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오비맥주 살린 세계 1위의 투자와 배당, 100% 지분 母회사 배당은 非과세인데…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2009년 오비맥주가 KKR/AEP에 인수된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KKR AEP 두 회사가 총 9800억 원을 출자해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를 네덜란드에 세웠다. SPC가 또 하나의 SPC를 네덜란드에 세워서 지배하고, SPC가 국내에 몰트홀딩스라는 SPC를 세워서 100% 지배한다. 몰트홀딩스는 추가적으로 3750억 원을 국외로부터 차입해서 총 13554억 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SPC인 몰트어퀴지션을 100% 지배한다. 몰트어퀴지션은 다시 약 1조 원을 국내에서 차입해서 총 21800억 원으로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9년 말 인수가 이뤄진 이후 2010년 들어 몰트어퀴지션은 오비맥주를 흡수합병한다. 몰트어퀴지션의 차입금 약 1조 원을 오비맥주의 현금으로 상환하기 위해서다. 합병 이후 오비맥주는 2011년과 2012년 연간 약 1100억 원, 2013년은 4900억 원, 7200억 원의 배당금을 모회사인 몰트홀딩스에 지급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스에 지불한 배당금 7200억 원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탈루됐다면서 약 16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모회사(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배당소득세의 대상이 아니다.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이미 소득세를 낸 후 남은 자금으로 배당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회사에서 배당을 받은 후 다시 그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낸다면 동일한 납세자(모회사의 주주)가 같은 소득에 대해 두 번의 세금을 내는 셈이므로이중과세가 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 12월 말,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전 대주주인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로부터 징수했던 세금 1600억 원이 부당하게 부과된 것이니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KKR/AEP와 국세청이 벌였던 싸움은 KKR/AEP의 승리로 끝났다. 2014년 초, KKR/AEP는 오비맥주를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 AB인베브1 에 매각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미 매각이 완료돼 AB인베브의 소유가 된 오비맥주의 과거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KKR/AEP가 국세청과 벌인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KKR/AEP는 국내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몰트홀딩을 통해 오비맥주를 지배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AB인베브에 매각되기 이전인 2013,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에 지급한 약 7200억 원의 배당금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내라며 세금 1600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KKR/AEP는 이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면서 일단 세금을 납부한 후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2  2년 동안 조세심판원에서 이 사건이 논의된 끝에 마침내 결정이 난 것이다. 최근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 결정으로 세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국세청이 패소하는 비율이 급증했는데, 이 사건 또한 국세청의 패소 사례에 덧붙여진 것이다.

 

이 사건이 종료된 결과 마침내 KKR/AEP는 오비맥주에 대한 투자금과 이익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게 됐다. 2009 9800억 원을 자본으로 출자하고 부족한 돈 약 9000억 원을 빌려서 총 19000억 원(18억 달러)으로 오비맥주를 인수했다가 5년 보유한 후인 2014년 약 65000억 원(58억 달러)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2009 KKR/AEP에 오비맥주를 매각한 회사가 바로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라는 점이다.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란만장한 오비맥주의 역사

 

원래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양분해왔다. 그러다가 식품 분야 전문성과 뛰어난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가 오랜 준비 끝에클라우드맥주 출시와 함께 시장에 뛰어들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수입 맥주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오비맥주의 옛 이름은 동양맥주다. 그리고 동양맥주의 전신은 일제시대 일본 기린맥주가 우리나라에 설립한 회사다. 하이트맥주의 경우 옛 이름은 조선맥주이고 이 회사의 전신은 일본 삿뽀로맥주가 우리나라에 세웠던 회사다. 해방 이후 이 회사들은 한국 기업인들이 인수하면서 동양맥주와 조선맥주로 이름을 바꿔서 한국 맥주가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오랫동안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가 약 64의 비율로 시장을 양분해왔다. 그러다가 1993년 조선맥주가 출시한하이트맥주 ‘100%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내세우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과거 쓴 호프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강한 맥주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맥주였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 소주 시장 최강자였던 진로가카스라는 브랜드로 맥주시장에 진출해 역시 부드러운 맛의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절치부심한 동양맥주가 1995년 사명을 오비맥주(OB, oriental brewery의 약자)로 바꾸면서 재반격을 노렸으나 시장점유율은 계속 추락했다. 1997년부터는 조선맥주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조선맥주는 회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이 64에서 46으로 뒤집힌 것이다. 이때 경영난에 처해 있던 오비맥주의 모그룹인 두산그룹이 오비맥주의 지분 50%와 경영권을 벨기에의 세계 4위 맥주회사 인터브루(Interbrew)에 매각했다. 나아가 1998년 들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과다한 자금을 차입해 맥주뿐만 아니라 건설 및 유통 등의 분야에 진출했던 진로가 무너진다. 1999년 인터브루는 진로의 카스 브랜드와 공장을 인수해서 오비맥주와 합쳤다. 한국 맥주시장이 오비와 하이트의 양강 체제로 복귀한 것이다.

 

1998년부터 인터브루가 지분 50%씩을 두산그룹과 나눠서 보유하면서 오비맥주를 경영하기 시작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여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하이트맥주에 맞서 봤으나 한 번 역전된 시장점유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인터브루의 입장에서는 오비맥주로부터 단기간에 큰 성공을 올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지분 50%를 두산그룹이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비맥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면 남은 지분 50%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성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두산의 지분 50%를 차례로 인터브루의 후신인 인베브가 인수한다. 남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브라질의 주류회사 세계 5위 암베브(AmBev)와 세계 4위 인터브루(Interbrew) 2004년 합병해서 탄생한 회사가 인베브(InBev). 이 합병의 결과로 인베브는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로 등극한다.

 

2006년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확보한 후에야 비로소 인베브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다. 호가든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맥주를 오비맥주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부터 오비맥주의 제품이 일부 아시아 시장에 판매되기는 했으나 매출액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적극적으로 오비맥주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선진기술을 이용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때 하이트맥주는 진로의 소주 부문을 인수해서 하이트진로로 사명을 바꾼다.

 

 

KKR/AEP의 오비맥주 인수구조

 

오비맥주의 경영성과가 점차 향상되던 2008년 들어 인베브가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세계 3위의 맥주사 안호이저부시를 무려 520억 달러에 인수한다. 인수 결과 AB인베브가 탄생하지만 막대한 현금이 동원된 이 인수 직후 AB인베브는 재무구조가 악화돼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AB인베브는 여러 지역 시장의 자회사들을 매각하는데, 오비맥주도 그런 매각의 일부분으로 팔리게 된 것이다.3 그 결과 2009년 오비맥주가 KKR/AEP의 손으로 넘어갔다. 워낙 거래대금이 컸기 때문에 거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 AEP가 협력해서 공동으로 투자했다. 이 거래에는 특별한 조건이 부가됐는데, 5년 이내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에비타) 11배에 오비맥주를 되살 수 있는 콜 옵션(call option)이 붙어 있었다.4 이 콜옵션의 만기가 돌아오는 5년째가 되기 직전인 2014 4 AB인베브가 옵션을 행사해 다시 오비맥주를 손에 넣은 것이다.

 

2009년 오비맥주가 KKR/AEP에 인수된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KKR AEP 두 회사가 총 9800억 원을 출자해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를 네덜란드에 세운다. SPC가 또 하나의 SPC를 네덜란드에 세워서 지배하고, SPC가 국내에 몰트홀딩스라는 SPC를 세워서 100% 지배한다. 몰트홀딩스는 추가적으로 3750억 원을 국외로부터 차입해서 총 13554억 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SPC인 몰트어퀴지션을 100% 지배한다. 몰트어퀴지션은 다시 약 1조 원을 국내에서 차입해서 총 21800억 원으로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5 전체적으로 보면 총 인수대금 중 약 45%의 자금이 KKR AEP가 직접 투자한 자금이며, 나머지 자금은 차입을 통해 조달한 것이다. 그러나 KKR AEP SPC에 최초 투자한 9800억 원 중에서도 자신들의 자체자금이 아니라 차입한 자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직접 투자금의 비율은 45%보다 낮을 것이다. 이상의 인수 구조를 종합해보면 네덜란드에 두 개, 한국에 두 개의 SPC가 순차적으로 설립돼 최종적으로 오비맥주의 인수가 이뤄졌다.

 

2009년 말 인수가 이뤄진 이후, 2010년 들어 몰트어퀴지션은 오비맥주를 흡수합병한다. 이 결과 형식적으로는 오비맥주가 몰트어퀴지션에 합병돼 사라지는 것이나 몰트어퀴지션은 법률적 실체만 존재하는 SPC이므로 오비맥주가 실질적인 존속법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합병 후 회사명도 오비맥주를 사용했다. 최근 발생한 여러 인수합병 시에 널리 사용된 방식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몰트어퀴지션이 오비맥주를 합병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몰트어퀴지션은 약 1조 원의 차입금을 가지고 있다. 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오비맥주가 큰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배당 또는 유상감자의 형태로 몰트어퀴지션에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2009년 오비맥주는 약 2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서 2010년도에 배당을 지급할 수 없었고, 따라서 몰트어퀴지션은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두 회사를 합치는 경우, 오비맥주가 보유한 현금으로 몰트어퀴지션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몰트어퀴지션과 오비맥주가 합병한 2010년 들어, 합병회사는 2009년도와 비교할 때 약 1000억 원의 단기 차입금, 1000억 원의 사채와 1700억 원의 장기 차입금을 더 상환하며, 그 결과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이 2009 4500억 원에서 2010년도에 12000억 원으로 급증한다. 유상감자를 통해 모회사인 몰트홀딩스에 지급된 46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현금유출액의 거의 대부분이 부채 상환에 사용된 것이다. 이 결과 합병 덕분에 몰트어퀴지션이 차입한 1조 원의 상당 부분을 2010년 들어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6  

 

 

 

국세청과의 배당소득세 관련 분쟁과 KKR/AEP의 승리

 

합병 이후 오비맥주는 2011년과 2012년 연간 약 1100억 원, 2013년은 4900억 원, 7200억 원의 배당금을 모회사인 몰트홀딩스에 지급했다. 전술한 것처럼 2010년에도 몰트홀딩스는 4600억 원의 자금을 유상감자를 통해 회수했다. 따라서 4년에 걸쳐 총 11800억 원 정도가 몰트홀딩스에 지급된 것이다. 몰트홀딩스는 이 자금의 일부를 몰트홀딩스가 빌려온 부채 3750억 원을 갚는 데 사용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후 국세청은 오비맥주 및 몰트홀딩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2013년 들어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스에 지불한 배당금 7200억 원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탈루됐다면서 약 16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에 KKR/AEP가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모회사(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배당소득세의 대상이 아니다.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이미 소득세를 낸 후 남은 자금으로 배당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회사에서 배당을 받은 후 다시 그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낸다면 동일한 납세자(모회사의 주주)가 같은 소득에 대해 두 번의 세금을 내는 셈이므로이중과세가 된다. 따라서 자회사의 이익에 대해 자회사에서 한 번만 소득세를 내고, 자회사가 모회사에 배당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7  KKR/AEP는 이런 세법 규정에 따라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스에 대해 지급한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국세청이 이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세청은 몰트어퀴지션이나 몰트홀딩스가 SPC에 불과하고, 이들 SPC의 실제 주인은 외국에 있는 KKR/AEP이므로, 배당을 받는 실제 귀속자인 KKR/AEP가 배당소득세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PC들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실체가 없는 회사로서 지배구조상의 중간 연결고리일 뿐이므로 이 배당의 실제 귀속자에게 세금을 물린 것이라는 주장이다.8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국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에서 설명한 KKR/AEP의 오비맥주 인수구조를 보면 몰트홀딩스와 몰트어퀴지션이 인적 및 물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이기는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서류상 존재하는 회사라고만은 볼 수 없다. 각자 전체 거래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몰트홀딩스는 KKR/AEP가 투자한 9800억 원의 자본금에 덧붙여 3750억 원을 차입했고, 이 자금을 모두 투자해서 다른 SPC 몰트어퀴지션을 지배했다. 몰트어퀴지션 또한 투자금에 덧붙여 약 1조 원을 차입해서 총 21800억 원으로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즉 몰트홀딩스와 몰트어퀴지션은 나름대로 조금씩이지만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오비맥주로부터 지불된 배당금이 몰트홀딩스를 거쳐서 KKR/AEP로 보내진 것이 아니라 몰트홀딩스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만약 몰트홀딩스나 몰트어퀴지션이 필요한 자금을 빌릴 때 KKR/AEP가 지급보증을 했거나 담보를 제공했다면 차입은 형식적으로만 몰트홀딩스나 몰트어퀴지션에서 이뤄진 것이며 실질적인 차입의 주체는 KKR/AEP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도 없었다. 몰트홀딩스는 자신이 설립한 몰트어퀴지션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빌렸고, 몰트어퀴지션은 오비맥주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빌렸다.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몰트어퀴지션이 오비맥주를 인수하는 거래, 몰트어퀴지션이 오비맥주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려오는 거래, 몰트홀딩스가 몰트어퀴지션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거래가 모두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따라서 차입 행위와 차입금 상환의 실질적 및 형식적 주체가 모두 몰트홀딩스나 몰트어퀴지션이지 KKR/AEP가 아니다.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둘러싼 의문

 

물론 법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몰트홀딩스나 몰트어퀴지션의 소유주가 KKR/AEP이므로, 결국 이런 행위를 한 것이 모두 KKR/AEP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법적으로 볼 때 KKR/AEP와 몰트홀딩스, 몰트어퀴지션은 서로 다른 기업이다. 각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독립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조세심판원도 KKR/AEP쪽에 부과된 세금을 모두 돌려주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실 필자는 왜 국세청이 이런 무리한 과세 처분을 했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세법이나 세무회계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시각에서도 국세청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일부 자금을 투자해 SPC를 세우고, SPC가 추가적으로 차입을 하고,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모아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 후 SPC와 피인수회사를 합병하는 방법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상당히 많은 인수합병 거래에 사용돼왔다. 국내 회사가 인수자일 때는 SPC를 하나 세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외국 회사가 인수자일 때는 본 거래에서 보는 것처럼 여러 개의 SPC가 설립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외국에 투자할 때 이 방법을 종종 사용한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국세청은 이런 거래 과정에서 지급된 배당금에 세금을 부과한 적이 없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런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 거래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했고, 결국 분쟁에서 패소했다.

 

이 과정을 보면 국세청이 이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 것에는 공공연히 말하기 힘든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외국 펀드들이 국내에서 상당한 돈을 벌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외국 펀드들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투자했으므로 국내에서 이들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일이 과거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세청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지금도 국정감사 때만 되면 그 문제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국세청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세청이 이런 압력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당금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즉 외국 펀드가 국내 기업을 인수해서 보유하다 팔아서 돈을 벌고 떠나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와 맺은 조세협약 때문에 세금을 매길 수 없어서 비난을 받았으니, 그 대신 국내에서 지급된 배당금에라도 세금을 매겨서 일시적으로 비난을 피해보자는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외국 펀드에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거래에 억지로 세금을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KKR/AEP SPC를 세워서 오비맥주를 인수한 거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여러 인수합병 사례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인수합병 사례와 비교해보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국세청의 과세 조치에 대한 분쟁이 있었다는 점과 오비맥주가 외국 자본에 팔린 후 크게 성공해 국내 시장을 장악한 1위 업체로 성장했다는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서 크게 성공한 드문 경우이다.

 

오비맥주가 성공한 이유

 

과세에 대한 분쟁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했으므로, 이제 오비맥주의 성공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지난 몇 년간 벌써 수차례에 걸쳐서 여러 교수나 기자들이 오비맥주의 성공 여부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해서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주로 한국에서의 공격적인 영업, 품질관리, 노사화합,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로의 개편 등 미시적인 입장에서의 성공요인을 다뤘다. 외부로 공시되는 연차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와 언론보도, 외국 자료들을 이용해서 원고를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미시적인 내용들은 내부 정보에 해당하므로 잘 알지 못한다. 또한맥주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AB인베브는 이런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KKR/AEP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이런 정책을 전과 달리 혁신적으로 실시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서 필자는 오비맥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거시적인 요인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특히 AB인베브의 경영 행태를 돌아보면서 오비맥주의 성공 이유를 살펴보겠다.

 

오비맥주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국내 맥주시장을 장악한 큰 회사다. 그렇지만 모회사인 AB인베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있는 조그마한 자회사일 뿐이다. AB인베브는 2016년 들어 세계 2위 맥주사 사브밀러를 인수하면서 현재 전 세계 맥주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한 공룡기업이 됐다.9  1위 기업이 2위 기업을 인수했으니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인수대금 1170억 달러는 역대 인수합병 건 중 세 번째 규모라고 한다.10 그 결과 AB인베브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세계 제1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11

 

AB인베브의 CEO인 카를로스 브리토는 원래 브라질 맥주회사인 암베브 출신으로서 냉혈한으로 불린다. 그는 수많은 인수를 통해 회사의 크기를 키워왔는데, 그때마다 인수 직후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 위치한 소규모의 공장문을 닫고, 동일한 제품을 주변에 위치한 다른 대규모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피인수회사에서는 20∼30% 정도의 인력 감축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인원 감축 외에도 임금 삭감이나 복지혜택 축소 등의 여러 비용 억제 정책이 실시됐고 이때마다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인력의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조차 냉혈한이라고 별명을 붙인 것이다. 너무 오래 전이라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오비맥주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당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AB인베브는 2006년 들어서야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의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해서 100% 지배하게 된다. 이때까지는 비용절감에 치중하면서 적극적으로 매출을 늘리려는 등의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비용절감에 치중했으므로 당시 국내 시장점유율은 하이트맥주와 비교할 때 64로 밀렸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AB인베브는 적극적으로 오비맥주의 수익을 높이려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까지 AB인베브는 자사의 해외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서 오비맥주의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이후에는 이 수출 부문에 주목한다. 그 결과 2007년까지 400만 상자 정도에 불과하던 수출량이 2015년도는 2000만 상자를 넘을 만큼 급속히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2008년부터 AB인베브로부터 호가든의 생산방법을 라이선스로 전수받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버드와이저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생산한다. 이 제품들이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 판매되는 것이다. AB인베브 입장에서 볼 때도 먼 서양 국가에서 맥주를 생산해서 아시아로 수송해오는 것보다 오비맥주 한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다. 이러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그 기술이나 품질관리 기법을 전수받아 기존에 오비맥주에서 생산하던 국산 브랜드 제품의 품질도 상당히 개선됐다. 물론 오비맥주가 이렇게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으니 경쟁업체인 진로하이트도 마찬가지로 품질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Small M&A의 장점과 효과

 

AB인베브는 2009년 세계 3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를 모면하기 위해 AB인베브는 5년 이내 EBITDA 11배에 오비맥주를 되살 수 있는 콜 옵션을 포함해서 오비맥주를 잠시 KKR/AEP에 매각한 것이다. KKR/AEP AB인베브가 막 착수했던 수익 확대 정책을 계속해서 실시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매출액이 계속 증가했다. 예를 들어 오비가 생산해서 홍콩 시장에서 블루걸(Blue Girl)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맥주는 2000년대 들어 계속 홍콩 맥주시장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카스 브랜드의 매출액이 점점 증가했다. 그 결과 1997년부터 약 10년 동안 하이트맥주와 비교할 때 46으로 밀리던 시장점유율 차이가 2008년경부터 점점 줄어들더니 2011년 근소한 차이로 역전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5545 정도의 큰 차이로 오비맥주가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B인베브는 KKR/AEP로부터 오비맥주를 되산다. 앞으로 오비맥주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니 되사기로 한 것이지만 AB인베브 입장에서 보면 18억 달러에 팔았다가 58억 달러에 되샀으니 값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AB인베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실시한 경영개선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또 크게 나타날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KKR/AEP AB인베브의 정책을 잘 실천했으니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내부 정보를 가지지 못한 필자는 잘 알지 못하니 이 원고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오비맥주의 성공비결에 대해 연구한 다른 사람들이 설명한 것처럼 KKR/AEP가 경영하는 동안 독자적으로 이룬 혁신도 성공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인에 힘입어 KKR/AEP는 투자 5년 만에 대박을 얻은 셈이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것을 학술적으로는 소규모 인수합병(small M&A)이라고 부른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 기준으로 보면 오비맥주가 대기업이지만 AB인베브 입장에서 보면 아주 작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small M&A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인수 후 큰 모회사가 보유한 기술이나 경영기법 등을 작은 피인수 회사에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B인베브는 수많은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know-how) 중 일부만 오비맥주에 도입해도 오비맥주의 기술 수준은 상당히 상승한다. 또한 AB인베브가 가진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활용해 오비맥주의 제품을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small M&A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반해 인수기업이 자신보다 더 큰 피인수기업을 인수하는 거래는 상대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모든 것이 앞서 있는 큰 회사에서 배우려고 하지 않고,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좀 시간이 흐르면 큰 회사의 실력이 떨어져서 작은 회사 수준으로 퇴보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에서 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선진국 시장에 진입해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후진국 시장에 가서는 상대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그렇지만 많은 기업들이 좀 더 폼 나는 선진국의 큰 기업 인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오비맥주의 사례를 교훈 삼아 회사의 전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대규모 M&A가 아니지만 회사에 작은 규모의 보탬이 될 수 있는 small M&A들에도 경영자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작은 M&A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지 큰 M&A에 나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맥주시장의 미래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역전에 성공하고 해외에서도 크게 선전하고 있는 중이지만 앞길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수입산을 모두 합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현재 47% 정도다. 수입 브랜드 맥주의 비중이 매년 급속히 늘어 현재 국내 맥주시장의 19%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산 브랜드 맥주의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아사히맥주와의 기술제휴로 개발한 클라우드 맥주를 앞세운 롯데도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최근 새롭게 탄생한 소규모 맥주제조업체(micro-brewery)들이 파는수제맥주도 점점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현재의 국내 맥주시장을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라고 해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12

 

맥주시장 내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맥주 외의 다른 주류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백주나 일본에서 수입하는 사케의 소비도 점점 늘어나서 맥주시장을 넘보고 있다. ‘국민 술이라고 불리는 소주도 맥주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맥주시장에서 어떤 신제품들이 출시되고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최종학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