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48
Article at a Glance - 재무회계
LG그룹은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LG그룹은 먼저 LG화학을 인적분할해서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으로 나누고 LG전자를 LGEI와 LG전자로 나눴다. LGCI는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LGEI는 LG전자 지분을 취득해서 각각 지주회사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과정에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라는 방법을 활용해 자회사에 대한 보유 지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LG그룹의 방식을 참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그룹 사례는 한국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나는 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마흔여섯에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전 세월은 준비기였다. 해방이 되고 처음 택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스무 살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다녔다. 그러니 나는 이제 겨우 사십 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이 1960년 남긴 말이다. 이 말을 했을 때 박 회장의 연세가 환갑이었다. 환갑이 돼서도 일을 멈추지 않고 정열적으로 임한 셈이다. 이처럼 해방 후 어려웠던 시기에 지금의 대기업들을 창업해 발전시켜 온 경영인들 중에는 남들과는 다른, 한발 앞선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다. 박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박 회장이 한 일 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다른 회사들보다 수십 년이나 앞서 수행한 것이 있다. 1972년 10월 ‘금호실업’을 세워서 금호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킨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이후이며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가 이제야 논의되는 것을 볼 때 박 회장이 얼마나 빨리 시대를 앞서갔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설립된 금호실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시에 종합무역상사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주회사의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아무런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주회사란?
금호실업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에 시작해서 2003년 작업을 마친 LG그룹이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들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이다.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수 기업들이 LG그룹의 방식을 참고했기 때문에 LG그룹의 전환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전환 방법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를 보는 셈이다.
우선 지주회사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은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영업활동(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기업 중에는 사업을 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해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이런 기업들을 ‘주식을 지니는 회사’라는 뜻으로 지주회사(持株會社·holding company)라고 한다. 농심홀딩스, 대상홀딩스, 동성홀딩스, 풀무원홀딩스처럼 지주회사는 ‘홀딩스(holdings)’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붙여서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 대표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도 다수 보험회사 및 제조업체, 도소매업체 등의 주식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는 크게 ‘순수지주회사(pure holding company)’와 ‘사업지주회사(operating holding company)’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다른 기업(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자회사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것만을 업무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즉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는 추가 사업을 하지 않는 형태의 지주회사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다수의 LG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는 역할만 하는 순수지주회사다.
‘사업지주회사’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면서 본연의 사업도 하는 지주회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두산은 지주회사로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의 자회사 지분을 소유한 동시에 인쇄회로용 원판, 유압장비, IT 서비스 등을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자체 사업을 가진 ‘사업지주회사’다.
지주회사에 대한 법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법 2조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자산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를 말한다. 여기서 ‘주된 사업’의 기준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당해 회사자산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지주회사 관련 법에는 외국에는 없는 복잡한 규제가 많이 붙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하고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은 상장(등록)된 자회사의 경우 20%,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40% 이상을 소유해야 하며 증손자회사 이하에 대해서는 100%를 소유해야 한다. 또한 일반 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는 분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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