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중국고섬 ‘상장폐지’ 사건

중국 기업 열풍 타고 기업 검증에 부실, 상장 주관 증권사에 무거운 책임 묻다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잘못된 회계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했다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011년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채 1년도 못 버티고 상장폐지된 중국고섬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중국고섬은 중국 섬유 기업으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회사였다. 국내 증시에는 이 싱가포르에 상장된 주식의 주식예탁증서(Depository Receipt·DR)를 상장했다. 문제는 당시 중국 기업 열풍을 타고 상장주관사인 대우증권을 포함해 금융당국, 회계법인 등이 중국고섬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장 후 중국고섬의 회계정보가 조작된 것임이 밝혀져 상장폐지 결정이 나자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대우증권, 한국거래소, 한영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증권의 책임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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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부는 ‘중국고섬 사태’의 피해자들이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한국거래소, 한화투자증권, 한영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총 19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피해자들은 2011년 1월 큰 관심을 받으며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에 투자했다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다. 대우증권은 상장과정을 주관한 상장주관사였으며, 한화증권은 이를 보조하는 기타 주관사 역할을 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상장 전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법원은 피고 중 대우증권의 경우 중국고섬 상장과정에서 재무제표의 분식을 적절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50%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므로 이들의 손해액 62억 원 중 절반인 3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50%는 재무제표나 다른 기업가치 관련 사항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주식이 상장된 후 나중에 주식을 구매했던 다른 투자자들의 소송은 기각했다. 대우증권을 제외한 한국거래소, 한화투자증권, 한영회계법인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불과 사흘 뒤인 2014년 1월20일, 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에 상장주관사로서의 의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담당 임직원 14명에게 정직과 감봉 등의 중징계를 부과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를 영위하는 최대주주의 자격요건에 최근 3년간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국내에서 새로 금융투자업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없고 자회사 신설도 불가능하다.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에 족쇄가 채워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증권은 이미 2013년 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법에 규정된 최고 수준인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와 함께 상당한 금전적 피해도 입은 셈이다. 2013년 증권업계 전체적인 경기상황의 악화로 적자를 기록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었다.


중국고섬의 한국 증권시장 상장

그렇다면 이 소송사건의 단초가 된 중국고섬의 상장과 상장폐지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2011년 1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은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싱가포르 소재 지주회사로 우리나라에 상장되기 이전 이미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었다. 주식이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는 만큼 주식을 직접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이 아니라 원래 주식을 기초로 한 주식예탁증서(DR)를 한국에 상장한 것이다.1  중국 저장성과 푸젠성 등에 소재를 둔 자회사는 섬유 원단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점유율 3위의 대기업이다. 대주주는 중국인 챠오상빈 대표가 소유한 ‘China Success’라는 회사이며 2009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2011년 우리나라에도 상장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회사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 회사지만 싱가포르에는 소수 인원이 근무하는 지주회사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명이 중국고섬인 것처럼 회사의 실제 사업은 모두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중국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상장 당시 미국 경기의 쇠퇴와 중국의 성장에 따라 국내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등하면서 중국 열풍이 불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중국고섬의 상장은 연합과기(2008년 12월 상장), 성융광전투자(2010년 9월 상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상장 당시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면서 적극 홍보했다. 중국고섬의 챠오상빈 대표도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 배당도 일정 수준 유지하며 IR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중국고섬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쏟아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국고섬의 공모가는 700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그 결과 국내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의 공모가격 총액은 21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공모를 중개하면서 대우증권은 7.6%의 수수료를 받아 무려 117억 원의 수수료 대박을 터뜨렸다.2  그런데 회사의 내재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 때문에 공모주에 대한 최종 청약률은 0.46대1에 불과했다. 대우증권은 공모가가 2011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7.4배에 불과한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소위 ‘차이나 리스크’라고 불리는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과 싱가포르 주식시장 거래가격 대비 높은 공모가격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과정에서 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실권주는 총액 인수 계약조건에 따라 상장주관사인 대우증권을 비롯한 한화, IBK, HMC증권 등 기타 주관사들이 인수했다.3  실권주를 인수하는 데 대우증권은 581억 원, 한화증권은 380억 원 정도를 사용해야 했다.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이 잡았다가 기대와는 달리 시장이 반응하지 않아 수수료보다 월등히 많은 자금을 주식취득에 써야 했던 것이다.


주가 폭락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상장 후 이 기관들이 인수한 주식을 대량으로 시장에서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거래 첫날, 공모가 7000원에서 10% 하락한 6300원에 최초 거래가 시작됐고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000원에 잔여주식을 인수한 증권사들은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은 셈이다. 그러자 대우증권의 임기영 대표가 3만 주를 장중에 매수했다. 한화증권의 임일수 대표도 1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들은 중국고섬의 미래를 보고 주식을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명백한 주가 떠받히기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2월과 3월 초 동안 주가는 4000원대 중반에서 5000원대 전반을 횡보한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21일, 중국고섬 원주가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갑자기 하루 동안 중국고섬 주식 5000만 주 매도폭탄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24%나 폭락하고 주식이 거래정지 됐다. 몇몇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팔겠다며 매물로 내놓았다. 속보를 통해 이 소식을 재빨리 전해 들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3월21일 오후 장 마감 직전부터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했고 이 물량은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그러면서 국내 주가도 순식간에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그러자 거래소는 하루 뒤인 22일 오전 중국고섬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왜 주가가 폭락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주가가 폭락하므로 거래정지를 한 셈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당시 중국고섬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상장돼 있던 여러 다른 중국 회사들의 주식 가격도 동반 폭락했다.

이틀 후인 24일 싱가포르 소재 중국고섬 본사에서 중국에 위치한 자회사가 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현금의 잔액 확인을 위한 외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대규모 투자 관련해서도 세부 내역을 확인 중이라는 짧고 애매한 내용만을 공시했다. 그 후 중국고섬을 감사한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하면서 중국고섬 사태는 장기화됐다. 감사의견 거절이란 재무제표에 포함된 숫자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쉽게 이야기하면 재무제표가 엉터리니 재무제표에 포함된 정보를 믿지 말라는 의미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중국고섬의 감사위원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회계법인에 특별감사를 요청하자 중국고섬의 경영진이 모두 사표를 내는 황당한 일도 발생한다. 그러나 국내 감독기관이나 대우증권 등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중국고섬 측 답변을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니 우리나라 감독기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증권사나 투자자들이 직접 항의를 하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아무리 연락을 해도 중국고섬 측은 대답이 없었다.

 
상장폐지와 분식회계의 적발

아무 소식 없이 2개월이 흐른 2011년 7월1일,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중국고섬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10년 말 기준 자회사의 보유 현금이 11억 위안으로 재무제표에 기록돼 있었는데 실제 보유 현금은 1억 위안 미만이었다. 무려 10억700만 위안(약 1700억 원)이 사라진 것이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거의 대부분이 증발한 것. 이외에도 부채가 실제보다 약 1억 위안(약 220억 원) 축소 기록돼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엄청난 회계부정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10월 들어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의견이 ‘의견거절’로 확정되면서 중국고섬 주식은 상장폐지된다. 거래소 규정상 한 번의 ‘의견거절’로 상장된 주식이 바로 상장폐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감사를 통해서도 감사의견이 다시 ‘의견거절’이면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중국고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피해자들은 힘을 합쳐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증권거래소, 한영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 재판 판결이 2014년 1월17일에 내려진 것이다.

중국고섬 회계부정 사건이 알려진 후 대우증권은 일관되게 재무제표의 신뢰성 검증은 회계법인의 몫이며 대우증권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대우증권 측 인사들이 “회계분식과 관련해서 상장주관사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증권의 주장과는 달리 상장 당시 중국고섬의 회계자료를 검토한 한영회계법인은 책임이 없다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회계분식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서도 한영회계법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원과 증권선물위원회 모두 이번 사건이 부분적으로 대우증권의 잘못이라고 판정한 셈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판정이 내려졌는지 알아보자.


분식회계가 발생한 시기는 2009년 말부터다. 중국고섬의 두 자회사인 ‘푸젠신화위’와 ‘저장화항’에서 분식회계가 발생했다. 이들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은 언스트앤영 싱가포르(Ernst&Young Singapore, 이하 EYS, 언스트앤영의 한국 이름은 한영회계법인)였다. 중국고섬은 중국에 위치한 자회사를 거느린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돼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EYS는 자회사가 위치한 중국을 찾아 회사의 현금이 예금돼 있던 중국은행과 중국 교통은행을 방문해 직접 현금의 잔액증명서를 수령했다. 중국 교통은행의 경우는 은행거래명세서까지 받았다. 당시 EYS 소속 회계사가 만났던 은행 담당자의 명함이나 은행 방문 당시 은행 앞에서 찍은 사진 등도 모두 감사 증거자료로 감사조서에 남아 있다. 잔액증명서나 은행거래명세서 모두 은행에서 사용되는 용지에 은행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따라서 EYS는 감사 절차에 따라 은행의 잔액증명서를 직접 확인한 셈이며 은행이 발급한 서류가 위조됐다고 볼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교통은행에서 잔액증명서를 수령한 다음 날, 전날 은행을 방문했던 EYS 회계사가 은행 앞을 지나다가 어제 만났던 직원의 직책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라 지점을 다시 방문했다. 그래서 어제 만나서 잔액증명서를 자신에게 건네준 직원과면담할 것을 요청했는데, 그때 나온 교통은행 직원이 어제 만났던 직원과 다른 사람이었다. 동명이인이 아닌가 해서 어제 받은 명함을 보여주니 그 직원은 자신의 명함이 맞다고 확인을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회계사가 다시 잔액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니 어제 받았던 수치와는 전혀 다른 수치가 인쇄된 잔액증명서를 발급해줬다. 그래서 분식회계가 발각됐다. 교통은행에서 잔액증명서가 가짜인 것이 발견되자 그전에 중국은행에서 받은 잔액증명서도 다시 확인을 했고, 그 역시 가짜로 드러났다.


한영회계법인의 역할: 감사와 검토의 차이

그렇다면 왜 한영회계법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일까? 한영회계법인은 중국고섬의 한국 상장 당시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review) 업무를 수행했다. 일반인들은 구별하기가 힘들지만 감사(audit)와 검토(review)는 업무 범위가 전혀 다르다. 감사는 회계수치를 검토하면서 비정상적인 수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표본추출을 통해 실물 자료와 회계장부의 수치를 비교해 장부의 수치가 정확한지를 확인한다. 감사는 회계감사 기준에 따라 수행을 한다. 따라서 감사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감사를 수행했다면 회계분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도 회계법인의 책임이 아니다.

물론 ‘감사’가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처럼 ‘수사’를 한다면 거의 모든 분식회계를 적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를 하는 정도의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감사를 수행하는 것보다 몇십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정밀한 조사를 매년 실시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 일부 자료들만 조사해서 감사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회계감사의 효익을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감사를 수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감사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검토’는 ‘감사’보다 더 낮은 수준의 조사만을 행하는 절차다. 실물 자료의 확인은 거의 없이 일부 회계장부와 근거서류만 확인하는 정도의 분석을 행하는 것이 검토다. 현행 회계 기준에 따르면 연차보고서는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반기보고서는 검토만 받으면 된다. 감사도 반기마다 실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다.

2011년 1월 중국고섬이 한국에 상장될 당시 상장의 기초가 된 재무제표는 2010년 6월의 반기보고서다. 즉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아니라 검토만 받은 재무제표다. 이 재무제표도 상장 시 회계정보에 대한 검토를 수행한 한영회계법인이 직접 수행한 것이 아니다. 회계감사 기준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서 감사나 검토를 수행할 수 있는데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돼 있으므로 중국고섬에 대한 직접 검토는 싱가포르 회계법인인 EYS가 수행한 것이다. 한영회계법인은 EYS로부터 서류를 넘겨받아 EYS의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부차적인 서류조사만 수행했다. 한영회계법인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법원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의미는 한영회계법인은 회계감사 기준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성실히 검토를 수행했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당시 회계부정을 적발하지 못했어도 그것이 한영회계기준이 책임이 아니라고 감독기관이나 법원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수행한 금융감독원에서는 ‘중국 측에서 협조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회계법인이 제대로 감사나 검토를 수행했는지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이용 가능한 자료만 보면 회계법인이 부실 검토를 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한영회계법인과 EYS는 모두 면책됐다.


은행과 회사 측의 치밀한 공모와 사기

이 사건의 경우, 중국 최대 은행이라고 볼 수 있는 중국은행이나 중국교통은행을 EYS의 담당 회계사가 직접 방문해서 관련 서류를 수령했는데 은행 측에서 제공한 서류가 가짜였다. 은행 내부에서 누군가가 중국고섬 측과 사전에 공모해서 EYS의 회계사가 언제 은행지점을 방문할지를 미리 알고 은행의 해당 지점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회계사가 도착해서 서류 발급을 신청하자 가짜 서류를 건네준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이 은행에서 제시한 서류가 위조된 서류인지를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날 은행 앞을 우연한 기회에 지나치던 담당 회계사가 다시 해당 지점을 방문해서 담당자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2012년 재무제표에 포함된 부정도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면 최소한 은행과 회사 측 일부 인사들이 공모해 부정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공모한 것이 아니라면 은행 직원이 아닌 사람이 은행 직원처럼 은행 내부에서 은행 직원 유니폼을 입고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으며, 회계사가 은행에 가서 창구에서 잔액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을 때 그 가짜 직원이 가짜 서류를 전달해 줄 수도 없고, 그 가짜 서류가 은행에서 사용하는 잔액증명서 용지로 작성됐을 수도 없으며, 거기에 은행 직인이 찍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항들을 회계분식이 발견된 이후라면 수사라도 해서 전말을 밝혀내야 하는데 중국 땅에서 벌어진 일이니 수사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 당국은 협조를 거부하고 있으며, 은행 측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직인이 찍힌 잔액증명서도 위조된 것이라며 은행에서 발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돈을 빼돌리고 잠적한 중국고섬 경영진도 체포할 방법이 없다. 한국 측만이 아니라 싱가포르 측에서도 똑같이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래서 이 사건의 전말은 미궁에 묻히고 만 셈이다.

더욱 황당한 일은 이 사건이 알려지고 2011년 PwC의 특별 감사가 시작되자 중국고섬의 최고경영진과 재무 담당 직원들이 일제히 퇴사하고 행방을 감춰버렸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2011년 4월1일 이전의 중국고섬 자회사들의 회계기록은 경영진이 도주하기 직전 모두 불태워 버렸다. 따라서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같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도 중국의 감독당국(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은 협조도 할 수 없고, 외국 정부기관의 중국 내 조사활동도 허가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대우증권이 싱가포르에서 중국고섬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중국고섬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중국 측에서 범인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조치를 할 방법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 대우증권은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한영회계법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행정적인 측면(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 법률적인 측면(법원) 모두에서 볼 때 한영회계법인의 책임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또한 실질적인 중국고섬에 대한 회계검토 업무를 수행한 EYS의 경우도 소위 ‘빅4(Big 4)’라고 불리는 세계 4대 회계법인의 싱가포르 자회사로서 전문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회계감사 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감사나 검토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현재까지 EYS가 이 사건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상장주관사 대우증권의 역할과 책임

그렇다면 이 사건은 누구의 책임일까? 분식을 저지른 중국고섬의 책임이 제일 크다. 당연히 사기를 치고 자금을 빼돌려 숨어버린 일부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경영진을 찾을 수 없으니 문제가 된다. 가해자는 찾을 수 없는데 피해자들은 많이 생겼으니 부족하더라도 누군가가 일부분이라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희생양을 찾는 셈이다.

그렇다면 증권선물위원회는 왜 대우증권에 징계를 내렸고, 법원은 왜 피해자들의 손해 중 50%를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을까? 이는 상장을 주관하는 주관회사의 책임과 관련된다. 대부분의 경우 상장 주관사는 ‘기업가치 산정 → 공모희망가격 결정 → 증권신고서 제출 → 수요예측 실시 → 공모가격 결정’과 같은 과정을 거쳐 상장주관 업무를 수행하며 공모가격을 결정한다. 즉, 공모가격 결정에 무려 5단계의 세부과정이 있는 셈인데 사실 그중에 기업가치 산정까지의 첫 번째 과정이 제일 중요한 과정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상장 주관사는 이미 공표된 재무제표를 수집해 검토할 뿐만 아니라 회사를 직접 방문해 예비 실사 및 본실사 등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재무 증빙자료를 직접 징구해 분석해야 한다. 매출채권이나 매입재무 등의 내역을 수집해 파악할 뿐만 아니라 우발채무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도 확인하고, 회계 시스템이나 내부 통제제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타 재고관리나 매출 현황, 매입 현황 등도 체크해야 한다. 이런 업무들은 모두 상장 시 상장주관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 매뉴얼인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에 나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회사 관련 자료가 모두 수집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의 위험(리스크) 수준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하고, 그런 자료와 평가내용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산정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2∼3개월 정도다. 최대 2∼3주밖에 걸리지 않는 회계감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이런 일들을 수행해야 한다.

결국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대우증권이 회계자료의 검토는 회계법인의 몫이라고 주장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우증권은 기업가치 산정과정에서 스스로 수행했어야 하는 회계감사보다 더 자세한 회계자료에 대한 실사나 자료 분석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자진 고백한 셈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감독당국이나 법원으로부터 대우증권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이런 과정의 대가로 받은 수수료만 비교해 봐도 한영회계법인은 2억 원 정도, EYS는 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대우증권은 전술한 것처럼 상장 중개수수료로 117억 원을 받았다.

물론 117억 원 모두를 대우증권이 차지한 것은 아니다. 117억 원 중 3억 원 정도를 회계검토 관련 수수료로 한영회계법인과 EYS에 지불했다. 또한 언론보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략 회계법인들에 지불된 수수료의 절반 정도 규모의 수수료가 법률적인 문제들을 검토한 변호사들(법무법인)에게 지불됐을 것이다. 물론 회계자료 검토가 상장주관사의 전체 책임 중 일부에 해당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장주관사의 책임이 회계법인보다 월등히 크다는 것은 현행 관련 규정상 부인할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수수료 수준을 비교해봐도 양 당사자의 역할 차이는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전적으로 대우증권의 책임인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안타깝겠지만 이 사건이 대우증권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업무를 게을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회계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했다고 하더라도 분식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공모한 분식회계는 수사가 아니라면 발견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사건처럼 회사뿐만 아니라 은행 측 일부 인사까지 공모해 (물론 중국은행이나 교통은행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짜 잔액증명서까지 발급한 경우라면 더욱 발견하기 힘들다. 이러니 대우증권 측에서 억울하다고 주장할 만하다.

어쨌든 1심 법원과 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증권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이 피해액의 50%를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면 법원은 대우증권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본 셈이다. 구체적으로 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증권이 ‘거짓 현금성 자산에 대한 실사를 하지 않고, 공모자금의 사용계획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도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이나 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우증권이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증권선물위원회와 법원이 모두 인정한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은 대우증권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지 업무의 미수행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이 일어났는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행정제재에 대한 판단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은 대우증권의 행위와 투자자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법원의 판결은 대우증권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분식회계를 어느 정도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는 의미다. 필자가 구체적인 감사나 검토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 판단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판사들이 자료를 열심히 검토하고 내린 판결이니 만큼 근거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렇지만 은행에 가서 예금통장을 확인하고 잔액조회서를 수령했어도 이 경우처럼 은행과 회사 측이 공모해 은행에서 가짜 서류를 제공한 경우라면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대우증권은 큰 피해를 봤다. 상장주관사로서 공모 시 청약되지 않아 떠안은 주식 물량 581억 원이 휴지 조각이 된 것을 포함해 기타 현재까지 발생한 비용들과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상해줘야 할 자금까지 합하면 총 1000억 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책임 추궁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다수 있을 것이다.


증권거래소나 기타 관련자들의 책임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소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증권거래소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011년 3월21일 오후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거래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한국에서는 다음 날인 3월22일 오전 10시에 거래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3월21일 오후 늦게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소식을 전해 들은 몇몇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했다. 이런 소식을 모르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폭락하자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이 점에 대해 증권거래소가 빨리 거래중지 결정을 내리지 않아 싱가포르 소식을 모르고 주식을 매수했으니 증권거래소가 책임을 지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주식을 매도한 기관투자가들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기관투자가들이 미공개 정보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거래를 했다면 당연히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3월21일 오후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중국고섬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공개된 정보를 빨리 알아서 주식을 처분한 것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곤란하다. 공개된 정보를 획득하고 이용하는 것은 투자자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똑같은 정보가 공개됐을 때 그 정보를 사용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투자자 스스로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너희들만 알고서 그 내용을 모르는 나에게 숨기고 주식을 팔 수 있느냐’는 감정적인 비난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의 행동이 ‘신사도’에 입각한 행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다. 안타깝지만 윤리도덕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주식시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도 만약 자신이 먼저 그 정보가 보도된 언론을 접했다면 당연히 주식을 팔아버렸을 것이다.

증권거래소도 싱가포르 시장의 관련 정보를 획득하자마자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아 거래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법원은 판단한 듯하다. 따라서 거래소가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거래소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는 당시 사건 첫날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5000만 주라는 막대한 물량을 처분한 싱가포르의 기관투자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틀림없이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중국고섬 주식 전부를 신속하게 싼 가격에 내다 팔았을 것이고, 그런 내용을 잘 모르던 싱가포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하는 것은 강력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중국고섬 사태가 일어난 후인 2011년 11월, 거래소는 한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외국기업의 회계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외국기업 상장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상장주관사인 증권사들은 앞으로 공모주식의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최대 100억 원(코스닥 시장은 50억 원)까지 공모가로 인수해야 하며 상장 후 6개월 동안은 주식매각을 할 수 없다. 중국고섬의 경우 대우증권은 공모가를 높게 잡았다가 공모한 물량이 시중에서 팔리지 않자 남은 주식을 스스로 떠안게 됐다. 그러다 주식이 상장폐지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상장주관사가 인수하고 6개월간 처분을 못하게 되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주관사는 공모가를 내재가치보다 너무 높게 잡으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회계장부를 검토하고 관련 서류를 뒤져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가려내고 내재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외국 기업 상장제도 개선안에 대한 논란

새로운 규제에 대해 증권업계는 강력히 반대했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10%를 투자하라고 하면 돈이 없는 소규모 증권사는 대규모 기업 상장을 주관할 수 없다. 둘째,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하고자 하는 기업(고객사)의 요구사항인 ‘공모가 부풀리기’를 증권사에서 안 하겠다고 하면 애초에 상장주관사로 선정되지 못하므로 사업을 할 수 없다. 셋째, 상장 후 주식물량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면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모가를 정상적인 수준보다 낮게 책정하게 돼 상장하는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첫 번째 주장의 경우, 최대 인수금액이 100억 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100억 원도 마련할 수 없는 작은 증권사가 공모가가 1000억 원 이상 되는 대규모 상장을 주관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작은 증권사는 해외 네트워크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기업 상장을 중개하는 일을 수행하는 경우도 이제까지 없었다. 결국 대형 증권사들이 소형 증권사들을 핑계로 들면서 이 제도의 도입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주장은 더욱 논리가 떨어진다. 이 주장이 옳다면 ‘상장주관사로서 상장하려는 기업이 공모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마련하려고 공모가를 부풀리려고 할 때 이 기업을 돕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속여서 내재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괜찮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증권사들이 정당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해 상장주관업무를 수행한다면 이런 주장이 나올 필요조차 없다. 모든 증권사들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결국 상장회사는 증권사들 중 하나를 상장주관사로 골라야 하므로 공모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중 특정 증권사가 내재가치보다 부풀린 공모가로 공모를 하겠다고 해서 상장주관사로 선정된다면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증권사는 6개월 후 떠안은 주식 물량을 매각할 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약 공모가를 낮게 잡는다면 처음부터 상장주관사로 선택되기 힘들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히게 된다. 공모가가 너무 낮으면 상장주관사로 선정될 수 없고, 공모가가 너무 높으면 공모가 이뤄지지 않은 많은 주식 물량을 증권회사가 떠안고 가야 한다. 결국 양자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이 규제안의 핵심은 상장주관사에 더욱 강한 책임을 부과할 것이니 앞으로 상장주관사는 자기 책임하에서 상장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중국고섬 상장 폐지 사건이 이런 결과를 부른 셈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

중국고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진 직후인 2014년 여름, 대우증권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2013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중국고섬 사건에 대한 문책인사를 포함한 조직개편이었다. 고객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발표했고, 준법감시본부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개편안에 포함했다. 단기이익 추구보다는 고객들에게 더 알기 쉽고 도움이 되도록 상품을 설명하거나 추천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선언도 있었다. 불완전판매 소지를 없애고 수익률만 보고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재무건전성, 준법성, 매니저 리스트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도록 한다는 ‘금융상품 품질보증제도’ 내용도 포함했다. 그 후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도 발표했다.

2015년 2월, 법원은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융위원회가 두 증권사에 부과한 20억 원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면서 과징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이다. 그 판결 이유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과징금 부과대상은 ‘거짓 기재나 표시를 하는 행위와 기재나 표시를 아예 하지 않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고섬의 행위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증권사의 행위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두 증권사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4월,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대우증권의 주식을 2조3205억 원을 받고 미래에셋증권에 매각한다.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통합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합쳐졌다. 자기자본 8조 원 규모로 증권업계 최대 공룡 증권사가 탄생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은 합병 시너지를 발휘해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이런 희망이 꼭 실현돼 우리나라의 증권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