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a Good Shot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골프에서 횡행하는 분식(粉飾) 컨스코어 카드를 플레이어의 실제 성적보다 더 좋게 기록. 자신의 드라이브샷 비거리(飛距離)를 부풀리거나 핸디캡을 실제보다 낮게 말하는 것도 해당. 골프에는 역(逆)분식도 존재 핸디캡을 실제보다 더 높여서 말하는 경우. 프로 골퍼의 세계에선 ‘투명 회계’만 존재 공식 대회에서 스코어를 줄여 기록했다가는 곧바로 실격. 실제보다 타수를 더 많이 기록할 경우 실격은 아니지만 고스란히 자기 손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진짜 스코어를 기록하는 게 프로의 세계. |
편집자주
골프는 더불어 하는 스포츠입니다. 늘 함께 라운드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굿 샷을 날리고 더 좋은 스코어만 낸다고 다 멋진 골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즈니스맨이자 골프 티칭 프로페셔널인 김용준 교장이 골프에서 ‘샷 이상의 그 무엇’에 대해 연재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골퍼이자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하는 길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골프에도 분식(회계)이 있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뭔가 아는(?) 골퍼다. 골프에서 분식이란 스코어 카드를 플레이어의 실제 성적보다 더 좋게 기록하는 걸 말한다. 자신의 드라이브 샷 비거리(飛距離)를 부풀려 말하는 것도 분식의 일종이다. 핸디캡을 실제보다 낮게 말하는 것, 즉 더 잘 친다고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분식이다.
라운드 할 때는 보통 네 명이 한 조를 이루며 스코어 카드는 동반하는 캐디가 기록하는 게 보통이다. 스킨스 게임(홀마다 가장 적은 타수로 마무리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방식)을 할 때는 내깃돈도 캐디에게 맡기니 캐디가 기업의 회계 담당자인 셈인데 이런 캐디의 기본 임무(?)가 바로 스코어 카드 ‘분식’이다.
캐디의 노련함은 스코어 카드 ‘분식(粉飾)’ 능력에 있다?
첫 홀은 실제 결과야 어떻든 팀 전원이 다 파(par)를 기록한 것으로 표기하는, 이른바 ‘일파만파’는 가장 흔한 분식기법(!)이다. 자신은 골프장에 한참 일찍 와서 몸도 충분히 풀고 첫 홀에 굿 샷을 날려 유일하게 파를 기록했는데 티오프(tee off)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나온 동반자들은 첫 홀부터 보기(bogey) 또는 그보다 나쁜 스코어를 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캐디가 “첫 홀은 올 파(all par, 팀 전원이 파를 기록했다는 뜻)로 기록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동의하는데 혼자만 “있는 그대로 적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침묵은 동의로 받아들여지고 스코어 카드에는 동그라미(파를 기록했다는 뜻) 네 개가 차례로 그려진다. 심지어 아무도 파를 못한 경우에도 첫 홀을 올 파 처리하기도 한다. 앞 팀의 누군가는 파를 했지 않겠냐는 너스레와 함께. 실제로는 더블 파(double Par, 홀 기준 타수보다 두 배를 치는 것으로 흔히 ‘양파’라고도 한다)인 것을 슬쩍 트리플 보기로 기록하거나 OB(out-of-bounds, 필드 밖의 플레이 제한 구역)가 난 것을 세지 않고 두 타 줄여 스코어를 표시하기도 한다. 해저드(hazard)에 빠졌을 때 규칙이 정한 자리보다 훨씬 샷 하기 편한 자리에 드롭(drop)하고 쳐서 얻는 스코어를 진짜라고 기록하는 것도 분식이다. 맨 마지막 홀은 티 샷을 하기도 전에 스코어 카드에는 이미 다 올 파로 처리하는 경우도 흔하니 노련한 캐디의 서비스라고 할 것이다.
드라이브 비거리 분식은 스코어(혹은 핸디캡) 분식보다 더 흔하다. “지난 주말 라운드에서 300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는 아마추어의 무용담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300야드라니! 사실일까? 필자는 주변이 인정하는 장타자(長打者)다. 그런데도 보통 조건(평평한 홀에서 뒷바람이 불지 않는 등)에서 300야드를 칠 수 있다고 장담 못한다. 장타를 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300야드를 날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보통 체격의 아마추어 골퍼가 300야드를 쳤다는 무용담, 소위 ‘비거리 분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내리막 경사인 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볼이 뒷바람을 타고 날아간 뒤 뭔가(예를 들면 스프링클러 따위)에 맞고 실컷 굴러갔을 확률이 크다. 또 다른 가능성은 도그렉(dog leg, 개의 뒷다리처럼 휘어져 있는 홀)에서 샷을 날린 뒤 남은 거리만 따져 비거리를 계산했을 경우다. 예를 들면 380야드짜리 도그렉 홀에서 벼랑을 넘겨 치고 나니 80야드가 남았다면 300야드를 날렸다고 착각(?)하는 식이다. 홀의 총거리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선을 기준으로 표시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250∼260야드 비거리면 벼랑을 넘어가는 것을 두고 300야드를 때렸다고 믿는 것이다.
분식과 역(逆)분식을 하는 이유
골프에서 분식은 왜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골퍼들의 자존심 때문이다. 분식을 기준으로 주장하는 핸디캡이나 비거리 무용담이 통한다는 얘기다. 골프 얘기를 나눌 때면 상수나 장타자가 주도권을 쥐기 마련이니 분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또 라운드 하려면 서너 명이 모여야 하는데 초청을 하든, 초청을 받든 잘 치거나 장타자가 인기가 있기 마련이니 평소에 자랑을 해놓을 수밖에 없다. 과연 핸디캡을 줄이거나 평균 비거리를 부풀려 말해보지 않은 골퍼가 있기는 할까?
분식을 아는 골퍼라면 역(逆)분식도 알 것이다. 핸디캡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실제보다 더 높여서 말하는(더 못 친다고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 예를 들어 화이트 티(일반적으로 남성 아마추어들이 평상시 사용하는 앞쪽 티박스)에서는 이븐 파(even par, 더도 덜도 아닌 규정 타수를 치는 것으로 보통 72타) 가까이 치는 고수이면서도 누가 물으면 그냥 ‘80대 초반 정도 칩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즉, 실제로는 핸디캡이 2∼5 정도이면서도 10 정도 겨우 된다고 말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역분식 사례다.이런 플레이어라면 티샷이 OB가 나면 멀리건(mulligan, 최초의 샷이 잘못 되도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이나 OB티 플레이는 거부하고 룰대로 제자리에서 다시 티샷 하기 마련이다. 워터 해저드(water hazard)에 빠졌을 때도 빠진 곳 후방에서 규칙대로 드롭하고 치는 것은 물론이고, 애매한 거리가 남은 퍼팅에 컨시드를 줘도 정중히 거절하고 플레이할 것이다. 또 분식의 기본 수법인 ‘첫 홀 일파만파’나 ‘마지막 홀 올 파’ 서비스도 고사하고 있는 그대로 스코어를 기록할 터이다. 규칙대로 플레이하고도 어울릴 수 있으니 이미 고수이거나 고수로 가고 있는 골퍼다. 이런 골퍼일수록 멋진 샷을 치고도 “오늘은 그 님(?)이 오셨다”거나 “신들렸다”고 겸손해 한다.
지난해 어느 주말 라운드에서 장부상 79타를 기록해 동반자들이 싱글패(첫 싱글을 기록한 것을 기념하는 패)를 만들어 주겠다며 축하해도 “첫 홀에 보기한 것을 일파만파로 기록했으니 실제 점수는 80타이고 첫 싱글은 진짜로 기록하고 싶다”며 거절한 선배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라운드를 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선배의 골프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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