inflated Perceptions of Financial Literacy on Financial Decision Making” by B.
Halasubramnian and C. Sargent, in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재무이해력(Financial Literacy)은 각종 금융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뜻한다. 재무이해력이 향상될수록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커진다. 나아가 국민들의 재무이해력 수준이 국가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견줄 때 세계 각국의 재무이해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들의 평균 재무이해력은 148개국 중 14위지만 57%만이 기초 재무이해력 시험을 통과했을 뿐이다. 재무이해력 관련 논문 201편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재무 지식 함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수조 원을 지출한다 하더라도 실제 재무 의사결정이 개선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재무적 지식 수준을 높이려는 일회성, 단기적 교육이나 정책이 재무 행동을 개선하는 사례도 매우 드물었다. 따라서 객관적 재무 지식 외에 재무 의사결정이나 재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 즉 심리적 특성이나 인지적 편향에 주의를 돌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 애크런대 연구팀은 심리적 특성과 인지적 편향을 반영하는, 과장되고 주관적인 재무이해력과 일상의 여러 재무 행태와의 상관관계를 고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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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감정으로 가늠하는 ‘주관적 재무이해력’과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쳐 쌓는 ‘객관적 재무이해력’은 종종 큰 격차를 보인다. 보통 자신의 재무 능력을 실제보다 크게 과장해 평가하다 보니 재무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못 보고 지나치는 부분이 많다. 두 이해력의 차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소위 심리적 사각지대(Blind Spot)가 형성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는 자기 과신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심리적 사각지대는 투자자들 간 의견 불일치를 심화한다. 또한 투자자들이 중요한 정보를 놓치거나 무시하게 하며, 과잉 거래를 하게 만든다. 이는 필연적으로 판단과 선택의 오류로 이어져 투자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미국 성인 2만7564명의 온라인 설문 조사 자료를 분석해 심리적 사각지대가 신용카드 사용, 가계 예산, 위험한 재무 행동(고리대금), 저축 성향, 재무 상태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의 약 33.5%는 자신의 재무이해력이 객관적 재무이해력을 능가한다고 믿었다. 이 중 38.2%가 심리적 사각지대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착각 현상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막론하고 골고루 나타났다. 심리적 사각지대의 부정적 효과도 뚜렷했다. 심리적 사각지대 안에 있는 참가자들은 고리의 사채를 쓰는 경향이 강했고 은행 계좌를 전혀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더라도 계좌의 잔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과잉 지출에 익숙했으며 긴급 상황과 같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저축에는 소홀했다. 이와는 반대로 심리적 사각지대로부터 자유로운 참가자들, 즉 자신감이 적절하게 있거나 다소 부족한 사람들은 고리의 사채를 쓰지 않았고 은행 계좌 관리에 능했으며 소득 수준에 걸맞은 지출과 저축을 했다.

흥미로운 결과는 심리적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재무 상태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적절치 못한 재무 의사결정을 내리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뜻이니 아이러니하다. 자신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는 혹은 후회의 감정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자기방어의 한 형태인 듯하다. 위험에 대한 참을성도 사각지대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높았다. 이러한 높은 재무 만족도와 낮은 위험 회피 성향이 재무적 판단과 투자 선택을 가로막는 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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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운전자가 백미러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심리적 사각지대를 소홀히 여기면 재무 의사결정에 있어 심각한 오류를 유발해 큰 불편이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무분별한 소비 행태로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고리대금에 손을 대 빚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위급한 상황이나 노후의 어려움을 못 보니 이를 위한 저축을 할 리도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사각지대로 말미암아 생긴 부작용의 심각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의 84%가 보다 나은 재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우는 데 매우 열정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로 정보를 찾아가며 재무 의사결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 학생은 23%에 불과했다.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이라는데 마음만 먹어선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없다. 운전자의 사각지대나, 심리적 사각지대나 부지런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고개를 돌려 차도를 확인하듯 실제 재무 상황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심리적 사각지대를 예의 주시해야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야 사각지대가 ‘사망지대’로 변하지 않는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